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에 밥 말아 맑은 바람 찬 삼아 도도한 가을처럼 점심을 먹었어요.
햇살 한 숨에 마음까지 파랗게 물이 들어요.
시원한 바람 벌컥벌컥 마시더니 누런 소나무가 딸꾹질을 하네요
맛나게 먹어치운 나도 덩달아 꺽꺽거려요
파랗게 자지러지며 수런거리는 소리에 괜스레 눈물이 나요
산과 들도 좋지만 삭막한 빌딩숲 옥상 한켠도 나는 상관없어요
몸 낮추고 마음 비워 살다보면 허름한 웃음일지라도 잃지 않지요
울다가 웃다가 절로 청아해져요
2
매일 점심때면 회사 옥상 올라가 하늘 한 번 꽃 한 번
얼굴 좀 보자고 갖은 수작을 부려도
모르는 척 새침 떨며 몸 낮추고 있더니만
가을바람 파래지니 어느새 살포시 고개 들었네
신이 만든 마지막 꽃이라지
보암직도 하고 품음직도 했을 거야
'보기에 좋구나' 너털웃음도 지었겠지
저 작은 것이 어찌 때를 알아 기다림을 품을 줄 알고
작은 몸으로 어찌 저 광활한 하늘을 머금을 수 있는지
언니야,
난 이 꽃이 눈물 나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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