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 제과협회장 "파리바게뜨, 공정치 못한 게임 그만 해야"
김서중 제과협회장 "파리바게뜨, 공정치 못한 게임 그만 해야"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2.12.10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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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

[에브리뉴스=강지혜 기자] 프랑스와 일본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수 십 년 된 베이커리다. 손수 꼼꼼히 고른 재료와 정성을 다해 만든 빵들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똑같은 맛을 내는 몇몇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골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서깊은 동네빵집이나 명장의 만드는 빵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대표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무분별한 확장과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 동네빵집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에브리뉴스>는 김 대표를 만나 동네빵집의 위험한 현실과 대형 업체들의 횡포에 대해 들어보았다.

동네빵집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동네빵집이란 정의는 무엇인가. 

- 다들 동네빵집이 바로 골목길에 위치한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가게로만 생각한다. 이것은 큰 오해다. 동네빵집은 원래 전문용어로 ‘윈도우 베이커리’를 뜻하는 것이다. 이는 그 가게에서 빵을 만들어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과점의 기술을 배운 사람들이 80%이상 모든 업무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동네빵집은 재료 준비부터 판매하는 것까지 대부분 자체적으로 한다. 

현재 동네빵집의 수나 규모 등 현 상황은 어떠한지. 

- 동네빵집 수는 2000년 1만8000여개에서 올 11월 4000여개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 프랜차이즈는 1500여개에서 5200개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신규 가맹점 증가율을 오히려 둔화됐으며, 일자리는 3100여개 가맹점포에서 3만여명이 고용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하는데.  

-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신규 가맹점 증가율이 최근 들어 감소한 것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용 효과가 좋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똑같은 매출이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220만원 매출에 생산인력이 1명 필요하다. 하지만 동네빵집은 같은 매출에 6~7명이 필요하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대형공장에서 빵을 만들고 해동해 가져와 굽다보니 인력이 많이 필요없지만 동네빵집은 일일이 수제로 만들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고용 효과는 동네빵집이 우세하다. 매출부분에서도 동네빵집이 이익이 더 많이 남는다.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인테리어 강요라든지 본사 수수료 등의 명목이 없기 때문이다. 

동네빵집에 유통기한이 없는 것을 두고 품질을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왜 동네빵집에는 유통기한이 없는가.  

- 보통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운영하는 곳은 직접 만들기 보다는 냉동 생지를 제공받거나 완제품을 유통시켜 유통기한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네빵집은 자체 생산해 그곳에서 바로 판매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표기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날 소진할 분량을 만들어 바로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표기할 필요할 이유가 없다.

일각에서 동네빵집에 유통기한이 없어 위생적으로나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동네빵집도 경쟁력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재료와 신선도가 떨어지면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통기한이 없이 판매하는 가게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만들기 때문에 대기업 빵들보다 문제가 없다. 

급기야 대한제과협회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5일 열었다.  

- 도가 지나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의 횡포에 못살겠다는 협회 회원들이 넘쳐난다. 무분별한 확장과 부도덕한 불공정 행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가 됐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달려왔다. 결국 부산에서 13년간 동네빵집을 운영하던 40대 남성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장사가 되지 않자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자회견을 열었고 동종업계 500m 이내 출점 제한, 제빵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재벌·대기업 프랜차이즈 진입 및 확장 자제, 기업 프랜차이즈 상호변경 요구 및 동네 빵집 압력행위 금지, SK·LG 제휴카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대표적인 횡포 사례가 있다면.  

- 용답동에 수십년된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었는데 갑작스레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알고 보니 파리바게뜨에서 원래 가격의 2배가 넘는 보증금과 월세를 제공하겠다는 계약 조건을 내걸어 동네빵집이 내쫓긴 신세가 됐다. 한 건물에 몇 미터도 안되는 곳에 바로 건너편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오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동네빵집을 찾아가 자신들의 브랜드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거부하면 바로 옆집에 자신들의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제휴카드 문제도 그렇다. 10여년 전 파리바게뜨는 SK와 KT, LG 등과 제휴된 매장에서는 보통 고객들에게 20%를, 골드회원에게 40%를 할인해줬다. 할인 제휴 매장에 동네빵집은 포함이 되지 않았다.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었다. 할인된 금액은 파리바게뜨와 통신사 측이 반반씩 부담했다. 자체적으로 할인을 하는 것도 아닌 통신사에서 지원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협회 측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되고 사태가 악화되자 파리바게뜨는 통신사 제휴사의 할인율을 10%로, 통신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것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동네빵집도 제휴사 할인을 요구하면 응해주기로.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전 매장이 제휴매장이지만 동네빵집의 경우 규모가 큰 곳 말고는 200개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파리바게뜨 빵의 할인을 10% 받을 경우 본사에서 1/3, 가맹점에서 1/3, 통신사에서 1/3의 할인금액을 부담한다. 결국 본사는 가맹점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결국 동네빵집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까지도 힘든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파리바게뜨 매장을 여는데 5억원에서 7억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어느 매장은 실제 하루 매출은 300만원에 한달 매출은 9000만원이지만, 남는 이윤은 한 달에 5% 정도라고 한다. 결국 두 명 월급분 밖에 안 남는다. 슬픈 현실이다. 성공하고 매출이 좋은 지점은 그리 많지 않다. 

파리바게뜨와 계약해 15평~20평 정도의 매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2~3년 후에 40평으로 확장하라고 본사에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확장할 필요가 없다고 가맹점주가 얘기하자 그럼 바로 옆 코너에 새로운 가게를 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제과업계 특성상 매장이 여럿이 있으면 매출은 급격히 내려간다. 반면 여관과 술집 같은 곳은 한 장소에 많이 있어야 상권이 살아난다. 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한 점포 확장은 문제가 있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모두 SPC그룹 산하 아닌가. 길거리에서 이들 가게가 연달아 있는 것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결국 본사만 이익이 되는 구조다. 

인테리어 업체와 재료 거래하는 사람들의 불평도 넘치고 있다. 파리바게뜨라는 대형 업체를 믿고 거래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들, 부도덕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김 회장님 본인도 프랜차이즈 빵굼터의 가맹본부 대표인데. 

-나 역시 빵굼터를 운영한지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사실상 공동브랜드이다. 왜냐하면 빵굼터는 브랜드만 사용할 뿐 자체적으로 매장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빵을 굽는다.동네빵집 시스템이다. 상호만 공동으로 해서 마케팅 경영코치만 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본사에서 가맹점을 낼 때 원래 있던 지점의 점주를 무시하고 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원칙, 철학, 소신을 갖고 사업을 해왔다. 기업의 도덕성이 가장 먼저다. 

동네빵집의 몰락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해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라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력과 제품의 품질에서 떨어진다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동네빵집이 경쟁력에 밀리는 것은 마케팅과 홍보 부분이다. 그런 부분은 빨리 개선한다면 동네빵집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정하지 못하게 동네빵집에 압력을 넣고 꼬드겨 매장을 오픈하는 등 선의의 경쟁에서 벗어나 난 게 동네빵집의 몰락까지 이르게 한 큰 원인이다.

앞으로 동네빵집을 지키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상생 문제에 대해 더 논의해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달 중에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과점업종 등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여부가 발표된다. 이후에도 서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동네빵집이 몇몇 업체들과의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고 해서 해결 될 일은 아니다. 현재 커피 가맹점에서도 케이크와 빵을 팔고 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빵을 굽고 팔지 않는가. 포화상태인 제빵 시장에서 동네빵집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계속해서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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