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 중심에 홀로 서서-2]왜 이별을 두려워하는가!
[인생 그 중심에 홀로 서서-2]왜 이별을 두려워하는가!
  • 이찬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2.10.24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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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이찬석] 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헤어지고 나서 그리워하니까 두려운 것입니다. 모든 이별은 이와 같은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이별을 두려워합니다. 추억이 수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이별은 없습니다. 이별의 무대 속에서 주인공이 되는 일은 몹시 서글픈 일입니다. 헤어지는 이유를 동반한다고 해도 이별은 그러합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가 함께해 온 시간과 추억들을 한 순간에 백지 상태로 만들어 놓지는 않습니다. 두고두고 유물로 남아 삶의 한쪽을 스산한 바람이 들어차게 합니다.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치러야 하는 숙제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중심에 홀로 서서 살아갑니다. 그 중심 속에는 치열한 자기 구제의 연민과 두려움에 대한 압박이 존재합니다. 인생은 스스로 풀어 가는 문제로 가득차기보다는 함께 풀어 갈 수 있는 과제물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벗해서 살아가지만 누군가 벗했을 때의 외로움은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에 비길 바가 아닙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무수한 책임 앞에서 자유롭지 않게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외로움은 누군가 곁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입니다.

벗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살아갑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세상에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타자와의 다른 관점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지만 결국은 삶의 중심에 홀로 놓인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결국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다가 홀로 살아가는 훈련을 하게 되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홀로는 인간은 누군가와 벗해서 살아갈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깨우침입니다. 인간의 삶은 이별의 준비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만을 예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열망하는 드라마로 종결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누군가를 선망하며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결국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준비는 하되 홀로 살아 갈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별 앞에 서 있습니다. 이별은 함께할 수 없다는 내면의 외침이며 천천히 결론지어진 선언입니다. 그 외침을 하려고 하면 우리는 두려움과 슬픔이라는 두 가지 명제 앞에서 영혼의 구김을 체험해야 하며 혹독한 고독을 그리게 됩니다. 이별의 무대 앞에서 희희낙락하는 강심장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두려움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살아갈 수 있는 행운을 더 많이 누리며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로운 문제는 지금 우리 각자가 느끼며 살아가는 고독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모든 이별이 다 지혜롭거나 타당한 결론을 제공해 주지는 않습니다. 더 크고 무거운 문제 앞에 자신을 밀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경쟁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원칙이 무너진 경쟁사회가 두려운 것이듯 서로를 위하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상대의 가치를 중시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고독한 삶의 항해를 엿보게 하듯 굵은 빗방울이 대지의 얼굴을 때리며 내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마음속에서 비가 내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보다 색채가 더 짙어서 당신의 영혼을 영원히 적셔 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약한 삶의 지표 앞에서 우리는 모두 작은 난쟁이입니다. 누군가를 벗해서 행복을 얻고자 살아가는 이들이여! 두려운 자리에 서 있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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