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의 글이 지옥과 같은 알코올중독에서 회복하는 빛이 되기를..."
"체험의 글이 지옥과 같은 알코올중독에서 회복하는 빛이 되기를..."
  • 박지영 기자
  • 승인 2012.10.2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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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2>『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저자 허 근 신부

"술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건강이 나빠진 사람,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는
술을 주지 않는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관혼상제와 사회모임에서 관습적으로 술을 마시는 음주습관이 있기에 비교적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허용적인 음주문화, 술 강권하기, 잔 돌리기, 폭탄주, 2차, 3차 등 나쁜 음주문화들로 인해 과음차원을 넘어 알코올남용과 중독자들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나아가 사회에도 많은 피해를 주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은 진행성·만성적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면에서 심각한 손상과 많은 문제들을 가져오고, 결국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들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인식부족,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 등으로 중독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가톨릭알코올 사목센터 소장인 허근 신부가 알코올 중독자들과 가족들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도움을 주고자 한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제목은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이다. 제목은 지난 날 자신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술을 마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 2001년 펴낸 시집의 내용 중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해가 붉은 얼굴로 인사하네』는 알코올 중독시절 자신이 얼마나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왔는지’와 알코올 중독이란 질병에 걸린 과정들, 병원에서의 회복 체험, 단주치료를 받고 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회복자의 성찰내용 등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알코올중독자들에게 단주치료를 하고 있는 허근 신부의 알코올중독과, 최근 발표한 ‘알코올 중독 회복을 위한 통합 운영 프로그램 개발’연구에 관한 논문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소장 허 근 신부

- 알코올 중독 회복을 위한 통합 운영 프로그램 개발을 하게 된 이유.
▲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술을 마시는 이유도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단편적인 치료방법이나 병원치료에 주로 의존해왔다. 외국에서는 1990년 이후 다양한 치료모델방법들을 적용하는 외래치료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외래치료에 많은 관심이 고조되어 왔다.

알코올중독의 원인과 문제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알코올중독회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치료모델방법들을 적용함으로써 알코올중독회복의 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을 수 있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적인 외래치료프로그램개발과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 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영적치료, 현실치료, 음악치료를 바탕으로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단기 통합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 간단한 논문 소개한다면.
▲ 중독이란 질병은 단순하게 한부분이 변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연쇄적인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음주원인을 탐색해서 다양한 원인들을 치료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접근치료가 근본이 되어야 지속적인 회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센터의 13년 임상경험을 기초로 치료효과성이 증면된 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현실치료, 음악치료 그리고 영적치료 5가지를 적용하여 단기 통합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알코올중독자들의 회복과 새로운 삶을 살도록 통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알코올중독이 되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면에서 많은 피해와 손상을 입기 때문에 전인적(全人的)인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다.

- 연구를 위해 어떠한 실험을 했나.
▲ 통합치료프로그램개발을 위해서 1차, 2차에 걸쳐 예비치료프로그램을 시시 후 병가 및 자문을 얻어 수정·보완한 통합치료프로그램을 2011년 11원부터 2011년 12월까지 주 2회씩 12회기를 실시하였다. 연구대상은 한국형알코올사용 장애진단검사를 통해 12점 이상을 기록한 사람과 간기능 검사에서 알코올중독으로 진단받은 알코올중독자 40명을 선정하였다. 이 연구를 위해 실험집단과 비교집단에 각각 20명씩 배정하여 통합치료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측정하기 위해 유사 실험설계를 사용하였으며, 실험집단과 비교집단에 대해 사전, 사후, 추후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대상자들로부터 수집된 자료는 객관적으로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였고, 또한 양적 분석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험집단의 참여자들로부터 수집한 인터뷰 자료를 지속적 질적 분석을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파악하였다.

- 연구결과는 어땠나.
▲ 알코올사용, 알코올 충동, 분노에서 사전과 사후, 사후와 추후, 사전과 추후에서 실험집단의 알코올 관련 평균 점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비교집단의 평균 점수는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변화준비, 단주자기효능감, 영성, 회복에서 사전과 사후, 사후와 추후, 사전과 추후검사에서 실험집단의 점수는 유의미하게 증가하였고, 비교집단의 점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실험집단과 비교집단에 대해 차이와 변화, 효과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비모수검증 방법 그리고 공변량분석을 실시한 결과 실험집단의 알코올사용, 알코올충동, 분노점수가 비교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실험집단의 변화준비, 단주자기효능감, 영성, 회복점수가 비교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로 통합치료프로그램의 효과성이 검증되었다.

실험집단의 참여자들로부터 사전, 사후, 추후조사에서 수집한 인터뷰 자료들에 대해 지속적 비교분석을 실시한 결과, 통합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알코올중독상태에서의 부정적인 특성(음주사용, 변화준비, 단주자기효능감, 알코올충동, 분노, 영성, 회복, 사고, 감정, 행동, 활동)들이 통합치료프로그램을 받은 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어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고 단주를 하게 되고, 긍정적이고 새로운 사고, 감정, 행동, 활동들을 함으로써 통합치료프로그램이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 되었다.

- 이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 이론적 함의와 실천적 함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론적 함의는 이 연구에서 개발한 통합치료프로그램이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에 효과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어 단주를 실천하고, 건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효과성이 검증 되었고, 이는 알코올중독치료에서 단편적인 치료프로그램보다는 통합치료프로그램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실질적인 이론적 근거 제공하였다.

실천적 함의는 알코올중독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적인 치료만으로는 한계점이 있는 현실에서 외래치료인 통합치료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개입과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 이 연구에서 치료를 받은 알코올중독자들이 신체적·정신적·영적차원의 전인적 회복을 가져왔다는 점, 알코올중독에 대한 치료기피현상, 사회적 편견, 왜곡된 생각, 낙인을 감소시켜 알코올중독자들의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프로그램시간에 배운 내용을 매일 자신의 생활에 실천하고, 또한 외래치료를 받음으로써 가정생활, 직장과 사회생활을 지속하게 하여 중독자들과 가족들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 한국의 음주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세계 2위, 알코올 남용자와 중독자 숫자가 약 7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히 심각하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회식이나 모임을 보면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는 문화, 대작문화가 대세다. 상대에게 술을 주고받는 것이 친밀감의 표시라는 생각, 회식모임에서 상사가 주는 술을 받아먹는 것이 상사에 대한 충성표시라는 생각, 직원들이나 친구들끼리 동질감과 일체감, 결속력 강화수단, 내가 당신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술을 강권하는데 정말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마을 축제나 가족의 경조사에서 만취하는 습관, 회식자리나 모임에서 강화수단으로 술을 강권하고, 음주의 수작문화로 인해 술에 대한 허용적인 음주문화로 인해서 우리사회의 음주문화는 알코올중독자들을 양산하고, 음주운전사고나 폭력, 살인이나 자살 등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에서도 비즈니스를 ‘룸살롱’에서 하다 보니 블랙머니 문제, 비도덕적인 문제들이 일어난다. 알코올사목센터에서 1년 가까이 치료를 받고 단주를 잘 실천하던 사람이 크리스마스 때 미사가 끝나고 파티에서 본당신부가 그에게 “맥주 한잔인데 어떠냐?”며 술을 주면서 재발이 된 사례도 있었다.
술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건강이 나빠진 사람,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는 술을 주지 않는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첫째, 이 책을 통해 알코올중독자들이 더 이상 알코올중독에 대한 부정을 극복하고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탈출동기를 가짐으로써 단주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란다.

둘째, 이 책을 통해 알코올중독자들이 매일 단주를 실천하며 맑은 정신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셋째,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회복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알코올중독자들과 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의 등대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나는 ‘술’이라는 옷에서 ‘단주(斷酒)라는 옷으로 갈아입고 살아가고 있는 나의 부끄러운 체험의 글이 알코올중독자들과 가족들에게 지옥과 같은 알코올중독에서 회복하는 빛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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