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대기업.자본가들이 진정 '가난한 자들'이다”
“뻔뻔한 대기업.자본가들이 진정 '가난한 자들'이다”
  • 이광명 기자
  • 승인 2012.11.28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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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진경 교수

▲ 책 '뻔뻔한 사회, 한 줌의 정치'의 저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진경 교수

이진경 교수“대통령은 한줌의 소수자들을 배려 할 줄 알아야”

[에브리뉴스=이광명 기자] "경제성장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 저임금으로 힘겹게 일하던 노동자들은 파이가 커지면 나눠주겠다던 약속을 믿었다. 그리고 파이는 커졌다. 이제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하자 대부분의 파이를 차지한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은 우리가 키운 파이를 왜 너희들이 달라고 하냐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진경 교수는 책 '뻔뻔한 사회, 한 줌의 정치'를 통해 대기업과 자본가들이야 말로 진정 '가난한 자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이런 시대를 “뻔뻔한 시대”라고 칭했다. <에브리뉴스>는 이 교수를 만나 현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이진경 교수와의 일문일답.>

-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있나.

▲ 따로 일삼아 쓴 책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웹진에 썼던 칼럼을 정리·보충해 낸 책이다. 내가 주로 쓰는 책은 내 나름의 문제의식을 주제로 하는 책들이다. 대중적인 책이 많지 않은데 여러 가지 철학적 개념이나 생각들을 현실적인 문제와 결부시켜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내용을 모아 책을 내게 됐다.

- 책의 제목이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다. 어떤 의미인가.

▲ 한줌도 안 되는 무리들이라고 간주되는 자들이 있다. 흔히 소수자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단순히 수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들을 소수자라고 하지만 남자들보다 수가 적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아무리 많아도 잘 보이지 않고 언제나 무시되는 존재자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정치라는 것을 국가기구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긍정적 의미를 가지려면 그런 지배와 통치와는 다르게 정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자들의 삶이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자들에게 들리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른 정치라고 생각한다.

- 뻔뻔한 시대는 지금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닌지.

▲ 전제군주 시대에서조차 타고난 권력이 주어지긴 하지만 백성들을 위해 권력을 써야 한다는 의식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필경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게 돼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이 그런 위선조차도 포기하고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대놓고 추구한다는 것이다. 위선을 위한 최소한의 중립적인 형식이나 공정성을 취하지 않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게 국민들을 너무 질리게 만들었고 5년이 50년만큼이나 길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다.

- 책에 ‘스펙터클 정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뻔뻔한 정치’와는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있나.

▲ 스펙터클은 볼거리, 구경거리라는 뜻이다. 스펙터클이라는 개념을 이론화한 사람은 프랑스의 상황주의자였던 기 드보르라는 사람이다. 그는 ‘스펙터클 사회’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상품이나 미디어로 인해 구경거리를 보고 즐기는 무력한 관객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스펙터클 정치라는 것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대중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자면 통치자나 권력자들이 수해현장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으며 동참하는 것처럼 꾸미는 모습 등을 말한다. 지금의 통치자들에게는 이런 구경거리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게 돼버렸다. 광화문 광장이나 청계천도 스펙터클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그렇다면 이런 스펙터클과 진정성을 구별하는 방법은 있나.

▲ 스펙터클의 기본적인 발상은 자신들을 위해 하는 것이면서도 여러분 모두를 위해 한다고 포장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스펙터클과 반대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자들이다. 한줌밖에 안 되는 자들의 관점에서 사태를 보려고 애써야 한다. 스펙터클에 의해 가려지는 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보이는 공간으로 드러나는 순간 허구적인 스펙터클의 경우 깨지게 된다. “이건 폼 잡는 거였잖아”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가시화 됐을 때도 정책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진실성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 한줌의 보이지 않는 자들을 어떤 식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하나.

▲ 우리의 사고방식 때문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은 번쩍이는 것들에만 눈을 돌리게 돼있다. 하지만 번쩍이지 않는 것에도 눈을 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들, 철거돼서 쫓겨나는 사람들, 제대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에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히고 비난을 받다 쫓겨나는 이주노동자들, 혹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눈을 돌릴 줄 아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속게 돼있다.

- 말씀하셨듯이 현재 우리나라에도 비정규직, 정리해고, 외국인 노동자 등 한줌도 안 되는 자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 대선후보들도 공약들을 내놓고 있는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마이너리티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람도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이나 새만금 관련 공약 등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진정성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주변의 관료들이나 로비를 하러 오는 사람들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심지어 진정성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공약을 뒤집는 것이 굉장히 쉬워진다. 그래서 우리가 냉철하게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으면 위반하기가 어려워진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사람들의 비난이 커질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과 약자들을 위한 공약은 계속 주의를 늦추지 않고 지켜보고 비판할 때에만 지켜질 수 있다.

- 우리가 가장 주의를 갖고 지켜봐야 할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아마 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이 이것을 자신과 관계없는 외국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장 안 보이기 때문에 가장 끔찍하고 심각한 상황에 처해도 나 몰라라 하게 되거나 실제로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와 반대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노동자들의 반이나 되는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는 의식은 가지고 있다. 그나마 해결 가능성이 나은 편이다. 그리고 이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일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간과되는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강원도 골프장 문제 등 강도나 양에 있어 처참하거나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이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면 다른 곳들도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넘어 가서는 안 되는 문제들이다. 이런 것들이 하나로 연대를 해서 공약한 것들이 집행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보다는 지켜보는 국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차를 따르고 있는 이 교수
- 책을 읽다보니 ‘미누’라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가 있더라. 어떻게 만나게 됐나.

▲ 지금 내가 ‘수유너머N’이라는 연구자들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예전에 남산 쪽에 사무실이 있었다. 그 당시 '이주노동자방송국 MWTV'의 사무실이 너무 좁아 일을 하기 힘들다는 얘길 전해 들었고 우리 사무실의 한 쪽 공간을 그 사람들이 쓰도록 내줬다. 그 후 몇 년을 같은 공간에서 밥도 함께 먹으며 생활했다.

- 추방당한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 그 친구는 88올림픽 때 네팔에서 한국으로 온 친구다. 2009년 추방당했다. 생긴 것도 한국사람 같고 말도 굉장히 잘해서 말하기 전에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는데 이 친구는 돈을 벌기보다는 ‘스톱크랙다운(Stop Crackdown, 탄압을 멈춰라)'라는 다국적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미얀마인이 기타를 치고, 인도네시아 친구가 베이스를, 한국 사람이 드럼을, 네팔인이 보컬을 맡았다. 공연을 다니며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알리는 일을 했다. 미누는 단속 추방 때문에 자살하거나 죽어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꿈에 나타나고 그 사람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서 이런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아주 훌륭한 친구였는데 강제 추방당했다. 그가 수용소에 잡혀있을 당시 난 일본에 있어 면회도 한 번 못가는 상태에서 쫓겨나 더욱 안타까웠다. 통치자들에게는 이들이 정한 율법성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가 꽉 막히고 배타적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현재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특권층의 기득권을 없애고 소수자들을 배려하기위한 공약이 사법 개혁과 경제 민주화 등으로 보인다.

▲ 여권후보인 박근혜 후보조차 어떤 식으로든 검찰과 사법에 관해서는 모르는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사법체계라든지 검찰이 관계된 법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법제처장을 하던 이석연이라는 분이 퇴임을 하며 “법이 약자들에게만 강요되고 강자들 혹은 통치자들은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고 비판을 한 사실이 있다. 검찰이 그간 권력자들의 범죄사실에 면죄부를 발행하는 것으로 일관해 온 반면 약자들에 대해서는 심하게 편향적이다 싶을 정도로 가혹한 수사를 강행했다. 이게 계속되면 법 자체가 사람들에게 무력화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50% 가까이 되고 자살률도 OECD 국가 1위다. 10만 명 당 32명 가까이 된다. 2위가 21명쯤이니 턱없이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나 재벌들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정은 하지만 말뿐이고 서민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경제민주화란 경제적 생산, 경제활동의 결과 등의 수혜가 민중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가진 자들이 나눌 수 있을 때 자신이 정말 부자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구체적인 대안을 한 가지 정도 예를 들어 설명해주자면.

▲ 흔히 복지국가를 얘기한다. 예를 들면 생활보호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월수입이 얼마 이하라 생계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의무부양제가 함께 엮여있다. 부양의무를 진 가족이 있으면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도 가난한 경우가 많고 소득이 발생했다고 부양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지난 8월 부산에 살던 할머니가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것을 비관해 자살한 일도 있지 않았나. 생계라고 하는 사람의 생존 문제는 기본적으로 보장이 돼야 한다. 기본소득제도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소득이 얼마든 관계없이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월 얼마를 나눠주는 것이다. 소득에 따라 나눠주려고 하다보면 이 사람이 얼마를 버는지 관리하는 행정비용이 엄청나다. 실제로는 생활능력이 없는데도 조건상으로는 노동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고. 따라서 월 40~50만원 정도를 기본소득으로 누구에게나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2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준다고 해도 대부분은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술가라든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은 생계만 보장되면 그것에 집중할 수 있지 않나. 사실 노동이라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한 것이지 자기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거니까.

- 끝으로 대선정국이니 만큼 대선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대통령은 최고의 통치자라는 자리에 있다. 항상 초심을 잊지 않고 어떤 사안을 다룰 때 보이지 않는 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누군가 이 일로인해 눈물을 흘리게 되지는 않을지 항상 마이너리티들을 생각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빛이 환한 곳일수록 어두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영광스러운 자리일수록 어두운 곳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을수록 한줌의 소수자들을 배려하려고 애를 써야지 그나마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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