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1%만 양보해도 빈곤층 줄어들 것”
“부자들이 1%만 양보해도 빈곤층 줄어들 것”
  • 이광명 기자
  • 승인 2012.10.19 16: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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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천 박사 “가진 사람들이 겸손해야 더 발전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너무 부족해요.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도 많은데 가진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 중 1%만 양보해도 이렇게까지 어렵게 살까하는 생각이에요."  

 

▲ 연구실에서 만난 류재천 박사

[에브리뉴스=이광명 기자]  대한민국 국민은 어떨 때 차별을 느낀다고 생각할까? 지난해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생활체감정책단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별 심각성의 인지’ 설문조사 결과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30.4%)’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16%), 외모에 대한 차별(11.8%) 등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단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까? 좋은 학력이나 학벌을 가진 소위 상류층이라는 사람들이 못 배우고 돈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괄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및 사회에 대한 책임을 뜻하는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프랑스어가 있다. 이 말의 유래는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로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거센 공격에 맞서 잘 대항하던 칼레는 원병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항복 사절단을 파견한다. 그러자 영국왕은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내일 아침까지 이 도시에서 6명의 사람이 자진해서 나온다면 성 사람 전부를 죽이지 않고 그 여섯 사람만 목을 매 처형 시키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영국왕은 아무도 나서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다음 날 교수대에는 여섯 사람이 죽기위해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푸줏간 주인이나, 노예, 농부 같은 하층민이 아닌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였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를 비롯한 시장, 상인, 법률가 등 상류 계층의 귀족들이었다. 이들의 행동에 감동받은 영국의 왕비는 왕에게 용서할 것을 간청했고 다행히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사회 곳곳에서는 통합과 소통이라는 말이 만연해 있지만, 정작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에브리뉴스>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하 아미사)’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키스트) 류재천 박사를 만나 사회 지도층과 소외계층이 차별이나 갈등 없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모색해봤다.

▲ 연구실 벽면에 빼곡히 걸린 류재천 박사의 특허증들

-아미사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 제가 얼마 더 있으면 예순 살이 돼요. 키스트에서 영년직 임명도 받았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나머지 여생을 뭘 하며 지내면 좋을까하고 우리 주변을 되돌아 봤죠. 그러니까 제가 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감사해야할 곳도 많았고, 어떤 것은 불공정하고 무질서한 부분도 보이더군요. 특히 몇 해 전에 보도된 어느 대기업의 사주가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한 대 당 얼마씩인가 돈을 준 사건이 보도 된 적이 있었잖아요.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건 너무 인간적이지 못하고 오만한 행동이죠. 가진 사람들은 뭐 저런 인간이 있나하고 욕하고 끝날 수도 있지만, 못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한이 될 수가 있거든요. 가진 사람들이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더 발전할 가능성이 많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너무 부족해요.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도 많은데 가진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 또는 이익을 취하는 부분 중 1%만 양보해도 이렇게까지 어떤 사람들은 한이 맺히고 어렵게 살까하는 생각이에요. 부자가 된 것도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한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모순과 사회 계층 간 불공정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주위의 뜻있는 분들을 모아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나누어 보자 했죠. 여러 분야의 훌륭하신 분들이 흔쾌히 동참해 주셨어요. 이렇게 작년 1월 11일에 처음 시작이 된 거예요.

-아미사에 특별한 뜻이 있나요?

▲ 아미사란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줄인 말이기도 하지만, 아미사 자체에도 의미가 있어요. 맑고 밝다는 뜻의 아(雅), 아름답다는 뜻의 미(美), 지킨다는 뜻의 사(司)를 씁니다. 즉, 맑고 아름다운 미래를 지켜나가자는 의미로 지었어요. 여담이지만, 아미사라는 절도 있더라고요. (웃음)

-회원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신가요?

▲ 제가 그동안 살아오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문계도 계시고 좋은 인성의 훌륭하신 분들이었고요. 그런데 저는 과학자다보니까 이과 계통의 과학자들과 주로 어울리게 돼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지식층이 함께 모여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누리고 사는 것들을 일반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아는 분들로 우선은 시작하였고요, 가끔 소개로 오신 분들도 있죠. 아직은 이과 계열 쪽 회원들이 많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 하려고 해요. 회원 중에는 황우석 사건 조사위원장이었고 서울대 부총장 이셨던 정명희 원장님도 계시고, 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시며 이화여대 부총장이신 최진호 교수님도 계세요. 북촌한옥마을의 봉산재 이사장님이신 나성숙 교수님도 계시고. 이런 분들은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데도 뜻을 함께 해주시니 감사하고 황송할 뿐이지요. 그렇다고 “여긴 다 높은 사람만 있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그냥 이 사람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실제로 약국을 운영하는 대학 동창도 있고, 평범한 시민도 있습니다.

-회원 가입 요건이 따로 있나요?

▲입회원서를 받습니다. 추천을 받을 경우, 우리 아미사 정신을 함께하고자하는 인성을 많이 고려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돌돌 뭉쳐서 잘 나가고 있는데 친목 단체 정도로 생각을 한다거나, 의도성을 띄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곤란하겠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쪽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요. 저의 전문성을 요하는 곳이면 모를까. 물론 시민단체들이 도와달라고 하면 다 돕기는 하죠. 어쨌든 지금까지는 다들 좋은 분들을 추천해 주셨어요. 물론 90% 정도가 제 주변의 지인들이지만요. 그렇다고 단순히 모임만 하는 것은 아니고요, 아미사의 정신을 구현하고자하는 의미에서 발제문에 있듯이 우리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하자는 생각에서 십시일반 일정액의 회비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출은 아미사의 정신 구현을 위한 기부금 및 토요 사랑방이라는 무료 강연회 강사 선물비용으로 나가요. 지식기부이지만 강사선생님에게 사례도 안할 수는 없고 강사료를 드리기에는 재정도 작고해서 자그마한 성의의 와인을 드립니다. 그 외에는 아미사 관련 홍보물 제작에 쓰이고요. 모든 지출 내역은 매달 카페에 공개를 하고 있고, 영수증도 꼼꼼하게 철을 해 두었어요. 연말에는 결산해서 그 결과도 꼭 공지를 하죠.

-회원을 받을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인성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저희 아미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게시를 해 놓았는데요, 다섯 가지 아미사가 구현하고자 하는 ‘아미사 정신’이 있어요. 겸손하며 품위 있는 행동, 질서와 법규를 준수하는 시민의식, 교양 있는 자세,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정신, 사실과 진리에 바탕을 둔 공정과 정의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원칙에 동의하며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은 거예요. 만약 이 원칙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 다음해에 자연스레 잘 정리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 류재천 박사의 오피스 어항에서 자라고 있는 민물새우. 키스트 연못에 풀어준 류 박사가 키우던 새우들이 번식해 지금은 연못에 천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류 박사는 주말마다 물이 넘쳐 도랑으로 밀려나온 새우들을 그물망을 이용해 다시 연못으로 넣어주곤 한다고 했다.

-아미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가 기부금 활동이고, 둘째가 법규나 질서를 지키자는 캠페인 활동, 셋째가 토요 사랑방이라는 지식 나눔 활동이에요. 먼저 기부금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회원들로부터 모은 돈을 무엇에 쓸까 생각하다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평화롭게 공부도 하고 편안하게 살았던 것이 그분들 덕분이잖아요. 제가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 전에 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죠. 총 16개국이 참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 지금 보니 에티오피아가 가장 가난한 나라더라고요. 그래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후손 지원 사업을 생각해 냈죠. 알아본 바로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용사들이 이제 삼백 명 정도 살아계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 중 한국 유학생 및 현지 학생을 수소문해서 장학금을 주려고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우리 모임과 연결을 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여러 시도를 해 보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월드비전 같은 NGO에도 연락을 취해 경험과 의견도 들어보았고, 에티오피아와 관련이 큰 경남기업인가요? 거기에도 연락을 해보았지만 규모도 작은 우리 모임과는 그리 연결시키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경험 많은 NGO에서, 그런 경우라면 에티오피아 대사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내보라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지금 현직 대사님은 김종근 대사님이신데, 참 고맙다고 하시며 답변을 주셨어요. 김종근 대사님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셨는데, 참전 용사를 대상으로 한국전쟁시의 기억이나 추억 등을 글로 써서 오면 원고료를 주고 그 원고를 책자로 발간하시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책자 발간 지원을 위해 그 때 당시 회원 1인당 20만원씩 계산해서, 약 팔백만 원 정도를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달러로 환전해 보내드렸어요. 곧 책자가 나올 거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10년이면 대부분의 참전용사들이 돌아가신다고 하는데,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다 훌륭하신 대사님 덕분이죠. 현재는 한국에 있는 에티오피아 유학생들을 찾고 있어요. 쉽지가 않네요.

두 번째로 하고 있는 활동이 질서/법규 준수 캠페인이에요. 제가 차 운전을 할 때 보면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분들이 20%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깜빡이만 켜도 교통사고가 반으로 확 줄어들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을 했죠. 그러다 스티커를 만들어 차량에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향지시등 켜기, 배려의 시작입니다” 이 문구를 넣은 스티커를 삼천 개를 제작했어요. 회원들에게 나누어주며 모두 붙이고 다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회가 되는대로 회의에도 가지고 가서 나누어드리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에브리 뉴스에서도 이런 운동에 동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웃음) 한번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교통경찰에게 물어봤어요. 내 차의 “방향지시등 켜기, 배려의 시작입니다”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한 분이 경례를 붙이시면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할 일을 대신해주시는 군요.”라고 인사를 하시더군요. 이해해주시니 고마운 일이지요.

다들 방향지시등을 너무 안 켜요. 전기 값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고급차를 타는 사람들이 교통질서를 더 잘 지켜야 돼요. 젊은 사람이 외제차라고 가뜩이나 본인은 차도 안 좋은데 무시하면서 불법적으로 앞질러가고 그러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응어리가 생기게 되거든요. 그런 작은 일들이 쌓여서 극단적인 행동에까지 이르게 되는 거예요. 저도 개인적으로 나라에 대해서 불평을 할 때도 있지만 대한민국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생기는 것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로서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겸손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주 보도되다시피, 불법은 단죄를 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모 재벌가의 따님인가요? 그분도 빵집을 하며 일 년에 몇 백억씩 순익을 낸다는데 그로인해 주변의 영세 상인들은 다 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건 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티커를 붙이는 일은 작은 실천이지만, 그런 극단적인 대립, 한 맺힘 등등의 문제들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나가고 싶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 회원들 중에 스티커를 안 붙이는 사람이 있으면 내년부터는 나가라고 할 작정입니다. (웃음)

저희가 세 번째로 하는 활동이 지식기부 토요사랑방이에요. 각자 전문지식들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일반 국민들, 즉 주위의 이웃들과 나누자는 거예요. 처음에는 장소 때문에 많이 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풍문여고 이사장님께서 편한 장소를 제공해 주셔서 현재는 풍문여고의 종합강의실을 빌려 하고 있어요. 어떤 지식을 나누느냐면 이런 거예요. 예를 들면 카제인 나트륨은 인공합성화합물로 은연중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잖아요? 이런 것이 과학적으로 정확한 것인가 하는 지식, 그러면 두부도 합성화합물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요? 두부는 천연에서 콩으로 생산이 되지 두부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거기에 열을 가하고 간수를 넣고 압력이라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두부가 만들어지는 거죠. 치즈도 마찬가지로 우유에 레닌 등의 효소를 넣어 응고시킨 뒤 단백질만 뽑아낸 게 치즈죠. 그럼 이것도 인공합성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합성화합물이면 다 유해하고 나쁜 것인지? 이러한 것을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으로 쉽게 풀어, 일반인에게 지식으로 기부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바로잡을까 하다가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대중에게 설명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처음 무료 지식 나눔 강연회를 열었죠. 이게 시발점이 되어 지금 10회에 이르렀어요. 오는 토요일에도 지식기부 토요사랑방 모임이 있는데 이번에는 상임회원이신 김시현 변호사께서 헌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을 하실 예정이에요. 물론 누구나 참여하셔도 좋고, 더욱더 많은 일반사람들이 오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이에요.

▲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류재천 박사. 감미로운 목소리와 수준급의 기타실력을 지녔다.

-제가 홈페이지에서 보니, 토요사랑방 모임 전에는 꼭 노래를 같이 하는 것 같던데요?

▲ 네. 그것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더라고요. 꼭 30분 정도는 지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을 하게 되는 거예요. 매번 기다리기도 지루하고 해서 그 시간에 노래를 함께 배워보기로 했죠.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이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제곡도 함께 부르고, 'i'm in love for the very first time'도 배웠습니다. 'any dream will do'는 가장 처음 배웠던 노래죠. 굉장히 쉬워요. 저희 홈페이지에도 이 노래들을 다 올려뒀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그런지 처음엔 잘 안 따라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재미있게 노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기타로 리드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한 겁니다. 기타를 쳐본 적이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배우기 시작했죠. 저희 연구원에서 K-band라는 그룹을 만들어 기타강습을 한다고 하기에 저도 지원하여 기타를 사서 약 8-9주간 강습을 듣고, 2-3주간 연습곡을 배웠어요. 그랬더니 웬만한 코드는 다 잡겠더라고요. 지금 손가락을 보면 딱딱하게 굳어 있어요. 하루에 꼭 한 두 시간씩은 집에서 연습을 해요. 우리 집사람이 저보고 집중력 하나는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그렇다고 제가 기타를 엄청 잘 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고요, 사실 왕초보예요. (웃음) 요즘은 목로주점과 새들처럼, 윤도현씨의 사랑 Two를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분야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을 수 있을까요?

▲ 저는 약학대학을 졸업하였고, 지금은 한 마디로 독성학자예요. 즉, 어떤 물질이 왜 독성을 나타낼까하는 걸 고민하는 사람인 셈이에요. 화학물질의 환경보건, 환경 호르몬, 휘발성 물질, 불산 누출사고도 있었지만 그런 화학물질이 환경 및 인체, 생태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 연구를 하죠. 주로 유전자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하고요, DNA 칩이라는 것도 만들어요. 인간 유전자를 전부 칩에 모아서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살펴보는 거죠. 인간의 몸에 독이 들어가면 세포와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것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 국제학술대회 준비를 위해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류재천 박사

 -앞으로 아미사가 나아갈 방향이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제가 나름대로는 연구를 열심히 해서 영년직도 받았고, 이제는 후학들을 위해 사는 일이 남았죠. 저는 이제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자 하는 거죠. 저 같은 사람이라도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 가야, 미래가 아름다워지지 않겠습니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보다나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요.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이 공정한 사회이고요. 치열한 경쟁은 해야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학연 등의 연고주의가 만연하고,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 우리나라를 바로 이끌어야지 어디 인맥이고 어디 출신이라 발탁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대한민국을 이끌 후학들과 후손들을 위해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됐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아미사도 그런 일에 일조를 하는 모임이 됐으면 하는 거죠.

무엇보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회원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지금 이과 계열 분들의 비중이 확실히 높기 때문에 문과 계통 분들이 주변 사람을 좀 데려 오셨으면 하고 전공분야를 떠나 일반인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해요. 곧 100분 토론도 기획하고 있는데, 지난달에 홍연표 교수님께서 환경호르몬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거든요. 그 때 홍 교수님의 발표내용에 대해 기업체에 다니는 회원 중 한 분이 반론을 제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토론의 장을 드리고 과학적인 면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의견을 나눠볼 생각이에요. 아무리 과학적으로 옳다고 해도 일반국민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거든요. 기업체 측의 얘기가 맞다하더라도 불안한 게 사실이거든요. 이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과학의 몫이죠. 따라서 우리 과학자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괜찮은지 설명을 자세히 해주자는 거예요. 앞으로 회원이 아닌 일반 분들도 많이 참여해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싶어요.

현재 시작한지 2년이 좀 안된 시점이라 홈페이지 카페회원수도 91명 정도로 소규모예요. 다행히 얼마 전에 녹색 소비자 연대의 조윤미 공동대표께서 모임의 취지가 너무 좋다며 협회 네트워크망을 통해 2만 명에게 홍보를 해주셨어요. 더 많은 분들과 지식을 나누게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일 년에 어느 정도를 이월금으로 남겨 두는데,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오피스텔이라도 하나 마련해서 기반을 다지고 싶은 생각이에요. 그럼 제가 물러나더라도 이 모임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무엇보다 아미사의 최종 목표는 앞서 말씀드린 다섯 가지 정신을 사회곳곳에 구현시키는 것이 되겠죠.

-마지막으로 현재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요, 가장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통령 당선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어느 대선 후보이시건 우리 아미사의 다섯 가지 정신과 원칙을 잘 이해해서 반영시켜준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악법이면 고치도록 노력을 해야지 악법이니 어기자 이렇게 되면 무질서한 사회가 됩니다. 질서와 법규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겸손하고 품위가 있으며 교양 있게 행동하고 대한민국을 부정해선 안 되죠. 공정과 정의가 바로선 그런 미래를 꿈꿔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류 박사가 생각하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 특권층이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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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만 2012-10-23 20:37:32
기부라고 이야기할려면 10%는 하고서 해야하지안을까요 1%는 부담감이없거든요 왜냐고요 이웃과 함깨라면 기쁨도 아픔도 함깨해야지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처음은 목숨을 걸어던 사실을 생각합시다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생각을가지신 분들이 있다니 ......아미사 ,,,더큰일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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