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이스피싱 업자에 통장 넘긴 30대 유죄
대법, 보이스피싱 업자에 통장 넘긴 30대 유죄
  • 표민혁 기자
  • 승인 2012.07.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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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혁 기자]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을 알았었다면 단순히 통장 만들어 넘긴 행위도 처벌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K(30)씨는 2008년 3월 생활정보지에 기재된 대출광고를 보고 대출업자를 만나 대출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대출업자로부터 “대출을 많이 받으려면 은행계좌를 많이 개설해 그 계좌들 사이에 입출금을 반복해 거래내역을 부풀려야 하므로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건네주면 1주일 후에 대출금과 함께 돌려주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에 K씨는 대출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서울 강남역 일대 8개 금융기관에서 10개의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넘겨주고 60만원을 받았다. 이 통장 등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됐고, 이로 인해 K씨는 2차례 경찰조사를 받은 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K씨는 경찰조사를 받던 중이데 또 다시 대출업자들을 만나 통장 등을 개설해 넘겨 줘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이태웅 판사는 2009년 8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3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K씨가 항소했고, 수원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조성권 부장판사)는 2011년 11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출업자를 가장한 자에게 기망당해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대출금과 함께 통장 등을 반환해 준다는 말을 믿고 통장 등을 건네 편취당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3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8년 4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대출업자들을 만나 8개의 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통장 등을 넘겨 준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데, 당시 그들의 인적사항이나 사무실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장을 돌려받을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 방법 등을 정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장 등을 양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통장 등을 넘겨주고 60만원을 받았고, 그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돼 경찰조사를 받던 중에도 또 다시 대출업자들을 만나 통장 등을 개설해 넘겨 준 점 등을 종합하면, 당시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통장 등을 양도한다는 범의도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것인데, 원심은 신빙성이 없는 피고인의 변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속단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반해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을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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