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혁 기자] 타인에 의해 불법으로 납북된 기간 동안에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1977년 납북된 전 육군 군무원 J씨의 부인 A씨와 자녀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인해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은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와 달리 원심이 이 사건 불법행위가 있은 때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데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경남 진해 육군 수송기지창에서 항공기 정비사로 근무하던 군무원 J씨는 1977년 10월 항공기 검사관 L씨와 비행기를 점검하던 중 L씨가 비행기를 이륙시켜 함께 북한으로 넘어갔다.
당시 관할 보안부대 조사에 따르면 L씨는 간통 혐의로 고소당할 상황에 처하자 비행기를 몰고 월북하고, J씨는 비행기 점검차 탑승했다가 L씨의 돌발적인 이륙을 저지하지 못해 함께 월북된 것으로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J씨는 2005년 8월 창원지법에서 실종선고 판결을 받았고, 부인 A씨 등 가족은 J씨가 자진월북자가 아닌 납북자임을 증명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납북자로도 인정받았다. 이에 A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국가는 A씨에게 4166만 원, 자녀 3명에게 503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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