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영혼의 갈증…강물 되어 흐르는 그리움
[칼럼]영혼의 갈증…강물 되어 흐르는 그리움
  • 수필가 이현실
  • 승인 2012.1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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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수필가 이현실, 삼각형의 강

강은 언제나 내 영혼의 시발점이었다. 장거리를 달려온 선수처럼 언제나 내 영혼이 갈증이 날 때면 강물이 되어 흐르는 그리움이었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아 보이던 날, 상암동 하늘 공원을 갔다. 멀리서만 바라보이던 시계(視界)가 훨씬 가까워 보인다. 누군가 가만가만히 등을 밀듯이 잔잔한 물무늬를 그리며 한강이 흐른다.

나는 왜 항상 강을 바라보면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걸까. 찌르르 젖이 돌 듯 다정한 목소리 하나 어디에선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언제나 아득한 그리움이 되어 남아 있는 그곳.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 본지가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었던가!

잔잔한 햇살 속에 은비늘 툭툭 털며 뒤척이던 강. 비릿한 해초 냄새에 묻혀있던 그곳은 언제나 나를 열병처럼 달뜨게 만드는 그리움의 조각들이 묻어있다.

어릴 적 내가 자라던 동네에는 향령 산이라는 커다란 산이 있었다. 뒷집 아재의 손을 잡고 산의 정상인 자살바위에 올라서면 아득히 물러앉아 보이던 강 건너편의 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던 늠름한 산자락의 발꿈치가 닿을 듯 말 듯 한 그 산의 밑변을 수평으로 하여 푸른 강물이 오롯이 잠겨 있는 곳이 있었다. 어린 내 눈에는 그 산의 모습이 삼각형으로 보였다.

산을 오를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삼각형의 강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나의 눈높이에서 언제나 깨금발로 올려다보았던 아재의 눈. 그 아득한 높이의 몇 백배를 더 한다 해도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곳. 내가 갈 수 없는, 만져볼 수 없는 먼 먼 피안(彼岸)으로 생각되던 유년의 그곳. 어쩌면 그 너머에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꼭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그 너머를 동경했고 꿈꾸었었다.

그 강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러나 나는 누구에게도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건드리면 안 되는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는 나만의 신비스런 기억의 늪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었다.

기억의 늪 속에서 푸드덕 솟아오르는 한 마리 새처럼 지금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것은 무엇일까.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도도히 흘러가는 한강 물에 햇빛이 찰찰 부서지며 난반사를 일으키고 있다.

나는 그 빛 속에 젖어 한없이 맑고 투명한 빛의 알갱이를 본다. 그것은 유년의 기억 속에 잠겨있는 삼각형의 강이 아닌가. 세상 빛에 젖어있는 너무도 혼탁한 누군가를 보았다. 오만과 편견의 아집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울타리를 엮지 못했던 내가 그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좋은 강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까. 미움도 분노도 함께 삭이며 한강은 흘러간다. 뒤돌아보면 놓쳐버린 기억의 잔가지마저도 아쉬워할 겨를 없이 모두 잃고만 내가 그 속에 처연하게 잠겨있다.

햇살은 나를 일깨우고 있다. 먼산바라기 하듯 마음속의 한기를 느낄 때면 싱긋 웃으며 쳐다보던 기억 속의 그 곳. 내가 다시 유년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나온 세월만큼의 고단한 짐을 유년의 기억 속에 잠시 부려 놓는다. 막연히 꿈꾸었던 설렘과 날마다 성을 쌓던 분홍빛 호기심들이 탁류처럼 흐르는 세월의 강 속으로 젖어든다. 그리하여 삼각형의 강과 함께 잔잔한 결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언제나 손을 내밀면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그리움으로 남은 그곳. 언젠가는 내 영혼의 기착점이 될 그곳을 잠시 기억하며 그저 묵묵히 흐르는 한강물에 나의 상념 한 닢을 띄워 보낼 뿐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현실 프로필 / 부산 출생,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학동인 글마루 회원,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 부산 출생,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학동인 글마루 회원, 동작문협 수필분과 위원장,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 부산 출생,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학동인 글마루 회원, 동작문협 수필분과 위원장,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산 출생,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학동인 글마루 회원, 동작문협 수필분과 위원장,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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