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혁 기자] 변호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수임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 의뢰인은 착수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또한 변호사가 위임사무를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무조건 성공보수 전부가 지급되는 것도 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30일 ▲어떤 경우에도 착수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항 ▲특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무조건 승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 ▲재판관할법원을 변호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조항 등 3개 변호사 사무소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고객이 변호사에게 이미 착수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일체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A변호사 사무소 약정서는 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하므로 무효의 약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변호사가 착수금 수령 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수임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등 변호사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고객은 변호사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착수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끔 시정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무조건 승소 간주 조항을 담은 B변호사 사무소의 약정서도 무효로 판단했다.
B변호사 사무소의 약정서를 보면 ▲본인(의뢰인)이 임의로 공소사실을 시인하거나 상소(항소, 상고 등)를 포기 또는 취하한 때 ▲본인이 약정서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진술한 사실이 허위인 까닭에 변호사가 위임계약을 해제한 때 ▲본인이 계약을 해제하거나 기타 변호사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위임이 종료된 때와 같은 경우에도 성공보수 전부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위임사무가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는데도 변호사의 노력 정도, 위임사무 처리의 경과, 당사자 귀책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해 성공보수 전부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 또는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해 약관법상 무효”라고 판단해 위 조항을 삭제토록 했다.
재판관할법원을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C변호사 사무소의 약정서 조항도 삭제했다. 공정위는 “C변호사 사무소의 이런 약관조항은 민사소송법상의 관할 규정보다 고객에게 불리하게 관할법원을 약관에 규정한 것이어서 경제적 약자인 고객에게 응소 및 제소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고객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조항에 해당해 약관법상 무효라며, 공정위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일반 소비자들이 법률전문가에 비해 법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공정한 약관을 사용하는 일부 법률사무소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번 약관 시정을 통해 소송위임 분야에서 분쟁 발생이 줄어들고, 법률소비자의 권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금번 시정조치와는 별도로 대한변호사협회 및 각 지방변호사회에 협조를 요청해 변호사 약정서상에 불공정 약관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약관의 자율적 시정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 이후에 법률사무소의 약관이용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불공정약관이 발견될 경우 이를 적극 시정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시정 조치는 변호사들의 전체 표준약관에 대한 시정조치가 아닌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하는 개별 변호사 사무소 몇 곳을 적발해 시정한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약관 내용을 미리 숙지해야 하며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변호사)와의 계약은 지양함으로써 미연에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착수금을 무조건 반환하지 않거나, 특정사유 발생시 승소를 간주하거나, 재판관할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거나 특별수권사항에 대해 일률적으로 위임하는 조항 등은 불공정한 약관이므로 이러한 조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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