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 저하로 환자의 건강권 침해”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 저하로 환자의 건강권 침해”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2.06.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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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송형곤 (사)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
[박봉민 기자] 대한민국 의사들이 “수술을 포기하겠다”고 들고 일어났다. 의사들의 특권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술을 왜 ‘포기’하고 나섰을까? 오는 7월1일부터 정부는 4개 진료과목(외과, 안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에서 7개 질환(맹장, 탈장, 항문. 자궁 및 부속기 적출술, 제왕절개술. 편도선적출술, 백내장)에 대해 ‘포괄수가제’ 즉, 진료비 정찰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럼 의사들은 왜 수술까지 포기하면서 이 제도를 반대하는 것일까? 에서는 지난 14일(목) 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의 송형곤 공보이사 겸 대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 대변인은 인터뷰 과정 내내 ‘포괄수가제’에 대한 반대는 결코 경제논리나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 아닌 의료의 질 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포괄수가제’ 뿐만 아니라 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논쟁 역시 환자의 건강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 역시 그는 인정했다. 그만큼 의사집단이 우리 사회에서 경제논리에 사로잡혀 도덕성이 결여된 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내부적 노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또한 송 대변인은 ‘수술거부’ 혹은 포기가 자신들에게 악재임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의 성의 있는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 이것 외엔 없다고 토로했다. 자신들 역시 적잖은 부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정부당국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강한 불쾌감과 불신을 드러냈다 송 대변인은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행태에 대해 “반드시 고쳐 나갈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특권과 의무를 가진 의사(醫師). 그들은 왜 수술을 포기하려 하는지,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송형곤 (사)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과 일문일답이다. “‘수술거부’ 아닌 ‘수술포기’...응급상황엔 수술 할 것” - (사)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란 어떤 단체. ▲ 의사들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한다. 국민들은 보통 수가협상이나 이런 것들만 알고 계신데 그런 것뿐 아니라 의사면허와 관련된 부분, 전문의 시험, 의사 시험, 각종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연구 및 보건복지부와 협조하는 부분들, 건강과 관련한 대국민 홍보사업, 의료지원 사업, 특히 남북한 간의 의료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 ‘포괄수가제’라는 것 자체가 ‘진료비 정찰제’다. 그래서 7월1일부터는 전국 어디를 가나 맹장염 수술을 받으면 똑같은 돈을 내는 거다. 정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현재는 병원이나 의원 측에서 포괄수가제나 ‘행위별 수가제’ 어느 것을 선택해도 관계없다. 그것을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강제로 7개 질환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만 시행하겠다는 것이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반대다. 우리가 반대하는 이유는 작년부터 줄곧 정부 측과 대화를 했다. 그런데 이 시범시행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왜 지금 와서 반대를 하느냐고들 한다. 그건 강제니까 반대하는 거고 안 좋으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주 형편없는 진료를 받게 된다는 말이다. 제가 뭘 하나 보여드리겠다.(송형곤 대변인은 한 공중보건의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는 ‘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조금 전에 올라온 건데 이 분은 외과 전문의로 현재 지방의 공중보건의로 계신 분이다. **병원에서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했었다. “(글의 한 구절을 읽으며) 수술실에 들어가니 수술실 감염방지를 위해 최근에 대부분 사용하는 일회용 수술가운과 기구도 쓰지 않습니다.(중략)”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좋고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런데 최소한의 것은 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돈 없다고 줄여야할 부분이 있고 기본적으로 베이스를 깔고 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포괄수가제’는 그런 면에서 아주 저질의 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런 제도다. 그러니까 ‘맹장은 무조건 100만 원에 해라’ 그러면 물론 그 안에서 해결이 되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 건강했던 분들은 수술 후 3~4일 만에 금방 퇴원하고 이런 분들도 있겠지만 복잡하게 연세가 드셨거나 중간에 부작용이 생겼거나 아니면 합병증이 생기거나 하는 경우에는 커버를 못한다. 그러니까 100만 원 안에서 모든 것을 하려다 보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다 싼 것으로 쓸 수밖에 없고 그런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저희가 사실 외과나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정도의 분야들은 포괄수가제 시행해도 경제적으로는 절대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수가를 더 잡아줬다. 그래서 ‘포괄수가제’라는 것을 위 3개과에선 올해 당장 시행해도 경제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해피하다. 정부가 이러한 제도나 정책 특히 수가와 관련된 정책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하냐면 첫 해는 올려준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 깎는다. 의약분업 때도 그랬다. 그런 부분이 하나 있고, 행정적으로도 ‘포괄수가제’가 편하다. ‘포괄수가제’라는 것이 뭐냐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맹장수술을 받고 돈을 냈다. 100만 원이면 환자는 20만 원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나머지 80만원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는다. 그런데 ‘행위별 수가제’는 청구를 다 따로따로 한다. 그러니까 맹장수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수술비, 그 다음에 진찰료, 방사선검사료, 피검사료, 약값, 병실료 이런 것들을 다 따로 청구를 해야 하니까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복잡하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이런 식으로 해서 누구를 맹장수술 했다고 하나 올리면 다 나온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간편한 지불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간편하고 경제적으로 당장 이익이고 함에도 우리가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면, 의료의 본질은 환자를 위함에 있기 때문이다.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것,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 뻔히 보이는데 당장 눈앞에 이익이 된다고 어떻게 찬성을 하겠는가. 그건 아니지 않는가. -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해 오는 7월1일부터 일부 과목에서의 수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때 제왕절개나 맹장 수술 같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들이 포함이 "됐다" "안됐다" 말도 많았다. 이에 대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 입장인가? ▲ 그런 비난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우리도 그게 제일 문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느냐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거 말고는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슈화도 안되고... 그 전에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여러분들이 '포괄수가제‘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이 이런 인식을 하고 계신다. “포괄수가제가 뭐야?” 하면 “잘 모르겠는데 진료비 좀 싸진데. 그런데 의사들은 반대한데” 그러면 “어! 그럼 그거 정말 좋은 건가 보다” 이게 국민들의 기본적인 정서다. 의사집단 자체가 어떻게 보면 ’가진 자 집단‘ ’경제적인 것만 노리고 환자의 생명 이런 것은 생각 안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이다. 이번 발표 이후에도 의사들은 평소처럼 진료는 다 한다. 진료는 다 하는데 위에 해당되는 분야에서 응급성이 없는 수술들은 안하겠다는 것이다. 수술거부가 아니라 수술포기다. 이것이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술포기인지 치료포기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치료를 못 받는다는 것 아닌가. 그런 거에 대해서 여론적인 면에서 굉장히 부담인 것만은 사실이고 그것이 악재라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건 이 방법 말고는 이 결정(포괄수가제 시행)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이제는 없다. 끝까지 온 것이다. 보건복지부한테 계속 얘기를 해왔는데 안되고 있고, 그리고 작년 11월부터 이 강제시행에 대해서 한 목소리로 반대를 했다.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이 된다는 것이다. 건강정책보험심의위원회(건정심)라는 곳이 있다. 그게 수가와 관련한 최고 의결기구다. 그런데 그곳이 인원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냐면 의료소비자단체가 8명, 의료공급자단체에서 8명(의협 2명, 병원협회 1명, 간호사협회 1명, 치과협회 1명, 한의사협회 1명, 제약협회 1명, 약사협회 1명), 나머지 8명은 공익적인 인물로 선임을 한다. 그런데 그 8명에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 2명,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이렇게 들어가 있다. 총 24명 가운데 소비자단체 8명은 수가가 비싸지길 바라겠는가, 저렴해지길 바라겠는가. 당연히 저렴해지길 바라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부 측 8명 역시 마찬가지로 저렴해지길 바란다. 의료공급자단체 8명 가운데서도 의사는 딱 3명이고 그나마 1명은 병원협회고 나머지 제약업체나 이런 곳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24명 가운데 2명만이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얘기를 듣다가 “자! 표결합시다” 그래서 땅땅 두드리고 의료계가 합의했다고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수순으로 저희가 3주 전에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그 다음에 ’포괄수가제‘를 하는데, 이걸 바꿔야겠는데 방법이 뭐가 있는가. 이 방법(수술포기) 밖에 없다. 이렇게 해놓고 다시 얘기를 하자는 것이다. 불러내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알리고...그래서 이것(수술포기)이 굉장히 안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다 알지만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 생명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만 골라서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백내장, 일주일이나 한 달 수술 연기해도 불편하다 뿐이지 병이 진행된다거나 백내장 수술을 못한다고 해서 사망한다거나 이럴 일은 절대 없다. 편도적출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편도선 수술인데 감기 걸리면 목이 붓는데 이거 너무 크니까 이걸 잘라내 주는 것이다. 이 수술도 방학 때 건수가 엄청나게 많다. 원래 사춘기 이 시점에서 편도선이 커지니까. 바꿔 말하면 불편하다 뿐이지 응급성은 없는 수술이라는 것이다. 치질, 탈장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수술포기에서) 빼겠다는 것이 두 가지다. 제왕절개하고 맹장은 응급성이 있다. 맹장수술의 경우 수술시기를 놓치면 복막염으로 진행되고 연세 드신 분들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계속 진료하고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요즘에 사주팔자 좋게 만든다고 시간 지정해서 낳는 산모들 있는데 그런 수술은 안하겠다. 하지만 전치태반이 걸리거나 정상분만 도중에 애가 진행이 안되서 산모나 애기가 위험하다 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정상적으로 한다. - 그런데 제왕절개나 맹장에 대한 수술포기 얘기는 왜 나온 것인가. ▲ 잠깐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그저께 오전에 4개과(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회장들과 저를 포함해서 의협 회장, 부회장 등 집행부가 조찬회동이 있었다. 사실, 보도제한하면서 비밀을 유지하다가 한꺼번에 얘기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어디서 새나갔는지 모르겠는데 회의 끝나고 한 8시 40분쯤 나오는데 전문지 기자 2명이 로비에 앉아 있었다. ‘이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슬슬 접근을 해오는데 저와 회장님 같이 언론의 노출이 많이 된 사람들은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 지 아니까 빠졌는데 나머지 4개과 회장님들은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거기다 몇 마디를 한 것이다. 1시간쯤 지나니까 제 전화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확인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그때는 이미 저도 부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안내고 계속 “이렇게 됐다” 그러면서 개별적으로 대응을 하다가 한 5시쯤 되니까 중앙일간지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전문지가 먼저(터뜨린 것이고), 마지막으로 모 일간지와 새벽 1시쯤 전화통화를 했다. 그래서 이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다 설명을 했는데...이 7개 질환 가운데 가장 강조를 했던 것이 “응급상황이 있을 수 있는 질환은 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질환의 포함 여부 역시 실제 진료과가 정리해서 12일에 결정을 할 것이다. 그 응급이 있는 질환은 맹장하고 제왕절개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미 언론에서는 수술거부라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어제 그 기자랑 다시 통화해서 막 뭐라고 했다. 언론에서는 “제왕절개, 맹장도 수술 못해” 이렇게 해놓고 밑에 “응급질환은 빼기로 했다”고 끝에 작게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까 어제 하루 종일 산부인과 학회에서 난리나서 나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된 것이냐 물어온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보도자료 다시 내고 지금 정정을 하긴 했는데 이미 그것 때문에 여론이 엄청나게 안 좋아진 부분은 있다.(한숨) - 일부 의사나 산부인과 등 개별 진료과와 의협 집행부 사이에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이 문제가 일선 의사들이나 개별 진료과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없이 진행된 것인가. ▲ 그런 건 아니다. 4개과 회장님들이 회동에 나오실 때 과 자체의 컨센서스는 어느 정도 가지고 나온 것이다. (격앙된 목소리로) 하지만 제왕절개, 맹장 보도가 나가면서 과 별로 성명서가 다시 나오는 과정이 외부에서는 “지금 다른 목소리 내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그건 아니다. - 아까 ‘수술포기’라고 하셨는데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 정부에서는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고 나왔다. ▲ 우리가 처음에 시작할 때 그런 것 신경 안 썼겠나. 다 고려했다. 지금 와서 그런 거 가지고 겁나니까 이제 하지 말아야지? 무슨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 요구는 경제논리 아닌 ‘여성건강권’ 위한 것” - 주제를 바꿔서 의약품 재분류에 대해 묻겠다. 현재 진행 중인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 몇 가지가 미비한 점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사후피임약에 관련된 내용이다. 그것은 절대 일반약이 되면 안된다. 이건 경제논리가 절대 아니다. 사후피임약이 지금 약국에서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여성건강권을 굉장히 침해할 소지가 있고, 실제로 침해할 것이다. 왜냐면 의사를 만나서 피임에 대한 상담을 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막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 다음에 약을 먹을 것이다. 그 약은 임신을 정확히 진단하고 임신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진료나 이런 게 이루어진 후에 그래도 정 안될 경우에 이걸 딱 먹어줘야 한다. 실제로 원치 않는 임신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서 병원에 오신 분들 중에 반 정도는 약을 안 먹어도 된다. 임신이라는 건 배란기하고 맞아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 배란기나 이런 걸로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오늘 사먹어”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일단 불안하니까 다 먹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한 달에 4~5번을 먹으면 하혈이 엄청나게 심해지고 부작용이 심각한 약이다. 100번 양보를 해서 사후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가 되면 실제로 낙태하는 비율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 약의 목적이다. 그런데 유럽, 미국 같은 사례를 보면 사후피임약 생기고 난 후에 한 두 달은 낙태율이 약간 떨어지다가 6개월 지나면 똑같다. 낙태는 다 한다는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 사전피임약 같은 경우는 어떤가. ▲ 사전피임약이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가 됐는데 사전피임약 같은 경우도 계속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전피임약 부작용 중에 혈전형성 같은 게 있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비행기 ‘이코노미클래스’를 타면 좁은데 이걸 타고 5시간 이상을 가만히 앉아서 비행하게 되면 다리 같은 데서 혈관에 피가 뭉쳐 가지고 그게 떠다니다가 뇌로 가서 박히거나 폐로 가서 막히거나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은 첫 희생자가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사람이다. 경구피임약(사전피임약)을 먹게 되면 그런 부작용이 일어날 수가 있다. 그래서 그걸 먹는 분들은 다른 약들과의 연관성도 있고, 어떤 약을 먹으면 사후피임약의 효과나 배란 억제 기능이 왕창 많아져서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약에 따라서는 그 기능을 반감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가 진료를 하고 사용해야 한다. - 사전피임약의 경우 여성계 등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성관계까지도 의사의 판단을 받으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있다. ▲ 사전피임약은 한 달 내내 먹어야 하는 약이다. 배란 주기를 바꾸는 약이기 때문에 사전피임약이 사후피임약처럼 한 알 먹으면 임신이 안 되는 그런 약이 아니라, 사전피임약은 꾸준히 먹어야 배란 억제가 이루어지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진료 받으면서 자기 성관계를 얘기해야 할 필요 없다. 그냥 사전피임약을 먹고 싶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묻는 것이 가족력이나 혈관질환 여부, 다른 약의 복용 여부, 위는 괜찮은가 정도를 물어보고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다. - 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의사와 약사들 간의 논쟁이 양측의 이권 다툼,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면이 없지 않다. ▲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희는 본질을 얘기하는 것이다. 환자를 보는데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들은 약사가 아니라 의사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의사집단이 경제적인 것만 추구하는 아주 도덕성이 결여된 집단으로 인식되어 있는 자체를 우리가 바꿀 것이다. 이번 37대 의사협회 집행부의 최고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물론 1~2년 안에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사협회는 앞으로 수가협상과 같은 돈과 관련된 부분은 개원의협의회나 이런 곳으로 넘기려고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앞으로 의사협회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정도의 파괴력 내지는 신임을 받는(집단이 되는 것이다). 거기서 한마디가 나오면 국민들이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신뢰를 가지고 보건의료정책과 관련해 의사협회에서 얘기했다고 하면 정말로 “어! 그렇구나. 저건 들어야 해” 할 정도로 만들 것이다. 피임약 관련부분도 마찬가지다. 저희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약품의 분류가 문제가 아니라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아무나 팔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하면 사후피임약을 보완책으로 DER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DER이라는 게 뭐냐 하면 컴퓨터나 이런 데 들어가서 보험환자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걸 입력하면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나오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약을 팔았으면 그 사람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환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가든지, 아니면 정말 미성년자는 딱 못 팔게 하고, 이런 것들 같이 여러 가지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 없이 나오고 있다는 게 문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의사 만나서 진료 후에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러한 시각(밥그릇 싸움)들은 인정은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고 앞으로 그렇게 갈 것이고 그리고 그런 면에 있어서 얘기만 그렇게 하면 잘 못 믿으실테니까 윤리성 회복, 도덕성 회복 굉장히 큰 문제인데 그걸 스스로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면허 취소권을 의협이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부의견이다. 그래서 이상한 짓거리 하는 의사들, 수면내시경 한다고 재워 놓고 성폭행한다던지 하는 의사들 우리 스스로 면허 취소시킬 것이다. 올바른 방법이나 교과서에 없는 방법으로 치료를 해서 말기암 환자를 고쳤다느니 하는 경우 같은 의사들도 면허 취소를 할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아주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완성된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윤리규제부분과 관련해 고강도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 요즘 일부 진료과목에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저수가다. 수가가 낮으니까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2009년인가 자료를 보면 의원급의 원가보존률이 70%라고 나와 있다. 쉽게 얘기하면 100원에 이 물건을 파는데 이게 30%는 밑지고 판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의사가 모자란 과들은 어렵고 힘들 과들이다. 사명감 있어야 할 수 있는 과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이 안찬다는 얘기는 그거하면 나가서 밥 먹고 살 길이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대부분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수술을 하느냐. 절대 아니다. 잡과로 개원해서 감기 환자 보고 있다. 거기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하는 경우엔 성장클리닉, 지방흡입 이런 걸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수급의 불균형 문제는 저가 의료 때문에 생기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저가 의료구조나 이런 걸 타파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될 수가 없다. 이런 경우랑 똑같다. 서울시가 버스노선을 정리하면서 버스회사에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멀쩡히 잘 다니던 버스 노선이 이쪽 노선에서 흑자가 안 난다고 하면 스스로 폐쇄하고 다른 데로 돌리고 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서비스 엄청나게 좋아졌고 차가 깨끗해졌고 기사들이 시간에 쫓겨서 난폭운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수익이 보장이 되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만약에 힘들어서 흉부외과를 잘 안하겠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 나라에서 인센티브라던가 수가라던가 이런 걸 올려주고 육성책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면이 부족하다. - 최근 정치권에서 무상의료와 관련한 논의가 많다. ▲ 말도 안되는 얘기다. 무상의료가 지금 상황에서 말이 되나. 그럴 만큼 재원을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나. 플랜도 없이 말만 던져 놓으면 어떡하겠다는 것인가. 복지나 의료정책은 포퓰리즘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 상황판단을 하고 이게 무상의료로 갔을 때 얼마만큼의 재원이 필요한지, 각론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하는 정책적인 고려 없이 “아! 이거 공짜로 하면 다 잘되겠다” 이런 식으로 던지는 무책임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의사들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하려 노력할 것. 정부는 일방적 태도 바꿔야” - 정부 당국에 특별히 하고 싶은 당부는. ▲ 보건복지부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우리를 하부조직이라던가 소속단체라던가 하는 상하관계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지금 우리가 보건복지부 쪽에 계속 장관을 만나자고 회장이 애기를 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얘기가 없다가 지난주 금요일에 공문을 보냈더니, 이번 주 화요일에 6급사무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는 “내일(수요일) 3시까지 들어와라.”. 이건 좀 아니다 하는 게, 공문으로 보냈으면 공문으로 답변이 오는 게 정상이고 만약에 부득이하게 전화로 해야 한다면 거기에 합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걸 다 떠나서 6급사무관이 전화를 했으면 비서를 통해서 스케줄 조정을 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우리 스케줄 다 제쳐두고 “내일 3시까지 들어와라”? 이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들어와서 (장관을) 만나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보건복지부에서 돈 받는 단체도 아니고 지원받는 것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런 것 다 거부하고 안하고 있다. 제일 큰 시각차는 의사협회를 보건복지부가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는 걸 바꿔야 한다.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 정책 결정을 할 때 의사들과 파트너로서 같이 해야 한다.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의 관계로 가길 원한다. 보건복지부는 그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그 태도는 반드시 바꿀 것이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나갈 것이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 그런 시각을 해소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 그럼 아직 장관과 만나지 못한 것인가. ▲ 내일(15일) 노인 분들 대상으로 밥퍼주기 행사가 있다. 원래는 매 해 장관 나오고 의협회장 나가고 했는데 의사협회장 나온다니까 장관 안 온단다. 지금 그런 분위기다. 정부에서 자꾸 도망 다니고 있다. 그래서 저희는 “나와라 제발. 얘기 좀 다시 하자”고 하는데 그것 자체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 사안이 사안인 만큼 들어오라면 들어가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다. 절대 아니다. 왜? 처음에 시작하면서 그 분위기로 안가겠다는 것이다. 형식을 그렇게 맞춰놓으면 어차피 정부에서는 또 지시하는 형식으로 나올 것이다. 그래서 첫 단추를 저희는 절대 그렇게 안 낄 것이다. 지금은 이미 인간 대 인간이 아니라 단체 대 단체의 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탠스를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형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럴 때는 제3의 장소에서 따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 끝으로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대한의사협회는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의료의 본질을 찾는데 노력할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대학에 있다가 협회에 들어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지금 저희 상황이 열악하고 힘든 상황이다.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러니까 경제적인 걸 떠나서 의사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돼버렸고 그것의 근간에는 가장 큰 책임은 우리들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통렬한 반성을 하고 그 다음에 정말 전문가 집단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애정을 가지고 봐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끝으로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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