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범죄, 미군병사 아닌 시스템의 문제"
"주한미군범죄, 미군병사 아닌 시스템의 문제"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3.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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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에브리뉴스= 우종한 기자] 미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는 하루 200통의 전화를 받는 등 기자들을 일당백, 아니 일당이백으로 상대한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총기난사사건으로 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요즈음엔 그 200명의 기자 중 한명으로서 다시 그에게 짐을 한짝 얹어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들을 위한 변명 하나 해야겠다. 미군범죄에 대한 코멘트는 도대체 누구에게 들어야 하는가? 미군 범죄에 대해 국가부터 먼저 외면하는 상황에서 언론에 소개되는 그의 코멘트 한마디 한마디가 값지게만 느껴졌다.  
이에 궁금함과 무안함을 안은 채 8일 오전, 망원동에 위치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박정경수(33) 사무국장을 만나봤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이하 ‘본부’)에서는 몇 명이 업무를 담당하나.

- 상근직은 (본인)1명 뿐이다.

▲TV, 라디오, 신문 안나오는 곳이 없다.

- 요즈음은 그래도 전화 인터뷰가 많아 다행이다. 재작년 같은 경우 찾아오는 기자들을 줄 세운 뒤 한명씩 모두 설명했다. 소파 관련한 내용이 사실 쉽진 않다. 본부에서 활동하게 되면 처음 1년간은 계속 교육만 받는다. 상담이 주 업무인 만큼 많이 알아야 한다.

▲본부에 대해 알려달라.

-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다. 근 몇 년 동안 100% 후원만으로 운영됐다. 1992년 동두천에서 발생한 윤금이 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결성됐으니, 햇수로 22년째다. 하지만 당시 사건이 종결되고 나서 이대로 해산해야 될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활동하다보니 후원하는 분들도 생겼다.

▲당시 함께 고민했나.

-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웃음) 내가 일한지는 5~6년 정도 밖에 안됐다. 위 내용들은 선배들에게 들은 내용이다.

▲20대 중반부터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평소 미군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 처음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부터 환경과 관련된 거의 모든 단체에서 활동했다. 뭔가 일이 열린다 싶으면 수업도 제껴 두고 모두 쫓아다녔다.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좀 더 작은 곳에서 일해 보고 싶어 이 곳 본부에서 활동하게 됐다. 사실 대학도 3년 정도 늦게 들어가 공부에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 전까지도 인도, 중국, 이집트 등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사실 환경문제와 미군 역시 관련이 깊다.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되었던 포름알데히드 방류사건이라든가, 재작년 캠프 캐롤의 고엽제 매립사건 등 이런 환경문제들도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활동을 한다. 이 곳에서 일하기 전까지도 사실 미군범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이제 전공으로 넘어 가겠다. 최근의 미군 범죄 어떤가.

정부 데이터를 참고로 했기 때문에 오차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데이터가 존재한다. 첫째, 주한미군 숫자는 2004년 이후 줄었다. 3만5천에서 2만4천으로 줄었다는 팩트가 있고 둘째, 한국 내 SOFA 대상자 즉, 미군속 중 군인 비율이 50~60%로 줄었다. 군인이 줄고 군속은 유지된 셈인데, 이것은 큰 의미가 있다. 과거 군인의 인구비율은 60%, 미군 범죄비율은 70%정도였는데, 현재 군인 비율이 50%로 줄었음에도, 범죄비율은 77%로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지적하는 부분은 시스템적 문제다. 미군 한명을 괴물로 몰아넣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서도 몇 가지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 미군 내 규율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그리고 미군들 스트레스가 상당히 증가했다. 미군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문제, 음주, 부대 내 성폭행 등 각종 수치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수치들은 미군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미군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미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10년 전쟁을 통해 병사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향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미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1년밖에 거주할 수 없고 순환배치를 받아야하는 안정적이지 않은 미군기지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사실상 조건은 동일한 셈이다.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독일, 일본의 경우 일반 사병도 가족을 대동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보조금이 지급된다. 한국도 가족을 데려올 수는 있지만 사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힘들다. 때문에 국내 미군들의 경우 가족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미군도 금전적 어려움을 겪나.

미군부대 주변 클럽을 돌아다니다보면 미군이 돈이 있는지, 없는지 장사하는 분들이 제일 안다. 미군들이 돈이 부족해진지 오래됐다. 특히 많이 입대하는 유색인종들의 경우 부양가족이 많아 본국 송금으로 인해 유흥비가 부족하다. 급여 역시 미국 물가로 절대 많은 돈이 아니다. 때문에 범죄가 일어날 요건들이 많은 편이다. 

▲최근 미군들이 마약에도 손을 댄다는 자료를 봤다.

최근 2년 사이 관심을 가지는 수치 중 하나다. 2년 전 FB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미군부대에 약 24개 범죄 조직들이 잠입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미군 병사 수급이 어렵다 보니, 결격사유가 있던 병사들도 이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갱단들이 의도적으로 미군에 들어온다고 보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전 세계 어느 누구보다 외국 출입이 자유롭고 통제가 적기 때문에 미군이 마약밀매의 주요한 루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잠입한 미군 병사들 간의 은밀히 (갱단의)수신호를 보내는 사진들이 포착됐다. 여기에는 한국 갱단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가 정확한 팩트다. 2년 전부터 합성 대마인 스파이스 같은 마약들이 들어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우유주사, 즉 프로포폴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그램 단위가 아닌 킬로그램 단위로 거래될만큼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건 개인이 유통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조직이 아니면 개인으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실제 마약 유통업자 검거 시 미군 병사가 아닌 그 부인들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SOFA 개정? 긴가민가하다.

한미 SOFA는 67년에 만들어졌고 91년과 2001년에 두차례 개정된 바 있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은 작년 한미소파 합동 위원회의 합의사항이 변경됐다는 내용인데, 발표될 때는 SOFA 개선안이라고 발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소파개선안과 소파개정안의 차이를 알기 어렵다.

▲개정안과 개선안 어떻게 다른가.

개선안은 일종의 운영지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제성이 없다. 또한 미군 당국과 대표자 합의를 통해 합의, 발표 되지만 그 내용을 우리가 알기는 어렵다. 한미 SOFA는 일종의 조약으로서 효력을 갖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는데, 개선안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공개가 안된다. 왜냐하면 미군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보를 공개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국민이 볼 수 없는 내용을 가지고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누더기 협정이라고 부른다. 본문 개정은 하지도 않고 그 개선안으로 발표를 하는 등 이상한 형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상 반미 이데올로기에 충실해보인다. 반대 여론은 없나.

어제 뉴스를 봤는데 애국보수라고 하는 어르신들이 이태원 거리에 나오셨더라.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진보적인 일이냐는 생각이 든다. 자국민들 보호받자는 게 사실 가장 보수적인 운동 아니겠나. 우리는 그 수준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딱히 어딘가에서 욕을 먹거나 지적을 받은 적은 없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들은 그런 부분들이다. 피해자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황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 뿐이다. 가끔씩 의혹도 제기하고 싶은데 조심스럽다. 사실에 기반 하지 않은 언급은 하지 말자는 게 원칙이라, 철저히 쌓여진 자료 중심으로 움직인다. 미군범죄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늘어난다면 어떤 이유에서 늘고 있는지, 지금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어떤 건지, 이념적 판단을 해야 한다면 아마도 단체 이름 때문에 많이 오해를 받는데 매체 인터뷰 때마다 어떤 리액션을 원하는 게 사실이다. “규탄해라”, “처벌해라”와 같은 강력한 행동들 말이다. 가끔 드는 생각이 미군 한명 처벌해서 문제 해결되지도 않고 겨우 위로나 받는 수준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체에 길게 나오면 좋은 설명을 할 수 있는데, 뉴스 인터뷰 같은 경우 10초, 신문기사 같은 경우 1줄 밖에 할당되지 않으니 “쟤네 반미단체 아니냐?”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나도 가끔 한미SOFA 외에 근사한 글들을 쓰고 싶은데 이것밖에 할 말이 없다(웃음).


보면 알겠지만 이걸 한번 설명하는데 몇 십 분이 걸린다. 그런데 이걸 기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하다보면 압축이 안된다. “미군철수” 밖에 말이 안나온다. 사실 다른 얘기 굉장히 많이 한다.

▲정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작년 9월 외교부에서 콜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 미군 범죄 상담을 우리가 하고 있는데, “법, 절차 설명, 이걸 시민단체에서 해줄 일인가? 정부에서 주한미군 데려와서 범죄 일으켰으면 변호사 두고 직접 상담해라” 이걸 몇 년간 얘기해서 이제 정부에서 하겠다고 나온건데 지금 정부조직법이 늦어지면서 외교부 산하 ‘미군범죄상담 콜센터’ 설치 역시 중단 돼 있다. 가끔 정부에 문의를 하는데 “예산은 확보됐다. 하지만 인원을 못받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우린 정부가 못하는 걸 감시하는 게 목적인데, 왜 정부가 안하는 걸 하는지...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제 역시 우리가 꾸준히 제기해오다가 2001년에 정부에서 하겠다고 해서 올해에야 예산이 나온 것이다. 1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콜센터 설치, 실질적 도움 될까.

이걸 만들라고 한 이유는 하나다. 경찰들도 SOFA를 어려워한다. 실제로도 어렵다. 왜냐하면 미국법적 요소도 많고 영어도 어렵다. 경찰들이 받는 SOFA 교육 역시 부족하다. 진급할 때 1시간 뿐이다. 실제로 규정은 있음에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우리가 성명서를 쓰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민 뿐 아니라 경찰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경찰도 어려움을 겪는 SOFA, 그렇다면 수사과정이 궁금하다.

경찰 통역 한 명과 미군 통역 한 명이 함께 들어온다. 한 명만 둬도 좋을텐데...실제로는 미군, 미군 변호사, 미군 통역관, 미군 대표자, 참고인, 경찰, 경찰 통역관...이런식으로 붙다보면 10명 정도 된다. 한 명이 한마디씩만 해도 열 마디가 된다. 때문에 1시간이면 될 단순 폭행사건도 7시간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SOFA 아직도 너무 어렵다. 실질적으로 우린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작년 나온 개선안도 ‘미국이 허락할 때’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정확하게는 ‘미군이 호의적으로 고려’ 해야 수사가 가능하다. 얼마 전 벌어진 이태원 총기난사 사건 역시 미군 부대 안에서 우리가 조사를 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 후 총알을 회수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우리가 직접 회수하진 않았다. 미군이 채취해서 준 것이다. 핵심적 조사 자료들은 미군에서 준비해주는 자료들이다. 마약, 음주 사건의 경우 샘플 역시 미군이 채취해서 주고 있다. 
'SOFA 개정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범죄는 벌어지게 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찰의 수사다. 경찰들에게 특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싶다.

미군 범죄 사건의 경우 사회부 기사로 실리게 되는데, 소위 가십거리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누군가에겐 명예, 안전의 문제다. 부디 가십이 아니라 문제 원인 밝히고, 해결 방안을 찾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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