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응급환자 5시간 뒤 수술 사망…의료과실 아냐”
대법 “응급환자 5시간 뒤 수술 사망…의료과실 아냐”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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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뒤 5시간이나 지난 후에 수술을 받아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보며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6년 1월 서울대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A씨는 2008년 3월23일 밤 10시쯤 사우나에서 정신을 잃었고, 깨어난 후 의식이 저하되고 무력감 증세가 나타나 인근 병원 응급실에 이송됐다. 이 병원은 과거 A씨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뇌동맥류가 파열됐음을 추정하는 진단을 내리고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했다. 24일 자정 무렵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3차례 CT촬영과 뇌혈관조영술 등을 한 뒤 새벽 5시30분께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받았으나 석 달 뒤인 6월25일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과거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1차 뇌 CT촬영을 해 혈종을 확인했다면 과거 수술한 부위의 출혈가능성이 높았으므로 곧바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한 뒤 수술을 했어야 하는데도 불필요한 2ㆍ3차 CT촬영으로 인해 수술을 지연시켜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정진경 부장판사)는 2009년 7월 A씨의 유족들이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6억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뇌혈관 사이가 부풀어 오르는 일반 뇌동맥류와는 달리 뇌혈관 자체가 부풀어 오르는 방추형 동맥류 환자로서 수술이 매우 어려워 철저한 수술준비가 필요했고, 1차 뇌 CT촬영 후 망인의 의식수준이 저하돼 2차 뇌 CT촬영을 통해 뇌혈종 형상이 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등 피고의 처치과정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울고법 제9민사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서울대병원에 일부 과실이 있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의 상태, 피고 병원 의료진은 과거 망인의 시술 내지 진료 경력을 알고 있었던 점, 1차 CT촬영 결과만으로도 출혈부위 및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혈관조영술에 이어 응급개두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경우 재출혈의 위험성이 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들에게 처치 및 수술 지연의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A씨의 유족들이 “응급실에 실려 온 뒤 5시간이나 수술을 지연해 사망했다”며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0다95635)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해 진료할 수 있으므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망인은 피고 병원에 내원 전부터 의식저하 및 오른쪽 무력감 증세가 있었고, 피고 병원 도착 당시 의식수준은 혼미 또는 졸리움 상태였으며, 신경외과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망인을 최초 검진할 당시 이미 우측 반신 완전마비 상태였다”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임상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의 특성, 수술 난이도 등을 고려해 망인에 대해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 것인지, 조기수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망인의 출혈추정시점 후 약 7시간,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후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행위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해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하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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