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정신으로 거짓 없이 옛 전통방식 계승”
"장인(匠人)정신으로 거짓 없이 옛 전통방식 계승”
  • 노정금 기자
  • 승인 2012.10.2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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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열전-2]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접선 ‘부채장’ 김대석

“‘접선’이 우리나라 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면 하는 바람
“중국산 부채 들어와 전통 ‘접선’ 점점 사라져 안타깝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접선 ‘부채장’ 김대석

서민용 부채, ‘접선’을 만든 지 50년이다. 3대째 내려오는 부채 만드는 일은 가업이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부채를 만들고 있는 김대석(64)은 전라남도가 지정한 접선을 만드는 ‘부채장’으로 무형문화재다.

8년 전 전라남도 담양군에서 ‘부채장’ 명인으로 지정 받고, 담양군 향토 무형문화유산에서 지난 2009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부채장 김대석(64)씨를 담양군 죽향문화체험마을에서 만났다.

부채 인생…그의 노력

그는 4월부터 10월까지 담양군에 위치한 죽향문화체험마을 정자에 앉아 일반인들에게 부채 만드는 체험을 도와준다. 잊혀져가는 문화를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형문화재가 된 것이 아니에요. 전국에 접선을 만드는 장인은 저 혼자 남아 있습니다. 접선은 서민적이라는 이유로 단가가 높지 않아요. 접선을 만드는 장인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더 이상 작업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부채장 김대석(64)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서민용 부채를 만들고 있는 한 사람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전통의 맥을 잇자는 소박한 마음이다. 슬하에 자식 1명이 있지만 그의 자식조차 돈벌이가 안 된다고 계승을 거부했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이 일은 그의 인생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부채를 보존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접선’을 만드는 사람들도 떠나고 한국전통 부채가 사라져 가고 있어요. 지금 현재 ‘접선’ 부채는 전라남도 문화유산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전통 부채가 우리나라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죽향문화체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부채 만드는 것을 한 참을 쳐다본다. 대나무, 한지..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부채가 아름다운 것이다.

“제가 일을 배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사는 분들이 100원주고 산다면 100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에요. 장인(匠人)정신으로 거짓으로 하는 것 없이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드리는 것이에요. 제가 만든 부채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그런 보람으로 부채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민적 부채 ‘접선’

부채는 우리 고유의 전통예술로써 선조들이 접선의 면에 글과 그림을 그려 서로 주고받으며 멋과 풍류를 즐겨왔던 물건이다. 섬세한 작업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공예품으로 임금께 진상하거나 사신들이 챙겨가는 선물품목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합죽선’이 선비의 부채라면 ‘접선’은 서민의 부채다. 접선은 고려시대에 처음 발명돼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나라 부채의 기원에 대해 스님이 덥다고 하니 착안을 해서 지금의 부채모양은 아니지만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부치는 것에서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채는 있지만 각기 모양이 다르다. 일본과 중국은 부채모양이 똑같은데 우리나라 것 만 독특하다고 그는 자부한다.

우리나라 부채는 3종류다. ‘원선’이라고 모양이 둥근 부채가 있는데 이것은 현재 전라북도에서만 만들고 있다. 이것을 만드는 사람을 '원선장'이라고 하며 무형문화재 2명이 있다. 그리고 ‘합죽선’이라고 얇게 깎은 겉대를 맞붙여서 살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나 천을 발라서 손에 쥘 수 있도록 만든 부채가 있다.

또 하나의 부채가 서민용 부채로 접었다 폈다 하게 되어 있는 ‘접선’이다. 그는 ‘접선’에 들기름을 먹이면 ‘유지선’이라고 해서 이슬비를 맞아도 찢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서민적인 부채며 마음에 부담감이 없이 쓸 수 있고 기능성 부채라는 것.

흔히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부채를 들고 하는 ‘한량무’, '부채춤' 등이 접선을 사용한다. 그리고 무속인 들이 굿을 할 때 쓰이기도 하는데 신(神)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렇듯 부채가 여러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부채의 재료는 다 똑같다. 그에게 재료에 대해 물었다.
“대나무와 한지, 그리고 쌀을 불려 만든 풀을 사용해 대나무에 한지를 붙여요. 풀을 만들 때 3~4일 정도 물에 불려서 그 쌀을 갈아서 끊여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있는 풀보다도 강도가 좋아요” 구수한 부채의 재료들이다.

우리가 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부채가 옛날에는 다섯 집 정도가 분업화를 했다고 한다. 처음 삿대(부채를 잡는 부분)를 깎는 작업을 하는 것을 ‘초입방’, 그 다음으로 구멍을 뚫어 사북(부채의 중심축)을 박는 ‘사북방’이 있다. 그리고 부채 몸통을 만드는 것은 ‘정면방’이라고 했고 종이(한지)를 접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환방’, 종이를 풀에 붙이는 것을 ‘대백방’에서 했다 이렇듯 부채는 ‘오방’에서 나왔다.

현재 접선은 분업화가 없어졌다. 그가 홀로 이 과정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바램

지난 1960~70년대 그의 집에서는 1년 10만개 이상의 많은 부채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1년에 7천여 개의 부채를 만든다. 많은 양이 줄었다. 중국산 부채가 들어와 부채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에 그는 씁쓸해 했다.

중국산과 우리나라 부채를 비교했을 때 대나무 자체가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대나무와 중국산 대나무는 다릅니다. 중국 대나무는 기후, 토질이 우리나라와 달라 나무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대나무는 잘 부러지지 않습니다. 휘어졌으면 휘어졌지요. 우리나라 대나무를 사용할 때 ‘왕대(참대나무라고도 함)’로 사용을 하는데 이때 3년산 ‘왕대’로 사용을 합니다”

한 평생 부채를 만들어 온 장인에게는 중국산 부채가 달갑지 않다. 그는 종이와 대나무 모두 질부터 다르다고 했다. 우리나라 부채에는 유해물질이 없지만 중국산 부채는 염색을 하고 윤기가 나보이게 하기 위해 코팅을 하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우리나라 부채는 자연 그대로 만드니까 유해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산이 봇물처럼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유일한 접선 부채장 김대석(64)은 불안하다.

“일본도 현재 수작업 장인들이 없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중국산이 들어오니 우리나라 제품이 주춤하는 것이 위태롭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부채를 만들어 달라고 그를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접선 ‘부채장’ 김대석

“우리나라 부채를 만들어 주게 되면 우리나라 문화가 없어지게 됩니다. 남사당패 줄타기가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 때 사용되는 부채를 제가 해 주었습니다. 이런 문화가 유지가 되어야 되는 데 이런 문화가 없어지잖아요. 제가 일본에 만들어 주면요”

그리고 그에게는 또 하나의 바램이 있다.

“진실된 마음으로 부채를 만들 수 있는 계승자가 생겼으면 합니다.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서 부채를 만들 사람이 있으면 저도 온갖 정성으로 가르쳐 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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