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회사 불용품 빼돌려 25만원 챙긴 직원 파면 정당
대법, 회사 불용품 빼돌려 25만원 챙긴 직원 파면 정당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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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정품을 사용하고 남은 더는 사용할 수 없는 불용품이더라도 회사 몰래 외부로 빼돌렸다면 이는 범죄행위로 회사와 근로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 중대한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파면’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T(한국통신) 전력기술팀 직원으로 근무하던 A(49)씨는 2006년 11월 직장 동료였던 고물상을 불러 회사 재산인 불용점퍼선 약 60kg을 외부로 반출한 것을 비롯해 2주 동안 3회에 걸쳐 불용점포선 390kg과 토막전력 케이블 100kg을 빼돌렸다. A씨가 전선을 빼돌린 행위는 CCTV에 포착돼 적발됐고, KT는 보통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의 소명을 들은 뒤 성실의무 위반, 조직 내 질서 존중 위반(승인 없는 물품 반출입), 품위유지 위반(회사 이익을 해하는 행위 등 금지위반), 회계처리 위반(회사재산의 망실 및 파손)이 이유로 ‘파면’ 처분했다. 파면을 당한 뒤 KT에 퇴직금 지급을 청구해 2019만 원을 받은 A씨는 2007년 1월 파면처분에 불복해 재심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반출한 물건은 정품이 아닌 불용품이고 물품의 시가 또한 소액이며,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불용품 반출행위에 대해 본인에게만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하는 것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반출한 피해 물품은 정품을 사용하고 남은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점퍼선, 토막전선 케이블 등 불용품(총 490kg)이었으나, 매각 처분될 경우 시가는 196만원 상당이었다. ◈ 1심 “파면처분은 정당…징계재량권 남용 아니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황현찬 부장판사)는 2010년 12월 A씨가 KT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파면처분은 정당하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반출한 물품이 불용품이라고 하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고, 피고 소유인 불용품을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점, 반출행위가 3회에 이르고 반출행위를 위해 원고는 고물상을 피고의 사업장내로 들어오게 하고, 피고의 업무용 차량을 무단으로 이용한 점, 반출 후 고물상으로부터 25만 원을 받은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파면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씨는 “반출행위 당시 월급이 압류돼 빚에 시달리면서 노모와 어린 자녀들을 부양하는 등 생활이 어려운 가정형편에다가, 종전 직장 동료이자 고물상을 시작한 K씨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충동적으로 반출행위를 하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했다. ◈ 항소심 “파면은 징계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해 무효”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에 대한 피고의 2007년 1월5일자 해고는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비록 불용품이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피고 소유의 물품이므로 이를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범죄행위로 평가되는 점, 3회에 걸쳐 반복되는 반출행위 과정에 고물상을 야간에 피고의 사업장 내로 들어오게 하고, 피고의 업무용 차량도 무단으로 이용한 점, 반출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반출행위는 객관적으로 봐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입사해 14년6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2회 표창을 받았고, 원고가 반출한 불용품들은 보관창고에 입고되지 않은 채 상당기간 방치돼 있었고, 어려운 가정형편에다 종전 직장 동료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반출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등 그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또 “반출행위로 인한 피고의 손해액이나 원고가 취득한 대가가 그리 크지 않은 점, 원고가 반출행위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반출행위와 유사한 징계사유에 대한 피고의 다른 징계처분과 비교할 때 원고에 대한 파면처분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원고의 반출행위만으로 피고와 원고 사이의 14년6개월 동안의 근로관계를 단절할 정도로 원고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가 반출행위만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 대해 파면처분에 이른 것은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 대법 “파면은 정당…사건 다시 심리하라 파기환송” 그러자 KT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회사 불용품을 외부로 빼돌렸다가 파면된 KT 전 직원 A(49)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상고심(2012다24040)에서 “파면은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파면은 정당하다’는 취지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피고의 직원은 법령과 규정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성실의무), 징계혐의자가 위와 같은 성실의무를 위반해 범한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은 파면이나 해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원고가 반출한 물품이 불용품이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피고 소유의 물품이므로 이를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사용자인 피고에 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그 법정형도 가볍지 않은 점, 원고의 반출행위는 3회에 걸쳐 반복됐을 뿐만 아니라 반출과정에서 고물상까지 피고 서비스센터 내로 들어오게 했고, 회사 업무용 차량도 무단으로 이용한 점, 원고는 반출행위의 대가로 고물상으로부터 돈을 받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원고의 반출행위는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정면으로 해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원ㆍ피고 사이의 고용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인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원고의 반출행위만으로는 근로관계를 단절할 정도로 원고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의 조치에는 징계파면의 정당성과 징계양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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