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를 말하다③] "문재인,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 것"
[대선후보를 말하다③] "문재인,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 것"
  • 이광명 기자
  • 승인 2012.11.20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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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기수 작가

[에브리뉴스=이광명 기자]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관련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책들의 대부분은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옹호하는 내용들이다. 때론 누구에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 할지 고민하는 유권자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자칫 왜곡된 정보를 전달할 수 도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오는 12월 19일 대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검증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달리 아직까지 대선 후보들 간 공개 토론도 전무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까지 남아있어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 <에브리뉴스>는 여야 대선 후보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 판단한 책의 저자들을 만나 후보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문재인의 서재’의 저자 태기수 작가를 만나 책을 쓰게 된 이유와 문 후보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따로 있었나.

▲ 출판사로부터 유력 정치인이 읽어온 서적들을 통해 내면적, 이념적 성장과정을 짚어보는 책을 기획해 보자는 요청이 왔어요.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도 썩 괜찮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평소에도 지인의 집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 책장에 꽂힌 책들을 쭉 훑어보는 버릇이 있어요. 책읽기야말로 그 사람이 그려온 삶과 정신의 궤적을 한눈에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별히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평소 저랑 코드가 맞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웃음) 시골출신에 가난하고 남루한 우리네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잖아요. 이 책을 쓸 당시는 문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기 전이었어요. 물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란 예측들은 많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주목을 받던 때는 아니었죠. 그래도 저는 문재인 후보의 서재를 쓰고 싶더라고요.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문재인 후보가 추천한 책들을 중심으로 그가 그려온 이념적 지평과 정치적 지향점을 삶의 스토리와 함께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간 소설을 써오던 저에겐 신선한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 문재인의 서재를 들여다보며 느낀 문 후보의 성격은 어떠했나.

▲ 먼저 문재인 후보는 어떤 형식적인 틀이나 낡은 관습에서 탈피해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넥타이 매는 것을 싫어하고, 변호사사무실을 운영할 때도 직원들에게 직위나 직무의 위계질서를 떠나 같은 동지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정치하기를 거부했던 사람이기도 했죠.

여행 관련 책들을 즐겨 읽어왔다는 점에서도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그의 색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었고요. 언론매체에 비친, 조용하고 어딘가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선동적인 구호가 난무하는 ‘프레카리아트’ 같은 책을 추천한 점도 상당한 반전이었죠.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자유의지와 소신에 따라 행동하며 실천에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는 셈인데, 여기서도 그의 자유인으로서의 새로운 면모가 엿보여요.

“우리는 반격을 시작한다. 젊은이들을 싼값의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고, 또 그렇게 해서 이익을 얻으면서 젊은이들을 맹공격하는 모든 이에게”와 같은 구절처럼 굉장히 거친 책이지만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참여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가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역사책을 탐독하며 역사학을 전공해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실제로 문 후보는 직업적 책무에서 벗어난 뒤에는 아마추어 역사학자로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죠. 앞으로 그의 운명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모르지만, 머잖은 미래에 우리는 아마추어 역사학자 된 전직 대통령, 전직 정치인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문재인과 노무현의 만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운명의 고리는 문재인 후보에게 얄궂은 운명의 작용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그 운명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장애물 경기의 허들처럼 생각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을 거예요. 그럼에도 문재인 후보가 그 운명을 자기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노무현의 운명을 자기 운명의 연장선으로 인식했었기 때문이죠.

어찌 보면 문재인은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정치인과 한 운명으로 엮이면서 고단하고 가혹해보이기까지 하는 짐을 떠안게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인권변호사로 살면서 나름대로의 인간적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고자 했던 삶에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를 거대서사의 주인공으로 갑자기 떠오르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본인이 나서야 할 때, 행동해야 할 때라고 판단이 서면 서슴없이 행동에 나서는 과단성 있는 인물이죠.

주동자의 면모를 드러낸 민주화운동, 인권변호사 시절의 활약상, 대선주자로 떠오르기까지의 과정 등을 살펴보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던 문재인의 정치적 리더로서의 강점을 엿볼 수 있어요. 따라서 용기 있는 결단에서 나온 대선주자로서의 운명도, 때론 부드럽게, 경우에 따라 과감하게 행동하면서 잘 돌파해 나가리라 믿어요.

- 문 후보는 그간 친노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안팎으로 공격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노무현의 정책들을 계승할 것이라고 보나.

▲ 일단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주요 멤버였죠.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본인 스스로 노무현의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말했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문재인 후보는 again 노무현이 아닌 beyond 노무현이 될 거라고 봐요. 노무현의 실패를 딛고 넘어설 거예요. 지향점은 그대로 가지고 가겠죠. 특히 DJ, 노무현 시대를 거치며 어렵게 일궈온 사회 민주화가 이번 정권에 들어서면서 크게 퇴보했잖아요.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한다고 보는 거죠. 그게 그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이잖아요.

-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얼마 전 문학인들이 단일화 지지 선언을 했잖아요. 황석영, 박중훈 씨 등이 주도해 “우리 함께 바꾸세”라며 유권자 운동에 나섰죠. 사실 저도 거기에 이름을 올렸어요. 단, 문재인 후보만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단일 후보를 지지한다는 취지였어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쟁으로서의 단일화가 아니라, 단일화 이후 각자의 역할 분담을 조정하는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패자 없는 단일화, 공동의 가치와 이념,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공동우승' 효과를 볼 수 있는 단일화가 되길 바라죠.

▲ 문재인의 서재 책 표지 사진
- 문재인 후보가 읽어 온 책들을 통해 볼 때,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어떠한가.

▲ 사람이 먼저인 시대가 되지 않을까요? 문재인 후보는 계속해서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지금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청년실업문제, 꿈을 상실한 젊은이들을 포함해 공동체가 와해되어 가고 있어요. 문재인 후보가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죠. 기득권층 보다는 약자를 대변하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정치를 하리라고 봐요. 그의 말을 빌자면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주인인 나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가 숨쉬는 나라”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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