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익 챙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알바생에겐 최저임금"
"엄청난 수익 챙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알바생에겐 최저임금"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3.2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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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윤정 알바연대 활동가

▲ 하윤정 알바연대 활동가
[에브리뉴스= 우종한 기자] 영화 ‘킥 애스’에는 말도 안 되는 영웅 ‘데이브’가 등장한다. 평범한 시민이던 데이브는 “왜 아무도 히어로가 되려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스스로 영웅들의 상징인 스판(?) 옷을 입고 정의 수호를 외친다. 사람들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데이브’를 비웃는다.

우리나라에도 데이브과(?)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판이 아닌 소, 말, 꿀벌 복장을 하고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누빈다. 알바연대는 올해 1월 2일 결성된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3개월 만에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우스꽝스러움’과 ‘비장함’을 무기로 이들은 느닷없이 야간 편의점을 급습(?) 하는가 하면 대기업들의 비정규직 노동착취 행태를 꼬집으며 각성을 촉구한다.

급기야 지난 2월 28일에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바오적’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백만 알바여, 노예 된 알바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알바연대 '시일야알바대곡' 中)

이들은 GS25,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카페베네, 고용노동부를 오적으로 지목하며, 매출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당기순이익 역시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데도 아르바이트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횡포를 방관한 죄목이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바는 간단하다. ‘최저시급 1만원’

하윤정(27) 알바연대 활동가는 5년 전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부당한 처사에도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알바'들은 목소리를 모으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안녕하세요. 알바연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1월 만들어졌구요. 현재 회원은 150여명 정도며, 주로 아르바이터들을 위한 캠페인과 상담을 하고 있어요.

▲회원들은 주로 젊은 학생들이겠네요.

-학생들도 있지만 일반 직장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캠페인이라면 주로 어떤 일이죠.

-인형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상가에 직접 들어가보는거죠. 아르바이트 중인 학생들을 직접 만나 홍보물을 나눠드려요. 서명을 받기도 하구요. 처음 출범했을 땐 이런 식으로 거의 매일매일 캠페인을 벌였어요. 하지만 캠페인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프랜차이즈 업체들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어요. 편의점을 돌면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야간에는 사장님도, 손님도 없으니 아르바이터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가끔 문을 열고 들어가 소리를 지르기도 하구요(웃음).

▲잘 협조해 주던가요.

-네, 심심하고, 졸리니까요. 학교 이야기, 힘든 얘기 등 별별 얘기를 다 나눠요. 하지만 영세한 업장의 경우 사장님을 비호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최저시급 1만원’얘기를 꺼내면 ‘그러면 사장님은 어떻게 되냐?’고 말이죠.

▲ 알바연대의 직접 조사에 따르면 일부 업종의 경우 서울시의 실태 조사 보다 근로 환경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알바연대

▲‘알바5적’에 누가 있나 살펴보다가 ‘고용노동부’를 발견하고 웃었어요. 고용노동부는 왜 포함 된 거죠?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를 방관한 죄죠. 관리소홀. 하지만 이해가 가기도 해요. 사실 고용노동부 등에 단속 권한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관할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요. 때문에 아르바이트 실태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많은 보도가 있어도 개선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유명무실해요.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실직 이후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50대분이셨는데 계약서도 안 쓰고 시급 4300원에 일을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계약서를 안 썼으니 당연히 4대 보험도 안되고 수당도 못 받았죠. 낮에 일을 마치고, 저녁에 저희 사무실로 찾아와 상담을 한 뒤 진정서를 제출했죠. 결국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로 하고 진정을 취하한 일이 있었는데, 얼마 전 다시 방문하니 다른 분이 계시더라구요. 근데 아직도 시급이 4300원인 거예요. 진정까지 넣었었는데...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 한 편의점주의 자살 사건이 있었을 때 알바연대에서도 성명을 냈죠.

-네, 성명을 냈는데 저희는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터 뿐만 아니라 그 편의점 사장님 역시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 위약금 문제나, 같은 블록 안에 같은 프랜차이즈가 몇 개씩 입점하는 등 문제가 많잖아요. 결국 아르바이트생 임금문제까지 영향이 미치고, 결국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이 커피도 5천원이나 하잖아요. 1시간을 일해서 커피 한 잔도 마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고 있잖아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니요. 실제 1만원을 요구하는 거구요. “비현실적이다”, “영세업자, 중소기업은 망하라는 거냐”는 비판도 들었어요. 하지만 시급 1만원 자체가 현실성 없는 금액은 아니에요. OECD 국가들 평균이기도 하고, 통계청 발표 등을 보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봐요. (커피잔을 가리키며) 이 커피도 5000원이나 하잖아요. 1시간을 일해서 커피 한 잔도 마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아가서는 최저시급 인상 외에 노동시간 단축도 함께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임금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거예요. 요즈음은 캠페인을 돌다 보면 50~60대 은퇴하신 분들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 분들도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해 시간을 여유 있게 쓸 수 있었으면 해요.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이니 만큼 임금 문제에 먼저 집중하는 거구요.

▲50~60대 노년층 아르바이터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네, 60대이신 한 분은 야간 근무인데도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4800원을 받으시면서 일하셨어요. 용돈벌이로 한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7~8000원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학생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시죠.

▲‘알바연대’를 활동하며 처음 목표로 한 기대치가 있었을 텐데.

-올해 1월 2일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범식을 열었는데 아무도 취재를 안오시더라구요. 언론사에 자료도 다 뿌렸는데...1월 2일 연초라 날을 잘못 잡았나 싶기도 했구요. 많이 실망했죠. 하지만 이제 활동한 지 3달째 접어들었는데 저희가 주장하는 바와 활동들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퍼포먼스만으로는 한계가 있을텐데요. 

 -6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본 뒤 좀 더 활동적인 시위를 모색할지 방침이 결정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변 확대와 홍보에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좀 더 정치적 활동을 기획중이에요. 5월 1일 노동자의 날 행사와 4월 6일 인디밴드 5팀이 참가하는 '알바들의 파티 PAUSE'와 같은 행사들을 기획중이에요.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를 받고 있는데 많이 참석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직접 겪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면.

-2008년에 휴학을 하면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처음엔 어린이 박물관에서 3개월 계약직으로 있었는데, 지각을 하게 되면 그날 일급이 빠졌어요. 20일을 일 하더라도 이틀을 지각하면 18일치 급여밖에 지급이 안됐죠. 그 때가 22살 때였는데, 같이 일하는 오빠와 언니들에게 항의해야 한다고 따졌어요. 그랬더니 “니가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시더라구요. 이후 저는 “빨리 그만둬야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일을 계속 했죠. 하지만 여기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정말 직장의 개념으로 일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뛰어드신 분들도 계셨구요. 대학교에서는 저와 비슷한 학생들과 부대꼈는데,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내가 쉽게 여기는 일도 이분들에겐 생계수단이구나,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그 때 처음 느꼈어요.

다음으로 한 일은 외국음식 레스토랑이었는데 점심시간이 포함된 바쁜 시간에 일하는 조건이었어요. 여기는 정말 사람들이 일밖에 할 수 없을 만큼 바빴어요. 손님이 주문하는 6~7개 외국 요리 이름을 외워서 서빙할 때도 있었구요. 이 외에도...

▲올해 졸업했다고 하셨죠.

-휴학을 하면서 졸업이 많이 늦어졌는데요. 대학을 다니면서도 중간에 고민이 많았어요.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등록금 부담도 있었구요. 한번은 진지하게 대학을 그만둬야 할까 고민도 했어요. 그래도 그 시기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특히 자원활동을 하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2008년 때 경험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셈이죠.

▲취업과 관련해서 친구들 고민도 들어주나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취업과 관련해서 화가 나는 사례들도 많아요. 특히 여자 동기들의 취업 문턱이 더 높아 보여요. 아는 친구 중 4년간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닌 친구가 있는데. 모 기업 인사과에 다니는 선배가 그 친구를 보자마자 “외모 관리도 능력이다. 살부터 빼야 한다”고 말해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같이 속상해했죠. 또 친구들을 보면 면접 때 최대한 증명사진과 똑같이 하고 가기 위해 머리며, 옷이며 공들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업에서 주어지는 업무 수준에 비해 개인에게 너무 과도한 많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 같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도 마찬가지죠. 저희 학교의 경우 일정 토익점수를 넘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는데, 저도 울며 겨자먹기로 신촌에 있는 새벽 토익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새벽 시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대학생 뿐 아니라 이직, 승진 때문에 직장인들도 오고...어휴...이건 너무 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성세대들의 충고가 이어지고 있어요. 더불어 자기계발서, 멘토링 바람도 불고 있구요.

-대학에 올라오고 신입생 때는 그런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힐링이나 방법론적인 책들 있잖아요.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그런 책들이요. 하지만 3일 정도 지나니 시들해지더라구요. 요즈음은 그냥 어떤 책들이 있나 훑어보는 정도구요. 최근에는 사회활동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일본 비정규직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인데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일본의 대량 해고기간에 즈음해서 해고자들이 텐트를 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기가 있었는데, 해고라는 게 직업도 직업이지만 자기 생활 전반이 무너지는 일이잖아요. 일을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나빠지고 모든 일로 연결되는 일인데, 이 분들이 소규모 노조를 만들고 ‘파견마을’을 만들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그런 부분들이 와 닿더라구요. 특히 일본 비정규직 같은 경우 노동환경 뿐 아니라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생활 상담도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응용할 부분이 있다면.

-아르바이터의 경우 기존 방식(노동조합)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과 일본의 환경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고 성공사례들을 참고하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사회활동이 힘들지는 않나요.

-일이 힘들기도 하고 막막한 것도 사실이에요. 활동을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회의 중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집행할 수 있는 행동력이 필요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대기업 노동자들은 노조라도 설립할 수 있지만, 우리 아르바이터들은 다 흩어져서 모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아르바이터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부분들을 구체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어요.

▲새 정부가 들어섰어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많지는 않아요. 과반의 선택으로 당선된 만큼 책임감 있게 잘 해 나갈거라 생각하지만, 역시 임금 수준 현실화에 힘을 좀 써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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