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개조되지 않은 일반 ‘드라이버’는 흉기 아냐”
대법 “개조되지 않은 일반 ‘드라이버’는 흉기 아냐”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6.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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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일반 드라이버를 가지고 차량 창문을 부순 뒤 금품을 훔친 경우 이 ‘드라이버’는 흉기일까 아닐까. 흉기로 볼 수 없다면 단순 ‘절도죄’에 해당하고, 흉기로 본다면 ‘특수절도죄’로 가중 처벌돼 형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특별히 개조되지 않은 일반적인 드라이버는 ‘흉기’에 해당되지 않아, 드라이버를 이용해 금품을 훔쳤더라도 특수절도죄로 가중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35)씨는 2006년 6월 특수강도 등으로 광주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돼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지난해 2월 출소했다. 그런데 A씨는 작년 9월20일 울산 달동의 한 원룸 주차장에 주차된 택시를 발견하고 운전석 창문을 드라이버(20cm)로 파손한 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컵 홀더에 들어있던 동전 6790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고, 1심과 2심은 A씨에 대해 특수절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회의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누범기간 중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은 특수강도 등의 범죄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드라이버를 이용해 자동차 창문을 파손하고 금품을 절취한 것으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A씨는 “범행에 사용된 드라이버는 흉기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특수절도죄로 처벌한 것은 위법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단순 절도죄(형법 329조)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로 처벌하고, 흉기를 휴대할 겨우 가중 처벌하는 특수절도죄(형법 331조)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드라이버로 택시 창문을 부수고 동전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5)씨에 대해 특수절도죄를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형법은 흉기와 위험한 물건을 분명하게 구분해 규정하고 있고, 형벌 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해야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법 제331조 제2항에서 ‘흉기를 휴대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행위를 특수절도죄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흉기의 휴대로 인해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의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형법에서 규정한 흉기는 살상용ㆍ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나, 이에 준할 정도의 위험성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러한 위험성을 가진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물건의 본래의 용도, 크기와 모양, 개조 여부, 구체적 범행 과정에서 그 물건을 사용한 방법 등 제반사정에 비춰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드라이버는 일반적인 드라이버와 동일한 것으로 특별히 개조되지도 않은 점, 그 크기와 모양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흉기를 휴대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의 범행이 형법 제331조 제2항이 규정한 특수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본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관련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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