보호자 없는 1급 시각장애인 목욕탕 거부 정당
보호자 없는 1급 시각장애인 목욕탕 거부 정당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2.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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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대중목욕탕 업주가 동성(同性)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급 시각장애 여성에 대한 목욕탕 입장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全盲)의 1급 시각장애인 A(여)씨는 2010년 12월 남성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대전에 있는 한 대중목욕탕 매표소까지 갔다. 그런데 여성보호자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을 본 목욕탕 업주 B씨가 “시각장애인이 혼자 오면 어떻게 하느냐, 다음부터 도와 줄 사람이 함께 오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고 말하자 말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업주는 목욕탕 입장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동성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욕탕 입장을 거부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목욕탕 업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전지법 민사3단독 김재근 판사는 대중목욕탕 입구에서 동성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부당하자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A(여)씨가 업주를 상대로 낸 1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worms 판사는 “시각장애 1급으로서 전맹인 원고는 이전에 3~4차례 이 목욕탕을 이용했는데 그때마다 목욕탕에 근무하는 목욕관리사의 도움을 받아서 목욕을 마쳤을 뿐이고, 이에 의하면 원고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목욕탕의 동선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던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원고가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경우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이고, 이때의 도움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입장, 탈의, 샤워기, 온탕, 냉탕 등의 이용, 착의, 퇴장에 이르기까지 이동에 있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런 도움 제공을 사인인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지울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를 찾기 어려운 사정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이에 더해 목욕탕 내부 시설에 대한 동선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원고가 정상적으로 목욕을 마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목욕탕에서 근무하는 업주나 목욕관리인에게 선의의 도움을 무제한적으로 요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업주는 계속해서 매표소를 지켜야 할 것이고, 목욕관리사는 다른 손님의 때를 밀고 있던 경우라든가 혹은 원고를 도와주던 도중 다른 손님이 때를 밀어달라고 요청할 경우에는 본연의 업무에 종사할 수밖에 없어 그 동안 원고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다고 동반보호자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추가 인력의 고용을 목욕탕 업주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입장을 허용해야만 한다고 하는 경우,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여러 명의 시각장애인이 동시에 입장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추가인력이 필요한 경우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만일 피고로 하여금 원고와 같이 동성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을 입장시킨 후 자발적인 도움을 주도록 유도한다면, 이는 공익적 성격이 있는 장애인보호에 따른 비용이나 부담을 사인에 불과한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돼 그 타당성이나 합리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원고가 목욕탕 내에서 시설을 이용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업주가 그 책임에서 언제나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동반보호자가 없는 원고를 혼자 목욕탕에 입장시키도록 하는 것은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원고와 같은 장애인의 보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상, 장애인의 목욕탕 이용에 따르는 부담이나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면 헌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 보호를 위한 부담이나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동성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원고의 목욕탕 입장을 허용하는 것은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의 입장거부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며 “결국 차별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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