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최고의 교육, 학생들 존중하고 예의 지키는 것"
이수호 "최고의 교육, 학생들 존중하고 예의 지키는 것"
  • 공은비 기자
  • 승인 2012.12.0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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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재선거 인터뷰-1]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민주진보단일후보

[에브리뉴스=공은비 기자]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5일 남산의 한 카페에서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큰 원을 바라봤다. 누구 하나가 주도해 나가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존중’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학생인권조례와 구조적인 차원의 규제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의 모든 문제 해결방식에는 ‘존중’이 있었다. 

<에브리뉴스>는 이 후보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실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공약, 그의 지난 전교조, 민노당 활동 등으로 부터 빚어진 정파성에 대한 우려까지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번에 교육감 출마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우리의 학교 현장이 너무 힘들다. 학교가 거의 붕괴되고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이런 상황에서 평생 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해온 사람으로서 상당한 책임의식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중에 곽 교육감이 어려움을 당했고 이제는 현장을 직접 경험해 교육계의 고충을 잘 아는 현장 출신 교사가 나서야 한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교육행정을 맡아서 하는것도 대안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해서 용기를 냈다.

▲ 지금 다른 후보들은 대부분 교수, 관료 출신이다. 이 후보님만 유일하게 현장 교사출신이다.

- 우리 교육이 이렇게 어려워지게 된 것은 정책과 현장이 우리 학생들과 잘 맞지 않기때문에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정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는 학교 현장과 학생들, 교사들, 학부모들을 평생 같이 활동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을 제일 잘 안다. 그건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값진 경험이고 거기서 체득한 현실에 적합한 교육정책 방향에 대한 감각, 그게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어떤 후보든지 교육계의 고충을 알고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항상 들어 잘 안다고 말은 한다. 후보님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 우리 교육의 현장을 잘 아는 현장교사 출신이 서울시 교육을 책임져 본 적이 없다. 교육 자치에 따라 교육감이 주민 직선이 되면서 그런 길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강원도와 광주시가 교사 출신이 교육감이 당선됐다. 현장교사 출신의 강점을 세워 아주 잘 운영하고 있다. ‘아, 결국 현장을 잘 알고 이해하면서 소통하면서 꾸려나가는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게됐다.

▲ 현 교육계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은.

- 성적 중심의 줄세우기 경쟁교육. 이게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학생들은 인성교육, 협력교육을 받고 진로적성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성적 위주의 경쟁만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것과, 삶에서 필요한게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소통으로 얻어지는게 무엇인지 알아갈 기회가 없고 거기서 얻는 즐거움도 줄어들어 결국 일탈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이 불가피하게 된 구조, 그와 연결된 사교육시장이 팽창하면서 우리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심해졌다. 그 부담은 아이들의 성적으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결되고.. 악순환이다. 가장 마음 아프고 심각한 문제들이다. 

▲ 교육감이 되시면 그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쓸 계획인가.

- 물론이다.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공약으로 내세웠고 끊임없이 연구중이다. 낡은 경쟁 중심이 낳은 낡은 교육체제, 지금 교육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

- 대안으로 하고있는 혁신학교를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고칠 것은 고쳐서 제대로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그걸 중심으로 현재의 난마처럼 얽힌 지금의 현장을 ‘경쟁중심’에서 ‘협력’으로, ‘폭력과 절망’에서 ‘희망’으로. 그런 학교로 바꿔야겠다, 하는게 내가 내세우는 가장 핵심적인 교육공약이다.

▲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 이어갈 것은 이어가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전 교육감이 하던 일은 무조건 하지않고 억지로 무조건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면 공적세우기를 위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좋은것들은 수정하고 보완해서 진행는게 맞다. 곽 전 교육감이 했던 정책 중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인권친화적인 학생들로 존중하는 학교로 만들기. 이런 정책들은 다듬어서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 외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이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고용의 안정. 또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사업들도 좀 더 새롭게 정성을 들여서 실천하고 싶다.

▲ 선행학습 금지를 내세우셨다.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구조상 어렵다. 어떻게 실현시킬 계획인가.

- 제일 문제가 수학과 영어다. 수학은 난이도를 조절해서 외국 수준에 맞게 확 낮춰 쉽게 만들 계획이다. 꼭 필요한 만큼만 쉽게 가르치고 쉽게 문제를 내면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는 선택교과제로 체택하려고 한다. 선행학습에 대한 수요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학원들이 부추김이 심해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걸 위해서 선행학습 금지법을 교육단체가 만들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구조적인 문제속에서 바라보고 학원들을 규제하는것이 필요하다.  

▲ 교사로 재직했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 체벌을 해야 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곧 그 방법은 아니라는걸 깨닫고 공부하면서 고쳐갔다.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학생들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면 그 마음이 통한다는걸 깨닳았다. 예컨데,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갈때 항상 거의 난장판이다. 쉬는 시간의 연장이고. 수업종이 울려도 계속 떠들고 도시락 까먹고. 그래서 나는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를 했다. 혼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않고 좀 시끌벅적 하고 질서가 없는것 같았지만 학생들이 나의 의도를 이해하면서부터 오히려 훨씬 좋아지는 체험을 했다. 노크 소리가 나면 그들 스스로 떠들던 것을 멈추게 하고 ‘내가 수업하러 왔으니 너희도 함께 준비해줘라’ 하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자신이 존중받는다는건 느낌으로 안다. 자연스럽게 폭력이 줄어드는것도 당연하다. 존중받은만큼 존중 할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자존심 세워주는게 최고의 교육이라는 것을 체득한 셈이다.

▲ 체벌대신 ‘존중’을 실천하신건가.

- 그렇다. 체벌은 예방 효과나 소위 징벌적인 그런 요소가 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저지른 잘못이라는게 실제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다.  예를들어 성적이 떨어진 학생이 있다. 하지만 성적 떨어지고 싶은 학생은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나오는 학생도 있다. 그건 학생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성적 나쁘다고 때리고 벌주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적표 줄때도 따로 불러 몰래 줬다. 성적표를 받아보는 순간 학생은 자기가 받을 상이나 벌을 다 받는거다. 보는순간 ‘아 이번에는 내가 잘했네?’ 하고 느끼면 이미 상을 받은거다.‘내가 이번엔 떨어졌구나 엄마한테 미안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그때 이미 충분한 벌을 받은거다. 다만 나는 “부모님은 니가 아직 더 미성년자고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은 네 성적을 볼 권리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너의 동의하에 봐야한다. 스스로 가서 말씀드려라” 하고 조언해줬다.

▲ 성적표를 게시판에 붙이고 등수를 불러주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잘못된 관습을 후보님이 했던 방식으로 하자고 설득할 근거가 있나.

- 그건 일종의 폭력이다.

▲ 아쉽게도, 그런 행위를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다.

- 그게 문제다. 그 문제를 일깨워주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이런것도 폭력이구나. 이런것도 해서는 안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교사들에게 매년 두 시간 이상씩 학생 인권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규정해놨다. 우리가 직장에서 성폭력예방교육 의무적으로 받는 것처럼 학생인권에 대해 교육받는 거다.

▲ 지난 이력에 대해서 우려가 많다. 민노당 최고위원, 전교조 위원장도 지내셨다.

- 교사로서 아이들 잘 가르치는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잘못된 제도라든지 관습이 있다면 고쳐야한다. 교육구조를 정책적인 면에서 개선할 부분도 많다고 느꼈다. 그 마음에서 시작해서 한 활동이다. 정치가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막기 위해 교육운동을 시작했고 교육운동을 하다보니까 전교조 운동도 조직적으로 하게됐고 위원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조직을 다루는 힘이나, 리더십,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나아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 전교조가 후보님이 의도하신 방향하고 일치해 잘 이끌어졌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 그렇다. 조직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조직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한 두사람의 과오로 낙인 찍기보다는 과오가 있었다면 다시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 기본으로 돌아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또 바로잡아 나갔던 경험 역시 교육감으로서 여러 어려운 점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 후보님이 꿈꾸시는 이상적 교육상.

- 학교를 바꾸는 것. 지금의 낡은 생각, 낡은 틀에서 벗어나, 경쟁에서 협력으로 또 좌절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렇게 바꾸는거다. 그 형태로 가는 수단이 혁신학교다. 그런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물론 주도적으로 앞장을 서지만 학생이 자주적으로 참여하고 학부모들이 반대로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 협의하고 협력하면서 만들어가야한다. 자주적이면서도 협동이 넘치는 학교, 더 나아가 지역과 함께 협력하는 마을속의 학교, 내가 바라는 학교며 교육이다. 그 교육의 현장을 실현시키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에게 한마디.

지금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고 힘드실 것이다. 그 힘든 마음과 어려움을 함께 겪어온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 행복한 학생과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한 학부모와 교사가 있는 학교를 만들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행복한 교육현장을 함께 실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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