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헌법은 국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
조유진 "헌법은 국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2.12.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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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헌법사용설명서' 저자 조유진

[에브리뉴스= 강지혜 기자]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법은 헌법에 우선하며, 헌법을 초유하는 기관도 인물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헌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뿐더러 헌법은 법률가나 정치가만이 누리고 언급할 수 있는 법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대다수다.

결국 국민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 고유 권한과 민주주의, 공화국과 멀어지고 있다. 

이에 조유진 작가는 헌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스로 주권자로의 위상을 되찾는다고 <헌법사용설명서>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법학을 전공하고 민주당 전략기획국 부국장과 국회정책연구위원,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 조유진 작가는 헌법이야 말로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에브리뉴스>는 조유진 작가를 만나 헌법이 가진 힘과 의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왜 헌법인가.  

- 헌법이 최고의 법인데, 법 체계 상에서 차지하는 헌법에 대해서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국회의원 개개인도 헌법 기관으로 법을 만들려면 헌법을 잘 알아야 하는데 헌법은 그들조차 쉽게 접할 길이 없다. 게다가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헌법교과서를 읽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국민이 주권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주권자로서 행동할 수 있으려면 헌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헌법의 정치성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헌법에 대한 기본적인 조문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헌법에 관한 책을 쓰게 됐다. 

▲ 헌법의 정의, 의미를 쉽게 얘기해준다면.  

- 헌법은 주권자의 자기선언이다. 국가에 대한 소유권을 밝힌 문서다. 집 주인이 등기부를 통해서 집에 대한 소유권을 확인받듯이, 국민은 헌법을 통해서 국가에 대한 소유권을 선언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종교에서 시작해 이성의 시대를 거쳐 헌법이라는 규범화된, 인간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헌법 정신은 국민주권, 민주주의, 공화국의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특히 헌법은 국가의 최고 강령이다. 모든 정치인들의 공약은 이 헌법의 범주에서 나오는 것이다. 헌법 이상의 공약은 없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 위를 벗어나지 못하듯이, 정치인들의 정책 공약도 헌법이라는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대한 이해 없이 내놓는 공약은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 헌법이 가진 힘, 영향력은.  

- 헌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영역에 관련돼 있다. 따라서 첨예한 사회적 갈등현안이나 논쟁에 있어서 헌법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헌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고, 잘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 헌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우선 ‘헌법은 장식물이라는 견해’다. 실제 과거에 독재정권에서 헌법을 사용했다. 자신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탄압하는 정치연장의 수단으로 말이다. 국민주권, 민주주의를 사물화 시키고 헌법이 규범력 발휘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민주화 물결을 타면서 서구선진국과 후발국가에서 헌법 규범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제3공화국 헌법에서 폐지됐다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현행 제6공화국 헌법에서 부활했고 1988년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무려 2만9000건을 처리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나름대로 헌법문화를 저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민들도 헌법의 재조명, 재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헌법은 지배계급의 통치수단’이라는 견해도 문제다. 좌파관념론자들의 시각에서 모든 것을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보면 그럴 수 도 있겠지만, 헌법은 유구한 인류역사를 통해 스스로의 안전과 계속적인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해낸 것이다. 이를 단순히 특정 통치수단으로 만들어 쓴다고 본다면 헌법을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일을 봉쇄하는 것이다. 설령 좌파관념론자들이 말하듯이 그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일번 국민들이 그것을 이용해서 기득권 세력과 싸울 수도 있다. 그런 요소가 충분히 있다. 

‘헌법은 법률가들의 소관’이라는 견해도 오류다. 법률가들에게만 맡기면 살아있는 헌법이 될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헌법을 부르짖어야 진정한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법률가들에게 맡기면 헌법 재판만, 전문가는 헌법 연구만 한다. 삶속에 헌법이 실현되는 단계까지 갈 수 없다. 

▲ 우리나라 헌법에 대해 평가한다면.  

역대 헌법 가운데 제헌헌법이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다. 제헌헌법은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을 규정하고 사회정의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규정하는 등 가장 강력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규정했었고, 제2공화국은 그 위에 국민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게 하여 국민주권을 더 강화했다. 

이후 군사쿠데타로 제헌헌법의 정신이 상당부분 삭감되었다가 87년에 개정된 현행헌법에 와서 많이 회복됐다. 현행헌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25년째 됐다. 4반세기 동안 유지됐다는 것만 보아도 현행헌법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직도 군사정권이나 유신헌법의 잔재가 남아있다. 예컨대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된 것은 5·16쿠데타 이후에 개정된 1962년 헌법부터이고, 국회의 예산심의 기간이 120일에서 90일로 줄어든 것은 유신헌법부터이다. 미국은 예산안을 의회에서 심의하는 기간이 8개월이다. 하루속히 개정돼야 할 것이다. 

▲ 현행 헌법에서 보강하거나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 개헌논의는 주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그것보다는 사회경제적 민주화, 복지국가,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지금도 잘 되어 있지만, 좀 더 구체적 내용 예컨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나, 토지공개념, 노동권을 보다 확충했으면 한다. 

또한 복지국가에 대한 지향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주권 강화를 위해서는 헌법에 대한 궁극적 해석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아울러 국민 직접입법을 가능하게 해야 하며, 헌법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도 통일규정(상호존중, 교류협력강화, 인도적지원 강화, 통일조약에 대한 국민적 동의절차 규정), 지방자치의 강화(재정자립, 권한이양 또는 지출증가 사업에 국가의 재원이전의무), 감사원의 국회이관, 정부의 법률안제출권 폐지 등도 하루 빨리 규정해야 한다. 

▲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주권자의 의사는 결코 타인에 의해서 대표될 수 없다. 주권자는 주권자 총회에 참석해서 국가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순수민주주의다. 반면 대의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국민에 대한 경멸에서 출발한 것이다. 국민은 의사결정능력이 없으니까 돈있고 지식 있는 사람들이 대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순수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원칙과 예외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원칙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버리고, 순수민주주의가 원형이고 대의제가 예외임을 분명히 하자. 그래야 대의기관들이 딴 생각을 못한다. 

국민이 단순히 정당이 공천한 후보에 대한 선택여부만 할 수 있는 현재의 대의제도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에 반한다. 국민이 국가, 지자체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국민이 국가, 지자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나가야 한다. 

민주주의의 양대축은 자유와 평등이다. 이 두가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자유롭지 못하면 평등한 것이 아니다. 평등이 실현될 때 진정한 자유도 가능하다. 우리 헌법도 기본권목록의 제일 앞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이어서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다. 평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경제민주화도 결국은 과도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평등의 가치가 소홀하게 다뤄져 온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향한 돌파구를 헌법에서 찾을 수 있나.  

- 그렇다.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수직적 리더십의 시대는 갔다. 좌우 이념 대립의 시대도 지났다. 우리 민주주의도 저항적 민주주의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권위적 질서 해체 후 뭘 해야 할지 길을 잃었다. 단순히 독재를 부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적 질서를 만들어야하는데 말이다. 사실 정치가 길을 제시해야는데 이 지점에서 한국 정치는 길을 잃었다. 안철수 현상도 그러한 정치권의 멘붕 상태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정치, 나아가 우리 사회의 돌파구는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헌법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격동의 현대사가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텍스트로 응집된 것이 바로 대한민국헌법이다. 수많은 희생 위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길을 밝힌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헌법의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둘러싸고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헌법은 서로 다른 입장들이 함께 비빌 수 있는 큰 언덕이다. 싸우더라도 이 안에서 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차원에서 싸우게 될 뿐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헌법의 실현은 헌법재판소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몫이다. 일상생활에서 헌법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우리 헌법은 살아 움직이는 헌법이 될 것이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다’ 라는 루돌프 폰 예링의 말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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