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In my life
[음악 이야기] In my life
  • 이지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2.11.0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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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John W. Lennon 1940.10.9~1980.12.8), 폴 매카트니(James Paul McCartney 1942.6.18~ ),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1943.2.2~2001.11.29), 링고 스타(Ringo Starr 본명 Richard Starkey 1940.7.7~) 등 네 명의 영국 리버풀 출신 청년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 비틀즈 The Beatles(1962~1970)! '비틀매니아(Beatlemania)'란 신조어가 대변하듯 아직도 그 전설은 진행형이다. 이들이 부른 수많은 명작 중에 세계적인 팝 작곡가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명곡, In my life(Rubber Soul 1965)노래가 있다. 작곡자인 존 레넌(John Lennon)이 ‘나에게 있어 중요한 첫번째 진짜 작품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았던 곡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옛 친구들과 연인들의 추억을 떠올라 만들었다고 한다.

몇 일전, 점심때쯤 컴퓨터대리점을 하는 배불뚝이 멤버인 친구 손영곤(43)이 찾아왔다. “시간 있으면 칼국수나 한 그릇하고 창원에 가자.”는 것이었다. 인생 자체가 우여곡절이 많은 친구라 뭐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 “어~ 잘 먹었다.” 너스레를 떨며 이젠 좀 바꿨으면 싶은 상곤의 차에 올라탔다. 털털털......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자 신선하고 청량한 창밖풍경들, 낙동강 하구 둑을 배경으로 라디오를 타고 내 귀를 간질간질, 비틀즈(The Beatles)의 In My Life가 흘러나왔다.

There are places I'll remember
All my life though some have changed
(내 삶속에 기억하는 몇몇 장소들이 있어요.
비록 어떤 곳은 변했고 어떤 곳은 영원히 그대로 있지만....)

7년 전, 옆자리에서 운전에 열중하고 있는 영곤은 대기업 L사 전산팀장으로 10년간 일했던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런 영곤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건축업 때문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재미삼아 조금 투자를 해 이익을 보며 관심을 갖더니 아예 회사를 그만 둬버렸던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마지않던 회사를 그만 뒀다고 하니 무슨 일 있나 싶은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 지인들은 하나같이 걱정이 앞세우며 영곤을 찾았다. 하지만 ‘큰물에서 놀아봐야겠다.’는 자신감엔 황당한 입맛을 다시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년도 못 되서 친구를 비롯한 선후배들의 조언과 의견을 묵살했던 그 자신감은 갈등과 푸념이 되어 영곤의 삶을 엉망진창의 수렁으로 빠트려버렸다. 영곤은 건축에 대한 특별한 기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돈(자금)대는 것이 전부였고, 집 담보를 시작으로 돈이 생겨나는 일이라면 뒷일을 걱정할 겨를도 없이 사업자금으로 끌어 모았다. 결국 1년도 못되어 차곡차곡 쌓인 빚은 감당하기 힘들게 돼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업자마저 잠적해버리자 부도난 회사 빚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우야믄 좋겠노?”
“...............”
“와? 미치고 환장하겠다.”
“................”
뭔가 해답을 바라는 푸념을 나 몰라라 어둠이 잦아든 낙동강 강변로 강둑 넘어 시커먼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영곤이 폐부 깊숙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작은 불빛들이 너울대는 물결위에 내뱉었다.
“푸~~~”

그렇게 말없이 줄담배를 안주 삼아 깡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나팔을 불기를 한참, 영곤이 흐느꼈다. 참아왔던 서러움을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인지
“꺼~억 컥, 커걱,”
“그래 실컷 울어라.”
차갑게 몰아치는 강바람에, 너울너울 시커먼 강물이 이미 주량을 한참 넘어갔는데도 설익은 취기와 처절한 흐느낌에 뒤죽박죽, “이것이 막다른 선택의 전조 아니가?”하는 불안함에 다섯 병째 깐 소주 한 모금을 나팔 불어 강물에 내동댕이치며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춥다. 그만 가자.”
“흐흑흑......”
차갑게 몰아지는 강바람에 꼼짝 않는 영곤의 모습이 흔들흔들,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에 어림 잡힌 500원짜리 동전 두 개다.
“짜슥 뭐하노? 가자.”
“흐흑흑.....”
“소원대로 큰물에서 놀았으면 됐제. 쪽 팔리구로 와 찔찔대는데?”
“흐흑흑...”
“짜슥, 자! 내 거금 함 쏜다.”
주머니에서 꺼낸 민망한 오백원짜리 동전, 엉겁결에 올려다본 영곤이 받아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나의 명령에 상체를 뒤로 재껴 귀청이 떨어져 나가게 똥배를 자랑하며 달빛에 비친 시커먼 너울거림을 향해 던졌다.
“확~ 던져뿌라.”
“으아악”
“됐다. 짜슥, 가자.”

그렇게 포장마차로, 술집으로,........... 눈을 떠보니 경찰서였다. 담당경찰관의 알듯 모를 듯 한 위로 섞은 일장 훈계에 알고 보니 비틀비틀, 비몽사몽, 몇 번을 옮긴 술집에서 사소한 시비로 주먹다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서에 연행되어 늘어놓은 영곤의 신세한탄에 험악했던 분위기는 누그러졌고 휘두른 주먹에 눈덩이가 시퍼런 연배 비슷한 생면부지남자의 술기운 풀풀한 위로 섞인 합의에 만취한 영곤과 나를 빼놓고는 원만하게 해결되었던 것이다.

해장으로 구수한 시락국을 후루룩 후루룩~~
“영곤아. 집에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다 잊어뿔고 다시 시작해라.”
“후루룩...........”
“니는 대기업 컴퓨터 박사 아니가.”
“후루룩 허~”
“후루룩.......................”

이젠 영곤은 컴퓨터대리점대표다. 경찰서에서 나온 다음날로 드라이버와 뺀치 등 집에 있는 연장들을 서류가방에 챙겨들고 시작한 일이다.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하며 부산 시내를 왔다 갔다, 수리할 장소로 음악학원 귀퉁이를 차지하고 수리 할 때도 있었지만, 고맙게도 정말 열심히 살아줬다. 그 덕분으로 소규모 컴퓨터수리 점에서 현재는 대형 컴퓨터 대리점사장님이 됐다. 그리고 얼마 전엔 “빚을 다 갚았다.”며 쑥스러운 저녁식사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니 여기 기억하나?”
“짜슥”
“니 죽는다고 훌쩍훌쩍 볼만했다 아니가!”
“짜쓱 그래 살려줘서 고맙다.”
“알제. 내 없었으면 니는.........”
“짜쓱아 그래도 나는 니처럼 500원은 안 쏟다.”
“그래도 내 재산에 반을 줬다 아니가.”
“짜쓱아 알았다. 내 이따 일 끝나고 말랑하게 한턱 쏟다.”
“진짜가”
“하하하...........”

에브리뉴스 이지영의 음악여행 독자 여러분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인생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버스노선처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가 싶습니다. 오로지 목적지만을 위해 몰입하다보니 존재를 잊어버린 버스노선, 여러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Beatles’의 ‘In my life’를 들으며 지난 추억으로부터 위안과 내일을 위한 재충전을 해보심이 어떨까요.

There are places I'll remember All my life though some have changed Some forever not for better
일생동안 내가 기억하는 그런 곳들이 있어요. 비록 어떤 곳은 변했고 어떤 곳은 영원히 그대로 있지만, 내가 평생 기억할 곳이 있어요.
Some have gone and some remain All these places have their moments With lovers and friends I still can recall
어떤 곳은 사라졌고 어떤 곳은 남아 있어요. 그런 곳은 모두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 아직 기억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있어요.

 

 <이지영 프로필>

밴드 The Unclerock (베이시스트) 1집, 싱어송라이터, 팝칼럼리스트, 에덴실용음악학원대표, 문화복지실천)여섯줄사랑회 이사, 문화분권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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