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황석영, 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나?
김지하-황석영, 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나?
  • 이광명 기자
  • 승인 2013.01.0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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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시인 @Newsis
▲ 황석영 소설가 @Newsis

 

 

 

 

 

 

 

 

 

[에브리뉴스=이광명 기자] 보수와 진보 원로, 시인 김지하(72)씨와 소설가 황석영(70)씨 두 명이 7일 각각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 박근혜 전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 입을 열었다.

김지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시다가 왔다. 세상이 변동하고 자본주의는 위기에 부딪쳤고, 공산주의 가지고는 안 된다”며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자신은) 75년대부터 여성지배가 와야 한다고 강하게 얘기했다”고 박 당선인을 지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박 당선인이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로서 실무역할을 맡았던 것과 관련해 충분한 반성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역사에 맡긴다는 얘기는 앞으로 그런 짓 안하기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좋은 정치를 해서 책임지면 된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서도 “(윤 대변인을 선임한 것은) 잘한 일이다”며 “막말(을 하는 대변인) 수준이 나와야지 박근혜 (당선인)이 막말을 하겠냐”고 쏘아붙였다.

윤 대변인이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했던 48%의 유권자를 향해 ‘국가전복세력이다. 공산화 세력’이라고 폄훼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공산화 세력을 좇아가니까 공산화 세력이 된 것이다”며 평소 윤 대변인이 말을 잘해왔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황석영은 대선 결과에 대해 “정권교체하고 사회변화를 갈망했던 사람으로서 박탈감과 상실감이 좀 있었다”며 “유권행사를 했던 절반의 국민이 모두 정신적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러한 48%의 국민들을 위해 ‘힐링 사인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비슷한 공약을 내놓은 만큼 (박근혜 정부에서) 실천만 잘 된다면 한 때의 걱정과 근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일단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권했다.

또한 인수위와 관련해 ‘밀실인사’, ‘밀봉인수위’ 등의 신조어가 나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선거 때처럼 (박 당선인이 직접) 나와서 설명도 하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며 “사전에 알려 혼선이 오고 논란이 되고 그런 과정들이 오히려 소통의 과정”이라고 제시했다.

이렇듯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는 두 시인과 소설가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유신시절을 겪으며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다. 김지하가 41년 생이고, 황석영이 43년 생으로 두살 터울이 진다.

또한 김지하와 황석영 모두 만해 문학상과 만해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공통적으로 있다.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시인의 업적을 기념하는 문학상과 대상을 시기는 다르지만 나란히 받았던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작품은 그간 힘없는 민중의 편에서 그들의 등불이 되어왔다. 70년대 유신정권 당시 김지하는 ‘오적’이란 시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대상황을 비꼬았고, 황석영은 ‘삼포가는 길’이란 소설로 노동하는 민중의 삶에 대한 애환을 녹여냈다.

더욱이 김지하의 경우 이 ‘오적’이란 시로 인해 1970년 구속되기도 했다. 석방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1974년에는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 총연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채 7년간 투옥생활을 하며 구타 및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결국 2013년 1월 4일에서야 무죄선고를 받아 누명을 벗었다. 39년의 세월이었다.

그러던 이들이 ‘변절자’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일이 있었다.

황석영이 진보진영에서 변절자로 낙인 된 계기는 2009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순방에 참가하며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 정부로 평가한다”고 한 발언 때문이었다.

이 당시 김지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작가는 자유로워야 한다”며 “황석영 씨가 그렇게 발언하는 것은 자기 자유이며, 그 사람은 나그네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마음대로 가는 것”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석영은 현재 다시금 대표적인 진보인사로 자리잡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전 후보를 적극 지지한 바있다. 또한 문 전 후보를 ‘국민후보’로 추대한 ‘국민연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반면 김지하가 야권으로부터 ‘변절자’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1년 조설일보 1면에 실렸던 ‘죽음의 굿판을 걷어 치워라’라는 제목의 글을 썼을 때부터다. 그 당시는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분신자살이 잇따라 일어났던 때로 김지하의 이러한 논조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5일 JTBC <뉴스9>에 출연해 당시 후보였던 박 당선인에 대해 공개 지지선언이 이어지자 비로소 진보파는 '아차'싶었던 것 같다. 그뒤 김지하는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야권을 헐뜯었고, 박 당선인을 추켜세웠다.

이를 차마 지켜볼 수 없던 야권 일각에서는 '변절'이라기 보다는 '오판'이라는 말로 김지하의 행보에 대해 이해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보세력은 말그대로 '멘붕' 상태를 겪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지하는 오히려 황석영보다 더욱 강력하게 유신체제를 비판해 온 인물로 오늘날 엇갈린 이 두 문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왜'라는 물음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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