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란? 아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가지고 동행"
“좋은 아빠란? 아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가지고 동행"
  • 박지영 기자
  • 승인 2012.10.10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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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좋은 아버지 수업』의 저자 서울대학교 임정묵 교수

"처음부터 부모를 믿지
않으려는 아이는 없다.

반대로 부모도 자신의
아이들을 믿는다.

다만 소통이 되지 않아
신뢰감이 흔들리는
것이다."

[에브리뉴스=박지영 기자]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좋은 부모란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의 말이 곧 법이던 지난 시절과 지금의 아버지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걸어가는 가운데 새로운 나눔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의 교수로 재직 중인 임정묵 교수다.

그는 ‘자식들에게 존경한다는 말 한번 들어보는 삶’을 꿈꾸는 평범한 아버지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잘사는 게 바로 행복이라고 믿으며, 아이와 함께 ‘뒹구는 삶’을 좋은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긴다. 여러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면서도 그는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틈틈이 짬을 낸다.

임정묵 교수를 찾아 『좋은 아버지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좋은 아버지 수업』의 저자 서울대학교 임정묵 교수

-현재 교육자이기 때문에 책 제목에 ‘수업’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인가.
▲아니다. 나는 그 제목을 정말 싫어했다. 내가 좋은 아버지가 아닌데, 좋은 아버지도 아닌 내가 무슨 수업을 하나. 집에 가면 맨날 폭력이 난무하고, 큰 아들이 만화가인데 많이 혼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친구한테 농담으로 “때릴 때와 사랑할 때는 다른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그냥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을 쓴 것이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출판사 이우희 대표가 이 제목으로 하자고 해서 싫다고 했지만 부득부득 우겨서 지금의 제목이 됐다.

내 기분에는 제목이 흔한 것 같기도 하고, 이우희 대표가 주변의 출판사에 앙케이트 조사를 했는데 <좋은 아버지 수업>이 가장 높은 표를 받았다며, 결과를 보여줘서 할 말이 없더라.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친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 어느날 친구들이 “교단에서 맨날 거짓말만 하지말고 글로 한번 써봐라”하더라.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10여편 정도 썼을 때, 출판사 다섯수레의 정헌경 편집장과 이야기 중 글쓴이야기가 나와서 편집장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그때 다섯수레에서 편역 중인 책이 있었는데, 그렇게 인연이 닿아 지금의 출판사 대표에게까지 가게 되었다. 이 후 책을 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자녀와 부모의 관계 속에서 상처 받은 사람 한 두명이라도 마음이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이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인생을 개척할 것인지, 그것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하고 접근하는 것은 씨알도 안 먹힐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아들도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스스로 바뀔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나쁜 책은 아닌 것 같다. 다행이다.

-전공분야의 서적이 아닌데 글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많이 조심스러웠다. 독자들이 자신보다 우월적 위치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여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까하고 걱정도 됐다.

또, 좋은 말만 써서 ‘이렇게, 저렇게 삽시다!’하기에는 너무 무미건조해지는 것 같아서 내가 살아온 삶을 매칭 시켜보려 했는데, 정말 어렵더라.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감성’을 움직여야 하는데 오만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다.

-책 속에서 아이와 부모는 함께 걸어가는 존재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문전성시라는 것을 너무나 일찍 체험했다. 문전성시라는 것이 권력의 허상일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반군이 되기도 했었다. 대학들어오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다른 곳에서 인터뷰를 할 때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왜냐면 아버지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찍 돌아가시기도 했고...

아버지는 항상 나와 함께였다. 집에 있을 때면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늘 함께 했다. 일주일동안 일하시고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이불속에 계셨는데 그럼 나도 같이 이불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TV도 보고, 옆에서 뒹굴뒹굴 했다. 계속 누워있기 힘들면 앉아도 있고, 그러다 보니 아버지께 혼나기도 하고, 대들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그냥 같이 있는 것. 아이들이 학교갔다 집에 돌아왔을 때 언제나 맞이 해주는 사람이 있고,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고...

함께 걸어가는 존재라는 것이 아빠가 아이한테 그냥 좋은 것만 해주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아이가 아빠에게 잘못된 점, 바라는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자유롭게 알아가며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에게 말을 참 많이 한다. 나를 닮아서 말이 참 많다. 엄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심상치 않은 일들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는 해결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큰아들의 경우 지금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엄마가 알까봐 나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한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런 저런 다양한 의미에서 함께 걸어간다는 표현을 섰다.

-요즘 맞벌이로 인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적은 부모들이 많아 졌다. 조언을 해준다면.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다면 공허 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사건사고들이 참 많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라든지, 사건의 밑바탕을 보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결국에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사고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 물론 가해자의 잘못도 있지만 소년원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로 인해 세상과 단절될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갈 곳은 뻔하다.

사회의 밑바닥. 과연 그것이 법이 원하는 것이냐?! 아니다.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이 목적인데. 왕따를 없앤다고 담임선생님 두 명, 경찰관 상주 등 많은 대책을 세우지만 사건은 일어난다. 이제 세상은 너무나 달라졌다.

맞벌이를 한다면 술자리 2번을 1번으로 줄이는 등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해서 놀아주라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으면서 가정에 녹아들어 보라는 것이다. “아빠 왜 이렇게 짜증이야, 나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짜증나는데” 등의 대화를 통해서도 아이에 대해 조금은 더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요즘 교육방식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등학교 때 다들 목표한 대학에 가기위해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학 들어오면 똑같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읽기도 한다. 무너지는 느낌도 들 것이고, 내 적성에 맞는가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고. 나는 아이들에게 강의 할 때 대학교 4년 동안 공부할 필요 없다고 한다.

요즘 중고등학교 교육이 무너지니까 대학도 따라 무너져서 학문적인 지식수준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옛날에 비해 가르치는 것은 훨씬 많은데 아이들이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창의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시험문제의 조사 하나 바뀌어도 못 푸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교육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창의적 교육과 조직적인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조직적 교육의 경우 변호사, 변리사, 의사 등이 되기위해 필요한 교육으로 우리나라가 세계1위다. 창의적인 교육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학과 예술, 과학자와 예술가는 이꼴이다. 창의성이 없으면 어필을 못한다.
우리나라는 창의적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틀을 깨지 못한다.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곧바로 자신감과 연결이 되어 혼자 놀게 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움이 생기더라.

자기의 뜻을 충분히 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과정에서 좋냐 아니냐를 가려서 좋다 나쁘다를 가려야하는데 자신의 잘못으로만 돌리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 좋은 부모가 되고, 좋은 아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부모자식간의 도리란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 유전자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맞고 틀린 것은 모두 다르다. 어떤 집은 아이도 부모도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답을 내야한다면 그 가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 적어도 부무와 아이가 함께 있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는 것이다. 쭉은 아닐지언정 집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 몇일이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또 다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또, 부모로써 인내와 자신감. 인내는 즉, 믿음. 내 새끼인데, 내 몸의 분신인데 하는 믿음이 정말 중요하다.
멘토링을 하며 우연찮게 알게 된 것인데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부모님이 원하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노력하는 것만큼 결과는 좋지 않고,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 등으로 인해 폭력화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짜증이 역으로 부모에 대한 원망과 짜증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일단 참자. 일단 참고 믿자.
자신감도 중요하다. 부모, 아이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자.
누구에게는 틀린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부터 부모를 믿지 않으려는 아이는 없다. 반대로 부모도 자신의 아이들을 믿는다. 다만 소통이 안 돼서 신뢰감이 흔들리는 것이다.
새로 무언가를 만들기 보다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신뢰감을 흔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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