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이성호 판사)은 20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절차를 집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내용은 허위사실"이라면서 "조 전 청장이 청와대 행정관 2명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 4개가 차명계좌라고 주장했으나 잔고가 수백만원에 불과해 거래내역 등에 비춰볼 때 도저히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개인이 아니라 경찰청장이었다. 일반인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과 조 전 청장의 발언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들은 소문을 공적인 자리에서 막연하게 공표한 것은 명예훼손의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면서 "경찰청장으로서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비중있게 전달될 수 밖에 없고 누구도 쉽게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위력적 정보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발언으로 국민은 '뭔가 있겠지'라는 의심을 갖게 됐고, 그런 의심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너무나 큰 국론 분열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차명계좌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발언의 근거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강연 전에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었다고만 하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은 "강연을 하고 난 이후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에게서 추가로 차명계좌에 대한 얘길 들었는데 검찰 조사에서는 강연 전에 모두 '유력인사'로부터 들은 것 처럼 섞어서 얘기했다"며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의사는 추호도 없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지난 2010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일선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권양숙 여사가 이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내용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유족 대표로 2010년 8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의 명예훼손 혐의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일 조 전 청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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