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몰래 아파트를 팔아 장인을 재기시키다"
[칼럼]"몰래 아파트를 팔아 장인을 재기시키다"
  • 최형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12.11.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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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하소서> '오해는 사랑이었다'

[에브리뉴스=최형선 칼럼니스트] 유럽에서 이탈리아는 꼭 가 볼만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이탈리아인들은 특히 커피를 많이 마신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 덕분에 항상 1유로 미만의 가격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요금은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래 기다렸다가 커피를 받게 되어도 자리에 앉으면 비싼 서비스료를 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자리가 비어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 대부분은 카운터 근처에서 커피를 마신다.

사실 난 커피 맛을 잘 모른다. 블랙 커피를 많이 마셨어도 내 취향이 아닌 것이 확실하고 커피에 설탕과 프림이 많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를 즐기게 된다. 남들이 커피의 향에 대해 운운할 때면 내 코를 탓할 뿐 공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가의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도 김치찌개 냄새나 고기 굽는 냄새가 구수한 것을 보면 코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것도 나만의 취향이 아닐는지 싶다.

과거 국내 프로젝트를 하던 중 이발소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이발소에 찾아갔다. 이발 시간은 무려 수십 분이나 걸렸다. 이발소 아저씨는 천천히 가위질을 하며 섬세한 예술 작업을 하듯 내 머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이발을 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난 적잖이 당황했다. 이발이 끝난 후 아저씨는 의자를 눕히더니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 난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 기분을 느꼈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모든 것을 아저씨에게 맡긴 채 난 눈을 감고 있었다.

항상 빨리빨리 하는 문화권에 살다가 그렇게 천천히 서비스를 받으니 정말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은 서비스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팁을 주는 것도 일종의 시간을 할애해 준 것에 대한 답례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주문을 받을 때면 손님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가장 바라고 원하는 직업에 대한 상은 존중 받는 것이라고 한다. 돈을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사의 존중을 받느냐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직장인들은 불안해하고 갈등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상사는 일깨워주고 그가 어떤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므로 회사를 옮길 수도 있다. 그래서 현안이 된 것이 바로 매니징 능력이다.

좋은 매니저는 구성원들의 특성을 분석한 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천천히 조직 문화에 흡수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즉, 이런 모든 것도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므로 조급한 매니저는 결코 구성원들의 호감이나 충성심을 얻어낼 수 없다.

매니징의 중요한 철학은 구성원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전술이나 매니징 스킬에만 의지하면 결국 마음을 들킬 뿐이므로 구성원에 대한 사랑만이 신뢰를 형성시킬 수 있는 키가 된다.

여자는 결혼을 앞두고 신랑이 장만한 훌륭한 아파트에 혼수품을 채울 생각에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결혼식 한 달을 남겨두고 그녀의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고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신랑과 단둘이 손을 잡고 결혼식을 치러야 했다.

신랑은 실은 아파트가 아니라 조그마한 단칸방밖에 없음을 고백했고 전에 얘기했던 월급보다 적은 월급을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혼이기에 그 시기를 기쁘게 견딜 수 있었다.

그 후 그녀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퇴원을 했고 새로 사업을 시작해서 크게 성공했다. 전에는 남편의 사랑에 힘입어 모든 것에 감사하곤 했는데 친정 사정이 나아지자 그녀의 짜증도 늘기 시작했다. 남편이 자신을 속였다는 야속함도 섞여 있었다.

친정어머니를 찾아 이를 얘기하는 가운데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정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신랑은 자신의 아파트를 팔아서 사업에 재기할 수 있도록 친정아버지의 사업자금을 댔고 월급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되고 남편에게 진심을 다한 사랑으로 보답하게 되었다.

헌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부부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처럼 직장에서의 상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상명하복식 직장 문화도 변하지 않으면 곧 커다란 문제를 안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 전문직으로 성장하고 있는 외국인 직장인들과 페이스북 토론방을 통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외국인들이 지적했던 이해할 수 없는 한국 직장 문화는 상하 소통 없이 위에서부터 하달되는 명령체계와 부패에 대한 부분이었다.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이 나라도 글로벌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소통 위주의 직장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한 철학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난 주위에서 심각한 리더십 문제를 접하고 있다.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최형선 프로필 

- 現 tecoion 컨설턴트 / 강사
- ‘영문 technical writting 지침서’ 집필
- isis korea 번역 및 리뷰 담당
- ‘tesco design center’ technical writer역임
- brooks automation software technical writer 역임
- 臺灣, 日本, 싱가폴, 한국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 하이닉스(hynix) 반도체 자동화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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