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술발전과 자동화가 인력 줄인다?
[칼럼]기술발전과 자동화가 인력 줄인다?
  • 오힘찬 칼럼리스트
  • 승인 2013.02.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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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 오힘찬 칼럼리스트]무인 자동차가 생겨나면 택시를 타는 대신 렌탈 터미널을 이용하게 된다고 하자. 그럼 택시 기사는 사라지게 될까? 우리는 자동화로 인한 편한 세상을 꿈꾸면서 반대로 자동화로 인해 사람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로봇이나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은 '가장 고도화 된 세상은 어떨까?'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런 걱정과 상상은 옳다. 그것이 두렵다고 생각하면 적어도 거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동화는 인력을 줄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단정지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단순히 자동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명이 일할 시간을 늘리거나 인력 구조를 변경해 줄이는 방법도 존재한다. 다만 자동화는 인력을 줄이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분명 인력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면 자동화로 인해 인력을 줄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공항 내 식당을 운영 중인 'OTG 매니지먼트(OTG Management)'는 아이패드가 출시 된 이후부터 식당 내 대기석과 식탁에 아이패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OTG는 지금까지 1,500대의 아이패드를 JFK와 라구아디아 공항 식당에 배치해뒀으며, 올해 말까지 7,000대의 아이패드를 배치 할 예정이다. 식탁에 1인당 하나씩 배치되어 있는 아이패드는 음식을 주문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웹브라우저를 통해 대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다. 고로 주문을 받아야 할 인력을 감소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OTG는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 CEO인 알버트 리는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는 것은 업계의 가장 큰 오해다'라며, '자동화는 주문의 정확성을 높히고 고객의 지위 향상을 위한 툴일 뿐 서비스는 동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통해 자동화 된 주문을 하면서 직원들에게서 주문이라는 부분을 빼버리고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자동화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OTG는 자동화를 통해 직원을 줄인 것이 아닌 iOS 개발자 4명을 더 채용했다. 자동화가 인력을 줄이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자동화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식당에서 기술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들어 '셀프존'이나 '샐러드바'를 채용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돌린 것으로써 사실 고객들이 엉덩이를 들고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식당이 인력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 사실이다. 논리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식당 직원이 줄었는가? 오히려 셀프존이나 샐러드바를 만들었지만, 직원수를 더 늘려 테이블마다 최상의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식당이 늘었다. 물론 그 서비스의 대가도 늘긴 했지만, 많은 고객들이 그런 서비스를 받길 원하고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만족하지 않던가?

이것이 식당의 문제일 뿐이라고? 처음 말했던 무인 자동차를 들어보자. 무인 자동차로 택시 사업을 하게 된다면 택시 회사는 자동차 시스템을 관리할 기술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렌탈 터미널을 이용한다면 터미널도 구축해야 하며, 관리 인력도 필요하다. 택시 기사가 사라진들 정작 이를 관리하고 제작할 인력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무인 자동차 시스템을 택시 회사에 제공하는 업체는 솔루션 개발 인력과 서버 관리 인력을 늘려야 한다. 한쪽의 인력이 감소해도 한쪽의 인력을 늘어나야 무인 자동차 시스템이 가능하며, 그 유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무인 택시는 더 많은 요금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고로 더 저렴한 택시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서 택시기사가 사라지는 일도 없다는 말이다. 무인 택시라는 새로운 교통 수단이 추가 될 뿐이다. 정체되지 않는 지하철이 생겼다고 해서 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소가 논쟁이 되는 공장은 어떨까? 공장의 자동화가 인력을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생산성을 위해 인력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면 이 인력들도 자연스레 줄어들테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제봉을 하고 염료를 입히던 인력들이 줄어들면서 의류 공장은 자동화를 맞이했지만, 반대로 의류 매장이 늘어나고 거기에 투입되는 인력은 늘어났다. 쉴 틈 없이 옷감을 나르던 인력이 웃으며 고객을 맞이하는 인력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생산은 자동화에 맡기는 대신 더 다양하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한 디자이너 인력도 늘어났다. 이는 의류 뿐 아니라 산업의 전체적인 R&D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한 인력의 감소가 아닌 균형의 변화이다.

분명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원탁론 적이다. 실제 산업에서 전체적인 인력이 줄어들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자동화가 인력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이며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정설도 없다.

미래에는 어떤 분야든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해지겠지만, 그에 따라 교육의 방향도 바뀌어 갈 것이며, 많은 고급 인력들이 다양한 자동화 서비스에 필요하도록 투입될 것이다. 우리가 과거부터 토익과 토플에 목을 메는 구조가 아니었듯 기술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것이며, 그에 따른 인력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차라리 그것을 자동화로 인한 인력 감소보다 더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려는 것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투덜되는 것보다 나은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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