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옛말에 불이 나면 불같이 일어난다!
[칼럼] 옛말에 불이 나면 불같이 일어난다!
  • 이수홍 수필가
  • 승인 2012.10.25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샘터에서> 이수홍 ‘우리 집에 불났다’

[에브리뉴스=이수홍] 펑! 소리가 났다. 4월12일 아침8시10분이다. 아내가 “여보 무슨 소리에요?”

나도 듣고 순간적으로, 우리 집 건물이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지진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내려가 보고 올게요.”

2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니 연기가 차서 내려 갈수가 없었다. 그러자 바로 2층에서 화염이 올라왔다. 아내가 얼른 119에 전화를 하고 잠을 자고 있는 손녀 은수(36개월)를 안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참 뒤에 소방차가 경음을 울리고 왔다. 1층 두 집은 저녁에 잠을 자지 않아 2층에서 불이 난 것으로 알고 2층 사장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 여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대전에 있는 큰아들에게도 전화를 했다.

우리 내외와 손녀가 잠옷차림이어서 추어서 떨고 있는데 소방관 2명이 올라왔다. 그들은 불을 끄려고 올라 온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옥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보호하려고 온 듯 했다. 손에는 도끼로도 쓸 수 있는 망치를 들고 얼굴에는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소방관에게 추우니 방에 가서 옷을 입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덤으로 가지고 있는 방독면을 쓰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3층은 연기가 많은 것 같지 않으니 그냥 가자고 해서 우리 내외 겨울 외투와 손녀 포대기를 챙겼다. 소방관에게 사다리를 놔서라도 우리를 내려가게 해 달랬더니 전선 때문에 사다리를 놓을 수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동풍이 불어 연기가 서쪽으로 가고 있어 옥상에서 견딜 수가 있었다. 연기가 많이 사라질 무렵 집 앞에 둔 자동차가 생각나서 내려다보니 자동차도 불에 탄 것이 보였다.

완전히 진화가 되어 우리가 사는 3층에 내려와서 문을 활짝 열고 문틈으로 들어온 연기를 빼 냈다. 메케한 냄새가 나고 소방관의 말이 옷은 세탁을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1층 문밖으로 나가 보니 불은 1층 두 칸 중 <유토피아>전기제품 설치를 하는데서 나서 완전히 타버렸다. 불난 집 崔사장과 옆집 <유아마을>安사장도 와서 보고 구경 군들도 많이 모여 있었다. 큰아들이 도착하여 몸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 하지 말라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경찰관 두 명이 나더러 파출소에 가서 진술을 해달라고 했다. 나도 경찰관 출신인데 불이 나서 지금 보이는 것이 없는데 진술을 독촉하면 되겠느냐고 타이르고 만일 급하게 필요하면 3층 우리 집에 와서 받으라고 했다. 경찰청과 덕진경찰서 과학수사 화재감식반이 와서 화재감식을 했다. 감식을 마친 경찰청 閔경사가 나와 崔사장을 불러 누전에 의한 화재로 결론을 내려주었다. 최사장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우리 부부에게 사람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하고 복구를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07마7428 그랜저 자동차는 보험회사 직원이 보고 사용 할 수 없으니 폐차를 해야 한다면서 팔복동에 있는 정비공장으로 끌고 갔다. 오후에 그 차안에 있는 불에 타지 않은 물건을 가지러가서 부채, 추자1개와 동전 몇 개 만 가지고 왔다. 추자는 29년 전 군산경찰서에서 근무 할 때 중앙각 邢사장에게 선물 받았던 중국산인데 1개만은 필요가 없어 쓰레기봉투에다 버렸다.

故 오정숙 명창이 부른 동초바디 5바탕 중 심청가 CD 4번을 차에 끼어놔서 혹시 그것을 빼 낼 수 있을까 하고 다음날 또 정비공정을 갔다. 그 차는 폐차장으로 가고 없었다. 폐차장을 가서 그 사연을 말했더니 기술자가 딴 배터리를 갖다가 연결하여 빼 내려고 해도 안 되고 설영 꺼낸다 해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왔다. 운전석 옆에 추자가 한 개가 짝을 잃고 외롭게 있어 그걸 호주머니에 넣었다.

돌아오면서 차를 쳐다보니 6년간 정든 사람을 잃은 듯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그 차에 끼어있는 CD는 심 봉사가 황성 잔치를 가면서 탄식하는 대목이다. 도립국악원에서 배우고 있어 운전하면서 수시로 복습을 했다. 심청이가 환생하여 어머니를 만나고, 뺑덕이네가 심봉사와 잔치에 가면서 황봉사를 데리고 도망을 한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다.

그 차가 엔진은 이상이 없어서 중고차 상으로 가서 다시 운행하게 된다니 차가 내대신 그 대목을 감상하고 크락션으로 딸아 불렀으면 좋겠다. 집에 와서 쓰레기봉투를 뒤져서 추자의 짝을 찾아 주었다. 비록 무생물이지만 내손에서 귀염을 받던 물건의 짝을 찾아줘서 흐뭇했다. 이 또한 情 때문이다.

흔히들 불이나면 불같이 일어난다고 한다. 집에서 불이 난 줄을 아는 사람들도 전화나 메일 그리고 만나서 위안할 때 하는 소리가 다 그랬다. 물론 놀라고 괴로운 사람을 위안하려고 그런 줄 알지만 힘을 내고 있다. 최사장은 집수리를 하느라고 많은 손해를 봤단다.

나도 차를 새로 구입을 하면서 재산상의 손해를 봤다. 어쨌든 새 자동차를 타게 된 것도 불같이 일어난 것이라고 폭을 대고 신나게 운전을 한다. 아마 내막을 모른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아서 다시 차를 구입한 것으로 알 것이다. 그도 또한 나쁠 것이 없겠다. 전주에서 따로 사는 큰며느리가 와서 눈물 바람을 하면서 위로를 하기에

“아가! 걱정하지 말고 울지 마라, 옛말에 불이나면 불같이 일어난다고 했다 불같이 일어난다면 네가 하는 요리학원이 잘 될 것이니 그렇게 알고 걱정하지 마라!”고 오히려 우리 부부가 위로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1950년 6 ‧ 25사변이 나던 해 음력 10월15일 밤 11시경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을 겪은 일이 있다. 지리산 공비가 우리 집 길 건너에 있는 경찰지서를 습격하면서 방화를 했었다. 지서차석 경사 김덕삼이 허벅다리에 총을 맞고 우리 가족이 있는 방으로 피신을 했다. 공비는 그를 목격하고 사격을 했다.

어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다고 울면서 고함을 질러댔다. 집에 불은 타고 간신히 몸을 피해 텃밭에 쌓아 놓은 집단 속으로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뒤 공비 토벌은 완전히 되고, 우리 집은 초가집이 기와집이 되고 집안일이 잘 풀렸다. 이번 불로 피해를 많이 본 최사장, 우리 집에 함께 사는 모두 불같이 일어날 것이다.

소식을 듣고 목천 시인님이 보낸 위로 메일이다.

백학 ‧ 명고수님 !

파괴는 더 크고 좋은 건설 아니겠습니까. 불이 났으니 불같이 또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재난의 선포가 가히 용맹스런 빨간마후라 같습니다. 더욱 환한 백학으로 날으시기 바랍니다.

 ▽ 이수홍 프로필

- 판소리 연구가(고수로 활동)
- 행촌수필문학회회원
- 인삼공사 체험수기 최우수상(2006)
- 완도 고수대회 일반부 최우수상(2006)
- 경정 정년퇴임(1998)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