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천 “장하준 등 재벌의 막강한 위력 지나치게 과소평가”
이병천 “장하준 등 재벌의 막강한 위력 지나치게 과소평가”
  • 공은비 기자
  • 승인 2013.01.17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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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경제론의 충돌> 저자 이병천 교수
▲ 이병천 교수 @EveryNews

경제민주화의 핵심, 분배적 정의와 참여적 경제이며 그것은 공정한 경쟁보다 더 강력한 말

“‘줄푸세는 개혁적, 대중적 보수에는 미달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한계를 보이는 핵심적 지점

[에브리뉴스=공은비 기자] 강원대 이병천 교수가 케임브리지 장하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승일 정책위원, <시사IN> 이종태 기자와의 논쟁 글을 정리하고 새로운 견해를 추가, 한국 경제론의 충돌을 펴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건전한 논쟁은 어려운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에브리뉴스>는 이병천 교수를 만나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현재 논의되는 노령연금 정책 등에 관한 의견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 2012년은 87년 민주화이후 25년이 되는 해였다. 주류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와 민주화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경제민주화는 87년 민주화시기에 개정된 우리 헌법 119조에도 나와 있다. 불행히도 그 조문은 시체처럼 죽어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몰아부친 재벌독식, 부자중심정책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켜 경제민주화를 시대 화두로 떠올렸다. 또 세계적으로 경제위기 상황이 겹쳐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선과 함께 정치·경제관련 이슈들이 연일 논의됐다.

독자들, 특히 양식을 가진 경제시민들이 이러한 한국과 세계경제의 이슈들에 대해 보다 민주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게 또 학자의 자기 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박사, 이종태 기자의 논조를 정조준 한 듯하다.

- 그렇다. 내 이야기를 바로 풀기 보다는, 건전한 논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더 흥미롭고 독자들에 다가가기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전에도 이런 논쟁적 방식으로, 다른 논자를 걸고넘어지면서 자기 생각을 펴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가 늘 고민된다. 그러던 중에 나는 장하준·정승일 그룹이 출간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접했다. 이전에 출간된 쾌도난마 한국경제와 주요 골자는 유지되면서, 확대된 내용도 많이 담겨 있었다.

당시(20123월경)에 장하준 정승일 그룹의 책이 출간되고 또 김상조(경제개혁연대) 교수가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그 두 책이 각기 다른 각도로 한국경제의 구조 또는 주요모순과 경제 민주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다뤄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한 현안들을 어떻게 같이 묶어 다룰까 고민 하다가 장하준 정승일 그룹의 주장을 소재로 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수님과 같은 기조를 가진 그룹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다. 반면, 신선하기는 하지만 아직 보편적 동의를 얻지는 못한 장하준·정승일 그룹의 논의를 겨냥해 책의 많은 내용을 할애 했다.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책의 마지막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낡은 화두다라고 쓰여 있었다. 재미있지 않나.

이들(장하준·정승일)의 말은 양날의 칼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소재로 삼아 내 얘기를 하는 게 다른 방식 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보면 장하준 그룹이 이야기한 부분 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언급한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한국 진보학계의 본류에 뿌리를 내려 잘 소통이 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언은 굉장히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경제 97년 체제, 나아가 박정희 체제의 공과에 대해, 이른바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생각을 그들이 과감하게 공론장에 던진 거다.

민주개혁파의 주류적인 견해에서 97년의 김대중 노무현 시기의 개혁을 본다면, 우리가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그것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해석해 왔다. 여러 가지 문제도 많이 있었지만 이 개혁을 통해서 선진적인 경제로 갈수 있다고 주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다른 쪽에서는 전혀 그게 아니다라고 보았다. 장하준 정승일 그룹이 강력하게 그 문제를 던진 거다. 그걸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말했다.

또 그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도 정치적 독재로만 보는 건 곤란하며, 어떻게 경제적 성공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부분도 지적을 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사실 민주개혁세력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장하준 정승일 그룹은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그 두 가지가 장하준 정승일 그룹의 주장들을 내가 이야기 소재로 잡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 이병천 교수 @EveryNews

보수 진보 개념을 많이 얘기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장하준 정승일 그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 그들의 생각은 기존의 보수·진보로 말하기에는 뿌리가 좀 다르다. 내가 보기에 그들 생각의 중요한 뿌리는 흔히 말하는 개발 국가론에 서 있다. 또 생각의 또 다른 갈래는 스웨덴식 복지국가에 가 있다. 만약 그들이 그 양쪽을 순조롭게 , 모순 없이 결합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나름대로 그들만의 새로운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묘하게 양쪽에 걸쳐있다. 딱 잘라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박정희 시대에 정치적 독재 부분만 빼고 이야기 한다면 박정희 시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이렇게 보는 보수주의자들이 매우 많다. 더 나아가면 독재 때문에 성공했다고 하는 보수주의들이 나온다. 그런데 장하준 그룹은 정치적 독재와 성장 기적을 단순하게 분리시킨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 이후에, 한국경제가 어떻게 가야 하나, 이런 부분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장하준 정승일 그룹식으로 스웨덴식 복지국가로 가자고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마 새누리당식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거기서도 갈림길이 생긴다.

기존에 있던 진보, 보수 논리가 아니더라도, 장하준 그룹이 박정희 시대와 그 이후 시대 양쪽 에 대한, 두 가지 얘기가 모순되지 않고 잘 들어맞는다면 나름대로 새로운 논리의 줄기가 설수 있을 것이다. 뚜렷한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면 말이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인가. 시대적 화두며, 지난 대선 공약으로도 가장 거대한 이슈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편적 개념으로 잡혀있지는 않다. 각각의 정의가 다르다.

- 경제와 민주화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류 시장주의적 견해가 있다. 민주화란 오직 정치에만 관련되는 이야기라고 하는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우리 헌법 1192항에도 명시돼 있다. 주류시장주의는 경제 자체가 권력의 영역이라는 걸 망각하는 시각이다. 사유재산권, 더 범위를 좁힌다면 한국에서는 재벌이 될 거고, 자본의 권력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무엇보다 약자들이 응분의 발언권을 가지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약자인 노동자, 중소기업, 골목상인 등 다수 국민들이 기업경제, 지역경제, 나라경제의 운영에서 발언권, ‘보이스(voice)’를 가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고, 관련된 다른 하나는 분배적인 정의 차원에서 정당한 자기 몫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시장경제를 하는 이상, 그리고 시장에 본질에 경쟁이 들어 있는 이상, 시장경쟁이 공정해야 하고 경쟁탈락자, 패자들이 손쉽게 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내용에 포함된다.

하지만 요즘의 분분한 경제민주화 정의에 대한 견해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99%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데는 폭넓은 동의가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한국경제 ‘97년 체제의 중심적 갈등구조 또는 모순의 양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 부분과 직결된 실질적 경제민주화의 중심 과제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분분하다. 이 부분에 대해 논의가 더 있어야하고 공통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정당한 자기 몫을 가진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 안에서의 자기 몫을 뜻하는 건가.

- 내 이야기는 분배적 정의, 참여경제는 공정한 경쟁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적인 정의와 참여적 경제는 공정한 경쟁보다 더 강력한 말이다. 출발점에서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경쟁 절차를 넘어 사전에 주어지는 기본적인 몫이 있어야만 한다. 노동시장을 생각해 보자.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권리는 공정 경쟁이라는 틀을 넘어선 무언가 기본적 권리다.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틀에는 두 개가 들어 있다. 하나는 자본의 지배. 또 하나는 시장경쟁에서의 열패. 거기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이 발언권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정당한 분배 몫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정당한 몫을 가져야 한다는 건 당연히 공정 경쟁을 넘어서는 본원적인 것이다. 그 두 가지가 경제 민주화의 중요한 핵심이다. 공정한 경쟁은 그 둘과 함께 가야 하지만, 중요성의 무게로 본다면 덜한 것이다. 분배 및 참여의 실현 방식에 따라 공정 경쟁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재벌개혁을 꼽는다. 장하준·정승일 그룹은 재벌이라는 범주에서 그룹과 총수 일가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재벌을 빼고 경제민주화에서 재벌개혁을 빼야 한다는 게 장하준 그룹의 핵심 주장이다. 그들(장하준,정승일,이종태)의 논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엄청난 지원과 국민 대중의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체제의 재산권이 총수 일가의 수중으로 돌아가는 대목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발주의의 자유화와 신자유주의로의 전환과정에서 재벌가문이 독차지하는 소유 및 통제권 성립이 갖는 의미를 놓치고 있다. 그러면서 재벌이 한국 경제의 근간인데 이들이 외자의 위협을 받아 투자도 잘 안하고 일자리 창출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구조가 그렇게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재벌개혁을 해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한국경제 97년 체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융자유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면 개방된 무분별한 금융자유화와 국제 금융자본의 한국경제 잠식에서 기인한다. 장하준·정승일 그룹은 국제 금융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 대기업 정도는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체벌체제와 한국경제 전반에 거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재벌개혁을 추진해서 재벌의 특권적 힘을 약화시키면 미·(미국,영국) 금융자본이 재벌을 접수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도무지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한국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고 있는 막강한 위력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재벌이 자기 자신의 독자적 힘에 기반을 두면서 외자와 타협하고 양극화 성장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앞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말한 세 가지(발언권, 분배적 정의, 공정경쟁)의 내용을 재벌 개혁에도 모두 갖다 대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언뜻 보면, 다른 개혁논자들과 비슷한 얘기로 들릴지 몰라도, 단순한 말의 차이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민 대중의 삶은 아주 고달프고 서럽다. 이 상황을 초래하는 지배적 세력이 있지 않겠나, 그게 누구인가. 바로 재벌이 아닌가. 그리고 사회경제적 양극화 체제가 작동하는 정점에 이 세력들이 있으면 공정 경쟁을 수립하는 정책만 가지고 해결이 될수 있을까. 그 중심을 겨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적 공정경쟁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대중의 발언권과 분배적 정의를 모두 재벌 개혁의 내용과 방식 안에 담아 넣어야 한다.

덧붙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들(장하준·정승일·이종태 그룹)은 재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이 재벌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은 탓에 소모적인 논쟁이 많이 되었다.

현재 우리 재벌 체제는 무책임 체제라고 주장 하셨다.

- 세계경제성장사에서 한국 재벌 체제만큼 무책임한 체제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쉽게 말해 자본이 자기 본위의 이익과 권력행사를 주장하는 체제가 자본주의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가 포함된 국가적인 도움을 크게 받고, 노동자와 서민 대중의 희생으로 거대한 자본 세력으로 발전하고 그러면서도 이해 당사자와 공익, 공공성에 관해 눈 감으면, 그건 보통 자본주의하고는 또 다른 거대한 무책임이다.

자본의 권리와 공익의 기여가 타협한 것이 현실 자본주의의 모습일 것이다. 한국은 어떤 모양인가. 한국은 재벌이 주도하는 체제인데, 기업 수준에서 이해당사자 그리고 국민 경제 수준에서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재벌의 책임성은 너무나 취약하다. 세계 초일류로 성장한 삼성이나 현대 재벌이 저지르고 있는 여러 불법, 편법 들을 잘 살펴보자. 그리고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 거래, 그리고 마침내 골목 평화까지 깨트린 이런 재벌의 독식, 무책임 행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좁게는, 기업단위에서 노동자의 일자리나 참여권 보장이라든가 중소기업과의 관계, 특히 하청단가 문제를 비롯한 문제들을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든지, 응분의 세금을 내서 복지 재정에 큰 보템이 되게 한다든지, 특별 자금을 출연해 고용기금이나 중소기업 발전기금으로 쓰게 한다든지 ,이런 측면에서 명확한 책임성이 요구된다.

지향하는 복지의 방향도 다른 것 같다. 장하준·정승일 그룹은 스웨덴식 복지를 주장한다.

-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자고 하는 점에서는 그들과 나는 그리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한국에서 어떻게 스웨덴식의 보편적 복지국가로 갈 수 있을지, 복지국가라고 하지만 복지만으로 살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의 경우 복지 체제와 생산 체제는 어떻게 혼합되어야 할까,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에서 나는 그들과 많이 다르다.

복지도 복지지만, 복지를 떠받치는 생산체제에서 스웨덴 모델이 우리에게 어떤 함축을 가지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식 모델도 중요하지만 덴마크식 모델이 지금 우리에게는 더 교훈적인 부분이 많다. 스웨덴은 중소기업이 저발전 되고 대기업 중심으로 발달한 구조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잘되게 하려면 스웨덴식 보다는 덴마크식에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중소기업이 잘 발달된 모델로, 북구에서는 덴마크, 유럽에서는 제3이탈리아(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독일 등이 있다. 스웨덴 모델은 중소기업이 매우 억압받은 모델이면서 노조(노동조합), 즉 노동권이 굉장히 강력하게 잡혀있는 나라다. 반면 현재 우리는 노동자 대중이 너무 현격한 약자 위치에 있고, 중소기업, 자영업, 비정규직 노동 문제 등이 핵심 화두로 대두된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식 복지로 가자고 주장하는 건 우리 현실에 잘 맞지 않다.

스웨덴은 합리적인 재벌과, 그들이 존경받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스웨덴 최대의 금융 가문인 발렌베리가 대표적 예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은 강력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과 사회민주화 세력을 가지고 있다. 이 타협구조 위에서 노동도 굴러가게 만들고 복지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게 완전히 무너져 있지 않나.

우리도 만약 스웨덴처럼 된다면 매우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생각했을 때는 스웨덴처럼 될 수도 없거니와, 스웨덴 모델은 중소기업이 억압받아온 모델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중소기업이 발달한 나라의 모델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스웨덴식 보다는 덴마크에서 많은 부분 배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노동자, 소상공업자의 축을 공고히 하고, 대기업, 중소기업, 지역경제가 함께 발전해 국민경제 포토폴리오를 다양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에 관한 부분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 그들과의 논쟁의 핵심중 하나다. 그들은 말로는 11표를 주장하고 노동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노동이 중요하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노동을 중요시 여기는 근본적인 논리나 역사적 근거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많다.

예컨대, 그들은 스웨덴식 복지국가를 주장하지만, 그간 한국의 발전 경로와 매커니즘, 계급 세력의 구도와 배치가 스웨덴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보지 않은 채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박정희 개발독재 체제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 설명하는 이병천 교수 @EveryNews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과 과를 평가한다면.

- 합리적 보수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이명박 정권은 실패 했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 어떤 잘한 부분이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진보적 눈으로 보려고는 하지만, 합리적 보수의 관점에서 평가해도 이명박 정권은 실패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출범할 때 이명박 정부와 주변 지식인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가 좌파적이라고 봤다. 좌파적으로 보는 근거는 크게 대북정책 그리고 사회경제적 정책을 기준으로 했다. 복지재정을 늘리고,재벌 개혁을 단행하고 하는 등의 이유들로 실패했다는 거다. 이명박 정권은 그러한 방향으로 판단을 하고 정권을 이끌었으니 더 우향우를 해야 했다. 그래서 정책의 운신 폭이 매우 좁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를 살리겠다’,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정책 폭이 좁아 애초부터 불가능 했던 약속이었다.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민주화 이후 한국은 절차적인 민주적 공고화에는 꽤 성공했지만 특히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너무 많은 부분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인 제2의 민주화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민주화, 즉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길에서 뒷걸음 치게 만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 정권은 한국 현대경제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노골적, 돌진적으로 규제 완화와 재벌과 부자 위주 정책, 양극화와 빈곤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서의 최대 수혜자는 소수 재벌로 대표되는 대자본가 계급, 토건세력과 국제 금융자본이다. 반면 노동 계급과 서민대중들은 완전히 패배자의 처지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래서 낙수 효과 조차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정도가 돼 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기조는 미국 공화당 식의 시장 만능주의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재정지출은 기대보다 많이 했다는 부분에서, 일정 부분 시장 만능주의 고집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 우리가 시장만능주의라고 할 때는 단순히 시장만 말하는 건 아니다. 재벌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부동산과 금융이 시장화 돼있는 상황을 봐야 한다. 그리고 재정 지출을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그 지출이 어떤 지출인가. 대부분 4대강 토건사업에 쏟아 부었다.

거의 타당성이 없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수십조 투자를 했으면서도, 정작 복지예산에 지출한 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부자 감세 때문에 결국은 국가재정이 엄청나게 악화됐다. 연마다 거의 30조 적자였다. 그걸 복지 재원으로 했더라면 한국경제와 사회가 정말 많이 달라졌을 거다. MB정부는 공공성에 대한 안목이 너무 천박하고 취약했다. 윤여준이나 김종인 씨와 같은 합리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보수로 불리는 새누리당, 박근혜는 보수의 전형적 기조인 줄푸세를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행보는 줄푸세와 일치하지 않고 그렇다고 줄푸세를 완전히 놓은 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이다.

- 정확한 지적이다. 이른바 줄푸세는 개혁적, 대중적 보수에는 미달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한계를 보이는 핵심적 지점이다. 본래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보수 세력 기반을 지지하는 것이 줄푸세이고 경제민주화는 배제된 아웃사이더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명실상부한 개혁적 보수라면 기존의 수구적 보수의 모습에서 확 탈바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그렇게까지는 못 가고 있다고 본다. 박근혜 개혁의 스탠스, 포지션이라고 할까. 수구 보수와 개혁 보수 사이, 그래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를 적당히 비빔밥을 한 박근혜 개혁의 실체인 것 같다.

박근혜 당선자는 양 손에 줄푸세와 경제민주화, 두 개의 떡을 쥐는 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정도 내세운 것도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박근혜 보수라는 게 이쪽으로(개혁적) 성공하고자 하면 더 개혁적으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그 한계인 것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 이번 선거에서 결국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 정책이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에 승리한 셈이다. 여러 이유들이 겹쳐 한국 서민 대중의 정서는 아직 보편적 복지에 대한 동의로까지는 성숙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다. 박정희 시대이래 깔려 있는 성장에 대한 강력한, 암묵적 동의도 있고, 또 민주화 시대가 오히려 시장의 시대가 되어 부동산, 금융부문을 비롯해 너무 많은 것에 고삐가 풀려 버렸다.

그렇지만 기초노령 연금을 비롯하여 박근혜표 복지 공약도 이명박 정부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재원 확보가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이 재원 확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박근혜 복지공약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러면 박근혜가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신뢰와 약속 지키기에도 금이 갈 것이다.

그런데 내가 다른 지점에서 주목하는 것은 박근혜 당선자의 가계부채 대안이다.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 측 대안보다 더 과격해 보인다. 노동시장 유연화 때문에 노동자들이 정말 고통 받고 있는데 그 부분에 관한 해결 방법을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신, 노동과 소득에서 고통 받는 부분을 금융으로 좀 만회해 보려는 생각이 엿보인다.

미국이 전형적이지만, 우리나라도 무엇보다 부동산 재테크로 노동 생활의 시장화 고통을 조금 만회시키려는 게 신자유주의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골조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이게 먹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이 18조의 예산을 들여 가계부채 탕감이라는 대책을 던진 것인데 이 부분은 상당히 주목해야 할 민생복지 대책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 힘으로 빚을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또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물론 재원 문제도 있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동산 정책은 크게 흔들지 않아 ‘50에게도 어필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제대로 연착륙을 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령연금을 국민연금 재원으로 끌어와 사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반발 층도 적지 않다.

- 논란이 많이 예상된다. 증세라는 정공법을 피하고 재원문제를 고민하다가 나온 발상 같은 데 찬성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는 국민 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거대이슈다. 금액의 양의 문제도 있지만, 이것은 재벌의 주주권을 가지고 재벌을 모니터 하는 장치와도 연관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연금을 노령연금으로 끌어와 사용한다는 건 노령층과 50대를 더 끌어들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박근혜 정권의 전략으로 보인다. 50대 반란이 이번 대선에서 엄청난 변수 아니었나. 그걸로 끝날게 아니라 이 사람들을 확실히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전략인 것 같다.

물론 세대 간 정의 문제와 연금의 기본 목적에 위배된다는 등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그런 지적들이 정당하기는 하다. 나도 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50대를 핵으로 하는 노령 층을 본인들이 사회적지지 기반으로 확장한다는 매우 중요한 포석으로 보인다.

2013년도 세계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 흐름 안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 이제 박근혜 정부가 나라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도권을 쥐게 됐으니 답답하다. 앞으로 박근혜호의 앞날이 그렇게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내외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 국민통합과 민생 살리기를 위한 정책을 하기는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간의 재벌 독식, 수출 독주, 부동산 및 금융 재테크, 성장제일주의 체제의 모순을 얼마나 건강하게 치유하고 국민적 동의를 확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내외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특히 출범 1년간은 상당히 고전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우리가 박정희 시대 이래 수출 주도 성장이라는 말을 많이 이야기 했는데 97년 전후로 보면 완전히 다르다. 97년 이후에야 진정으로 수출주도 성장체제로 변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걸 재벌 대기업들이 밀고가고 산업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그런 분야에서 주도하는데 트리클 다운효과(낙수효과)이 너무 취약한 구조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이 체제를 탈피하기가 너무 어렵게 고착화 돼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국민 통합, 민생경제로 가려면 생산체제의 기본 틀에서 내수산업. 중소기업. 지역산업 이런 중간 허리 부분을 두텁게 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외향적 성장에서 내발적 성장 쪽으로, 그리고 낙수효과 방식에서 분수효과(bottom-up) 방식으로 성장체제의 틀을 바꾸는 것, 그게 기본이다. 내수산업 중소기업, 골목상권, 지역산업 이런 것을 키워가지고 소위 99% 서민 대중들이 살만한 경제로 가는게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인수위 시기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분분하지만,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적어도 100일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분수효과 : 낙수효과와 반대되는 현상을 나타낸 말로, 오히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 지원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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