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통산업 격동의 현장엔 항상 그가 있었다"
"한국 교통산업 격동의 현장엔 항상 그가 있었다"
  • 조해진 기자
  • 승인 2012.11.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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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남근 (주)동양고속운수 대표

▲ (주) 동양고속운수 백남근 대표 ⓒ김현수 사진기자

매일 타는 출근 버스.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오르는 열차 또는 고속버스, 두근대며 해외로 여행 떠나는 비행기와 여객선 등 우리 일상생활의 연결고리인 ‘교통’과 평생을 함께한 인물이 있다.

1978년도 교통부 수송조정실 해운담당관 서기관으로 시작해 1979년 도시교통국 기획과장, 1986년 공보관, 1988년 안전관리국장, 1990년 도시교통국장, 1993년 수송정책실장(관리관·1급·차관보급), 1998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으며, 오로지 교통 한 길만 쭉 걸어온 (주)동양고속운수의 백남근(68) 대표다. 한마디로 그는 교통맨이다.

과거 교통부에 있던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이후에도 교통과 관련된 업무를 지속해온 백 대표. 그는 1998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 2번 연속 연임하고, 2006년에 동양고속운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또 다시 3번째 연임을 하는 등 교통 분야에 대해서는 명실상부한 베테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고속버스사장단의 모임인 한백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일평생 우리나라 교통 산업에 이바지하고 현재 고속버스와 인연을 맺고 있는 백 대표와 만나 교통 특히 고속버스에 대한 거대담론을 들을 수 있었다.

고속버스시대를 활짝 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백 대표는 고속버스터미널과 도합 15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으로 7년 동안의 임기를 마친 뒤 바로 동양고속운수(사무실이 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해 있다)의 사장으로 부임해 8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것.

그는 우리나라 고속버스 발전의 시발점이 된 고속버스터미널에 대한 이야기로 교통에 대한 담론을 시작했다.

“강남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생긴 1976년 이전에는 서울의 고속버스 터미널은 각 지역에 소규모 형태로 분산돼 있었다. 고속버스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지어진 고속버스터미널은 민간 건물이지만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았으며, 기차 중심의 운송문화에서 본격적인 고속버스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 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분산돼있던 고속버스를 한 곳으로 모으는 고속도로터미널이 지어지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이후 80년대까지 약 20년 간 고속버스 산업은 황금기를 맞았지만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른 교통수단이 많아짐에 따라 전성기에 비해 많이 쇠락한 것이 사실이다.

백 대표는 “더욱이 앞으로 3년 후에는 고속철도(KTX)가 전국적으로 생긴다고 하니 고속버스의 활로는 더욱 막히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KTX 확대 개통 등 다양화된 교통수단과 고속버스

백 대표는 “고속버스가 다른 대중교통들과 함께 안전, 서비스 등 여러 가지 항목들을 점수화한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대통령에게 표창을 받기도 했다”며 고속버스의 장점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고속버스는 요금도 적정하고 안전과 서비스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손님들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탈 때와 내릴 때 편안히 잘 모시겠다는 인사를 건네도록 교육한다”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안전성과 서비스에 자신감이 있는 교통수단이지만 현재 국내외 모두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환경적인 측면에서 고속철도에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철도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미국에서도 최근 고속철도를 놓겠다며 녹색성장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브라질, 중국, 영국 등도 함께 고속철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많은 빚을 지면서까지 전국의 고속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고속버스는 고속철도보다 약 8배 이상 가스 배출이 많기 때문에 녹색성장 측면에는 적합하지 않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당장에는 빚을 지더라도 긴 안목으로 본다면 고속철도를 놓는 것이 이득이다”

백 대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고속철도를 바라봤다. 그러나 “고속버스가 영원했으면 좋겠지만 현 정책에 맞춰가려면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고속버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고속철도가 들어서면 최대 피해자는 고속버스 쪽”이라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철도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 주로 장거리가 목표인 철도를 대신해 단거리와 중거리의 틈새를 노리고 밤과 아침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속버스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고속철도 확대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면

현재 녹색성장 정책으로 인해 고속버스의 쇠퇴를 우려하는 백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고속철도에 대한 방안을 얘기한다면 고속철도 민영화가 되는 경우 고속버스 회사 측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자꾸 변하는 것이므로 현 상태에 순응하면서 활로를 찾는 것은 고속철도를 고속버스 회사들이 맡는 것”이라고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국토해양부에서 고속철도를 국영과 민영으로 나눠 경쟁을 붙여 요금은 저렴해지고 서비스는 향상시킨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해당 정책이 실행된다면 우리 고속버스 회사들이 이 고속철도들을 나눠 맡겠다고 국토부에 이야기를 했더니 정부도 이에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재벌에게 민영화를 건네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피해자인 우리들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조건은 15년 동안 ‘임대’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잘 운영이 되면 연장도 가능하다”

백 대표는 적극적으로 고속버스의 활로를 찾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먼저 고속버스의 적절한 처우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버스는 기름값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요금인상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통산업 역사의 산증인

“처음 여기에 와서 보니 군 출신이 많았다. 합참의장을 하던 사람부터 시작해서 군 출신들이 전부 사장으로 있었다. 일부 군 출신들은 일보다 자기 자신의 위상을 내세우는 스타일이 많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관문 중 하나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는 가장 먼저 화장실부터 개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외국의 화장실들을 보고 오며 가장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을 적용시켰다. 이때 고속버스터미널의 화장실은 서울시부터 전국에서 화장실의 모범 사례로 꼽으며 각종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현대식 화장실 문화를 처음으로 도입해 퍼뜨린 셈이다.

또한 1994년 9호선 노선이 결정됐을 당시 고속버스터미널 한가운데를 지나가게 설계가 되자 박 대표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터미널 지하로 지하철이 지나간다면 후에 건물의 확장성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는 "이 노선이 수정되도록 하기 위해 1~2년 동안 뛰어다니며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 노력으로 마침내 9호선 노선이 광장지하로 우회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춘천 마라톤 대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마라톤과 헬스를 즐기는 건강남 백남근 대표. 그는 우리나라 격동의 교통산업 발전 현장에 있었던 산증인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과거 인천공항 설계에도 참여를 했었다. 당시 구상 단계는 4단계였으며 현재 2단계까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천공항이 그 때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 뿐 아니라 현재 중요시 되고 있는 녹색성장사업인 고속철도도 잘 됐으면 한다. 항공, 철도, 해운, 육운 모두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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