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성 “재벌해체, 황금알 낳는 거위 잡아 먹는 꼴”
송하성 “재벌해체, 황금알 낳는 거위 잡아 먹는 꼴”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3.01.18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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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하성 바른경제민주화연구회 회장

[에브리뉴스=강지혜 기자] ‘경제민주화’의 바람이 거세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날로 늘고 있으며 침체된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물려 최근 바른경제민주화연구회가 출범해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에브리뉴스>는 바른경제민주화연구회 송하성 회장을 만나 경제민주화와 경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학자들마다 제각각인데 정확한 의미에 대해 알고 싶다. 

-권력의 세습을 막고 독재를 막는 것을 민주화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는 부의 세습과 독점을 막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멜랑보(Malinbo)의 지배효과 이론과도 같다.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지 않으면 힘이 센 기업이 작고 약한 기업을 짓눌러 결국 거대 기업들이 경제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때 헌법에 들어간 11조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서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언급이 있다. 

▲최근 들어 왜 경제민주화가 최대 화두가 됐다고 생각하는지. 

-시대적 요구다. 요즘 양극화가 심각하다. 죽지 못해 살 정도다. 이대로 나가면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이 재현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참고 참다가는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안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이 같은 사회적인 요구, 수요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 경제 진단한다면.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수십여개의 여러 회사가 붙어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회사들 말이다.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큰 강철회사가 빵을 팔고 옷 장사까지 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부 대규모 기업집단이 핵심역량에만 집중해 성장해 나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런 기업들 때문에 골목상권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하나.

- 대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일각에서 ‘재벌해체’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것과 같다. 대기업을 살려서 매일매일 황금알을 낳게 하는 게 좋지 않는가.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몸집이 커져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재벌 소유 구조는 문제가 있다. LG, 삼성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소유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소유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순환출자에 메스를 들어야 한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약 9조6000억원의 자금을 재투입해야 한다. 자칫 투자를 못해 고용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 추가적인 순환출자에 대해서만 막겠다고 한 공약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서서히 소유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 재벌의 행태에 메스를 들어야 한다.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 엄단해야 한다. 그리고 집단 소송제를 통해 비오너들이 재벌 오너가 기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밖에 골목상권 보호를 통해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은 그에 걸맞게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가 이익을 얻으려는 탐욕을 제재하고 창의적 기업가 정신으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기술을 개발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 등과 나누는 등 사회적 책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수단체나 재계 쪽에서는 경제민주화로 인해 일자리 감소 및 투자 위축 등으로 서민경제까지 파탄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은 함께 가기 어려운 것인가.

-경제민주화의 규제대상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아니라 재벌 총수의 탐욕과 기업 집단의 힘을 이용한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관행을 말한다. 이 부분이 고쳐지면 공정한 시장질서가 생성되고 당연히 경제성장은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은 서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초기단계에서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이다, 분배가 성장의 원인이다하면서 변해왔다. 지금은 물건이 있어야 나누든지 말든지 하는 것 아닌가. 또 나눠야 빵을 사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중요한 시대다. 그래서 지금은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만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다 붕괴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것이다. 양쪽, 우리 모두가 살아남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프랑스는 지트(Gite)라는 농촌 민박 체계가 있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빈 농가들이 많다. 이런 전국의 농가를 개조해 전원주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주말휴가를 즐기고 바캉스를 즐긴다. 그렇다면 그 소득이 어디로 가는가. 농촌으로 간다. 이게 바로 선순환 구조다. 생산적 복지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을 분배하고 시장에서 경제 권력의 남용을 방지해 경제 주체 간의 조화, 경제민주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요즘 노인들은 늙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일을 못해서 불행한 것이다. 이러한 인력들은 스킬풀하고 저임에 고용이 가능하다. 비정규직, 정규직 문제를 뛰어넘어 노인들을 다시 일터로 보내 최대한 활용한다면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 때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됐다. 경제력 집중은 다시 말해 대규모 기업집단인 30대 재벌기업의 비중이 심화됐다.

앞으로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도록하는게 새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의 소유구조에 직접 메스를 가하기보다는 기업의 생태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프랑스 혁명시 당통 로베스피에르가 우유 값을 동결했지만 가격은 더 올랐다. 비엔나의 방세를 동결했는데 방값이 2배로 올랐다. 에드워드케네디 상원의원의 의료공영제는 실패했다. 이처럼 제도의 좋은 점도 있지만 그림자도 적지 않다. 정책의 그림자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2013년 경제 전망은.

-올해 경제는 암울하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 비중이 중국 24%, 미국 10%, 일본 7%, 홍콩 6% 등 이다. 수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최근 들어 좋지 않다. 유럽 재무위기가 중국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찬바람이 이제 우리나라에게 오고 있어 올해 경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바른경제민주화연구회를 출범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바른경제민주화연구회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사회통합과 양극화 완화, 재벌규제, 금융개혁, 중소·중견기업 육성, 고용안정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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