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명령 불복해 1인 시위 벌인 공무원 ‘정직’ 정당
인사명령 불복해 1인 시위 벌인 공무원 ‘정직’ 정당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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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전보 인사명령에 불복해 무단결근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공무원에 대해 정직 3월의 징계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Y(가명)는 2011년 6월10일 충남 소방안전본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A소방서 관내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지방소방교 B씨에 대해 “B씨가 평소 욕설을 자주 하고, 여직원들에게 음담패설을 하며, 여직원에게 돌멩이를 던진 적도 있고, 근무시간에 술을 먹었다는 소문도 들린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A소방서가 진위를 물었는데, B씨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만약 글의 내용이 사실이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답변했다. A소방서는 B씨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욕설에 대해서는 3~4명이 ‘간접적으로 들었다’ 취지로, 음담패설에 대해서는 1명이 ‘간접적으로 약한 정도의 음담패설을 한 것으로 들었다’는 취지로, 음주에 대해서는 1명이 ‘직접 보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여직원에게 돌멩이를 던진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듣거나 본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충남도지사는 2011년 6월13일 B씨에 대해 “인터넷 투서와 관련된 해당 부서 직원의 공정한 조사 및 소방공무원의 자질향상, 복무기강 확립 분위기 확립”을 위해 다른 인근 근무지로 전보 인사명령을 했다. 인사명령이 있긴 바로 전 충남 소방안전본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작성자 Y명의로 “B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일전의 글은 술을 많이 먹은 상태에서 감정이 과장되어 표현된 것이다. 그 글은 상당부분 과장되었고 B씨의 평소 언행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분이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고, 도지사는 3일 뒤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다. B씨는 6월14일 A소방서장에게 인사명령에 대한 항의를 했고, 소방서장은 “문책성 인사조치가 아니라 공정한 조사와 복무기강 확립을 위해 시행한 인사다”는 취지로 설득했으나, B씨는 “부당한 인사조치다.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청와대, 법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 인사발령 거부하고 기존 근무지로 출근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A소방서 소방행정과장도 “부당한 인사명령이더라도 근무지에 출근해 이의제기를 하라”고 설득했으나, B씨는 반발했다. 이후 B씨는 이틀 동안 인사명령에 따른 근무지로 출근하지 않고 기존 근무지로 출근했으며, 6월15일과 16일 두 차례 인사명령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런 1인 시위 사실은 지역 인터넷신문에 게재됐다. 이에 충남도지사는 작년 7월22일 B씨에 대해 무단결근, 1인 시위, 시위사실을 신문기자로 하여금 촬영해 보도하도록 한 행위 등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성실의무, 복종의무, 직장이탈 금지의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파면 처분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충청남도 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했고, 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파면 처분은 가혹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정직 3개월로 결정했다. 하지만 B씨는 “Y라는 가명을 사용한 사람이 소방안전본부 홈페이지에 본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후 인사권자인 충남도지사는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인사명령을 한 것으로, 이는 문책성 내지 징계성 인사명령”이라며 “이에 비번인 시간에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부득이 2회 1인 시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A소방서 관내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본인이 인터넷에 게재된 내용과 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돼 인사명령이 난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인사명령에 복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인사명령에 불복했다고 하더라도 징계사유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설령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징계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는 소방공무원 B씨가 “부당한 인사명령에 불복한 데 따른 징계는 부당하다”며 충남도지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2011구합415)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하고, 그 전보인사가 법령이 정한 기준과 원칙에 위배되거나 인사권을 다소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인사권자가 인사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이 명백한 경우 등 전보인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그 전보인사가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명령에 따른 근무지는 기존 근무지에 비해 원고의 집에서 10여분 정도 더 멀리 떨어져 있을 뿐이어서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인사명령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소방서장 및 소방행정과장이 인사명령에 항의하는 원고에게 인사명령이 문책성 인사조치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설득하려 노력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다소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사명령을 무시하고 근무지로 출근하지 않고 소방서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인사명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한 것은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직장이탈 금지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조직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에 속하고, 공무원이 인사명령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다투지 않고 그 명령에 불복하면서 시위나 언론제보 등 사실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경우 이에 대해 적절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인사명령의 권위가 상실돼 조직 전체의 원활한 업무수행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소방관들의 경우 재난현장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서로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관계여서 동료들 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므로 이 사건 인터넷 글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원고를 다른 곳으로 전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소방서장과 소방행정과장이 인사명령의 경위에 대해 원고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음에도 원고가 이를 무시하고 위와 같은 행동을 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정직 3월을 명한 징계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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