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희망여부? 항소심서 확인…무효 vs 적법
국민참여재판 희망여부? 항소심서 확인…무효 vs 적법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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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임에도 1심과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면 공판절차가 위법해 재판은 무효가 된다. 그런데 1심법원이 실수로 국민참여재판 희망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을, 항소심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피고인으로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받았다면 재판은 무효가 될까, 적법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이런 경우 항소심 재판부의 확인으로 1심 재판의 위법한 공판절차 하자가 치유돼 재판 전체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56)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40)씨로부터 2010년 4월 헤어질 것을 요구받은 이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2회에 걸쳐 400만 원을 뜯어내고 2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갈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폭행과 감금,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폭행하는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2011년 4월 “피고인이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유부녀임을 악용해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갈취하거나 유사성교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죄질이 아주 불량한 점, 범행으로 피해자가 받은 육체적ㆍ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데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항소했고,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2011년 11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을 당했다는 이후 피고인에게 ‘나 당신이 원하는 거 다 채워줄 수 없다는 여자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당신을 잊기가 힘들어’, ‘당신 옆에 있음 안 돼’, ‘나 사랑해줘’ 등 매우 애틋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춰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헤어지기를 간절히 원했음에도 협박 등에 의해 헤어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헤어지자는 피고인을 오히려 피해자가 붙잡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고, 돈을 갈취했으며, 감금하고, 강제추행치상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검사는 공소사실 가운데 강제추행치상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임에도 1심법원이 A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재판절차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항소심 재판도 무효라며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누구든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거나 배제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했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런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덧붙였다. 또 “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임을 간과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했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하자가 치유돼 1심 공판절차는 적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 “1심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1심법원은 강제추행치상 혐의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에 해당함에도,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다음 유죄로 인정한 것에 대해, 원심은 제7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받기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피고인이 ‘항소심 판결을 바로 선고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진술하자 다시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 등을 교부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할 경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에 희망의사를 적어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고 고지한 후 선고기일을 연기했고, 이후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제출해, 제8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이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법하게 절차를 진행해 1심 재판이 무효라 하더라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해 안내하고 숙고의 기회를 부여했으며, 피고인도 숙고한 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로써 1심의 공판절차상 하자는 치유됐다”며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와 소송절차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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