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천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칼럼]천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 오힘찬 칼럼리스트
  • 승인 2013.03.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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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 오힘찬 칼럼리스트]천재. 말그대로 평범하지 않은 비범하고 남다른 생각을 하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적으로 우수한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는 그런 천재들을 보며 감탄하곤 한다. 특히 수많은 고민과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공학계에서 천재의 면모는 돋보이며, 우리는 그들을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근접할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한다.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은 그리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17살이 만든 스타트업이라면 어떨까?

지난 25일, 야후는 모바일 뉴스 요약 앱인 ‘섬리(Summly)’를 $3천만, 한화로 약 33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인수했다. 섬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사용되며, 뉴스나 정보 검색을 한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요약해주는 기능을 지녔다. 이 앱은 약 100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인기 앱이다. 섬리를 개발한 닉 드낼로이시오(Nick D’Aloisio)는 영국 태생의 17살 창업자로 15살 때 이미 ‘트리밋(Trimit)‘이라는 140자 뉴스 요약 앱을 개발해 홍콩의 투자 재벌인 리 카싱(Li Ka-shing)에게 투자 받은 이력이 있는 천재다. 그는 섬리의 매각 금액으로 ‘나이키 운동화와 새 PC를 구입하겠다’고 말한 평범한 소년이지만, 330억을 거머지게 된 천재로 주목 받고 있다. 이후 야후의 영국 법인에 입사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그는 어떻게 섬리를 만들게 된 것일까? ‘시험 준비 중 구글을 이용해 검색하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정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새로운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굉장히 간단한 이유다. 이걸 보면서 ‘아... 내가 먼저 만들걸...‘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모른다면 영영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런 천재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만, 갑자기 주목 받는 천재들을 보는 시각은 그냥 선척적인 부분에 입각할 뿐 그 이상의 생각은 고여있기만 하다.

도대체 이런 천재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토마스 슈어즈(Thomas Suarez)는 개발자다. 12살의 개발자 말이다. 우리는 토마스 슈어즈 또한 천재라고 부른다. 그렇다. 그는 천재다. ‘지구 운세’라는 점쟁이 앱과 ‘버스틴 지버’라는 저스틴 비버 두더지 잡기 게임도 만들었다. 12살의 나이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앱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천재가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천재다. 토마스는 먼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을 깨우치기 위해 파이썬과 자바에 접근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말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하니 어려운가? 하지만 교재를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라면 키보드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베껴할 수 있다. 그리고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토마스를 기회라고 생각했으며, 여태 배웠던 기본을 가지고 아이폰 앱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덧붙이자면 아이폰 앱을 개발하기 위해선 오브젝트-C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야 하니, 토마스는 이 또한 다시 배웠을 것이다. 물론 기본을 익혔으니 수월했겠지만... 그리고 ‘지구 운세’라는 앱을 만들었고, 이를 출시 하기 위해 부모님께 개발자 등록비인 $99를 받아 출시했다. 이 출시로 인해 토마스의 주변인들은 토마스를 격려했으며, 학교는 앱 클럽을 만들었고 교사들이 이를 후원했다.

그가 어떻게 천재가 될 수 있었는지 알겠는가? 기본적인 구조는 간단하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프로그래밍의 기본에 접근했다. 거기서 어떤 기회를 맞이했고, 기회를 살렸으며, 그의 부모님을 그를 후원했다. 굳이 정하자면 그의 부모님은 투자자였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그를 지원했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는 좀 더 공부 할 것이고, 더 괜찮은 알고리즘을 짜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12살에 개발을 시작했으니, 아직 시간은 많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음에도 그것을 배울만한 시간적 여건이 없었거나 부모님이 그의 컴퓨터 사용을 못마땅해 했거나 개발자 등록비를 지원해주지 않았거나 학교가 배려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천재는 천재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냥 똑똑한 사람정도.

그를 천재로 만든 것은 그의 선척적인 능력 뿐 아니라 그의 천재성을 깨워 준 환경에 있다. 그럼 한국은 그런 환경이 잘 닦여 있는가? 애초 학원 시간에 쫓기느라 프로그래밍을 배울 시간이 없을 것이며,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대학에 진학 후에 배워야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혹은 개발자 등록비로 10만원만 달라고 얘기하면, 이런 쓸데없는게 팔리겠느냐며 굳이 출시 할 필요 없다고 하거나 커서 사회에 나가면 하라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프로그래밍에 신견쓰는 것보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토마스가 천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환경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그가 개발한 지구 운세는 운세에 따라 지구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버스틴 지버는 학교 친구들이 저스틴 비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만들어 본 게임이다. 쓸데없어 보이는가? 아니, 굉장히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그런 창의력을 제한하지 않은 좋은 환경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말 쉬운 문제다. 천재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상태로 태어났을까? 혹은 책을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바로 따라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능이 남다를 순 있겠지만, 그 재능을 깨워주지 않으면 그런 식의 천재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IT 기술 시장에서 이 창의력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개발자는 매우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 할 능력이 요구되는 직종이다.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그를 천재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에서 학교 과목으로 프로그래밍을 넣어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 아이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아이들 전부를 프로그래머로 만들어야 한다는게 아닌 창조적인 활동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서다. 필자는 이 부분에 일부 동의하지만, 동의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가 이 프로그래밍을 과목으로 채택 했을 때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놓아둘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본래의 목적보다 이 과목이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거나 혹은 중요하지 않다며 다른 수업 시간의 대체로 사용 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본래의 취지따윈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토마스는 학교의 지원으로 앱 클럽을 만들었지만, 한국의 대부분 학교들이 이런 재량 활동에 인색하며, 입시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단순히 수업 구색 맞추기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앱 클럽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것이 학교 공부를 제쳐두라거나 성적을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접근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좋은 공대로 가야하기에 열심히 함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배우다보니 함수가 필요해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는 그런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교육과 그런 진로를 깨워줄 수 있는 지원을 해줄 필요 말이다.

천재는 천재를 내버려 둘 때 온다. 남들에게 뒤쳐져 영어 단어 하나를 익히지 못하는 것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제한 당하는 것을 더 두려워 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천재들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섬리의 닉은 자신의 창의력을 더 뽐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찾아떠났다. 그는 절대 짓밟히지 않을 것이며, 그대로 천재로써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그런 천재이길 바란다면, 먼저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지 부터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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