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은 많은데 '홈즈'는 없다…탐정법 표류 '벌써 13년'
'루팡'은 많은데 '홈즈'는 없다…탐정법 표류 '벌써 13년'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3.04.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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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석 PIA 회장-
[에브리뉴스=박은미기자] 배우자의 불륜이 의심된다. 금융사기를 당했다. 아이를 잃어 버렸다. 공권력에 의존하고 싶지만 사건 신고 접수 과정조차 ‘확실한 증거’를 요할 만큼 그 문턱이 높다. ‘증거’가 없어 심부름센터를 찾아 불법 조사를 의뢰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들을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몰려온다.

우리나라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불법 흥신소를 제외하고는 증거 자료를 수집·조사 해줄 대행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피해자들을 위해 누군가 ‘전문적으로 업’을 삼고 있는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민간조사를 합법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켜 국민의 생활안전과 권익보호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탄생한 것이 바로 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 민간조사원)다.

민간조사단체를 합법화 하는 것은 ‘증거’에 목마른 피해자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시대적 요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민간조사를 합법화 하자는 일명 '탐정법'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있는 듯 13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집앞 파출소를 두고,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

우리가 어려움에 쳐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서에 들어가 신고를 접수하거나 상담을 받아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공권력이 가동되는 범위와 기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는 것. 경찰 수사의 첫 번째 법칙은 공공성이라 ‘증거’가 없으면 개인을 위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증거’는 피해자 본인이 제시해야하기 때문에 신고접수의 문턱도 밟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가 정보화 시대로 급변함에 개인 사생활 침해범죄가 늘어나면서 소송의 수요역시 폭증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소송의 기본적 구조의 주도권이 법관·검사에게 있던 직권주의에서 당사자주의 성격으로 변모했다. 당사자주의란 소송에서 쌍방이 각자 조사할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당사자들에게 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직접 제출케 하고 법원은 제3자적 입장에서 편견 없는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셀프조사’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먹고 사는 일에만 신경을 쓰며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은 경찰수사나 소송에 필요한 증거 자료를 수집할 전문성이 없다보니 자연히 불법 흥신소에 의존하다 오히려 사기를 당하기 일쑤라는 것.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만들어 낸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다.

-민간조사요원 @PIA

pia, 공권력이 닫지 않는 부분을 돕는 ‘탐정’

공식명칭인 pia란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는 쉽게 말해 책속의 ‘홈즈’와 같은 존재다. 넓은 망토 재킷을 입고 돋보기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광범위한 사건·사고들을 증거를 쫓아 해결해 주는 일은 ‘홈즈’와 매우 흡사하다.

한국 cpia연합회의 하금석 회장은 “pia는 미제사건부터 해외도피사범, 채권채무관계, 기업 내 산업스파이, 뺑소니 사고, 보험사기, 고가 금품 도난사건, 의료사고, 스토킹 사례까지. 공권력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는 일들을 법은 테두리 안에서 조사하는 전문가다”고 설명했다

“pia는 공권력이 나서지 않는 곳의 일을 민간차원에서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확고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아나 가출 신고를 받아주긴 하지만 직접 한명 한명 찾아주진 않는다. 또, 증거자료가 없는 애매한 사건의 경우 신고조차 할 수 없다. 경찰은 신고나 접수는 받아주지만 공권력이 가동되는 범위와 기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피해자들은 증거자료를 찾아줄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한다”

21C 최첨단 유망 전문직인 pia는 교육을 거쳐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이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시험과목으로는 pia민간조사학개론, 범죄학(범죄심리), 법학개론 등이다. 하금석 회장은 “우리는 전문 기관으로 활동해 오며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자격증 허가를 받았다. 배출해낸 요원들은 약 700명으로 현재 탐정이라는 이름 아래 보조경찰 · 관련분야 종사자 · 관련학문 연구자 · 정보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고 있다”며 회원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정보조사를 주로 하는 비밀스러운 직업이지만 그들은 확실한 법칙아래 수사를 행한다. 하금석 회장은 그 방침에 대해 들려주었다.

“업무 중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은 기본이다. 국가의 안보 및 기밀에 관한 정보,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연구개발 정보,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 등은 수집해서는 안 된다. 또 의뢰가 들어온 사건이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때는 진행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민간조사원의 법칙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결코 누설할 수 없다는 것. 과거 민간조사원이었던 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실제로 “미제 사건을 해결한 여담을 들려달라”는 기자의 부탁해 하 회장은 단 하나의 사연도 언급하지 않으며 “나역시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물어야 한다”고 웃어 넘겼다.

-민간조사요원 @PIA

유독 엄격한 잣대는 밥그릇 다툼 때문?

국내의 민간조사법은 국회에 상정한 지 13년째 막혀있다. 입법과 회기만료 등을 반복 하며 지지부진 한 상태다.

반면 선진국 OECD 국가에서는 민간조사 제도가 합법화 되어있다. 영국에서 처음 태동한 민간조사제도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에 정착돼있다. 하 회장은 “외국에서는 이미 민간조사 제도를 합법화해 불법적인 관행을 없애고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미 검증된 제도의 도입을 미뤄 시대적인 부름을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조사법이 합법화 되면 공권력과의 마찰이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공권력과 협력하여 국가의 치안능력을 보완하고,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여 재판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보강해준다는 것이 하 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민간조사를 합법화한 선진국의 사례들이 증명해 준다.


선진국이 검증한 사례라면 안심하고 수용하던 정부가 유독 민간조사법에 대해서만 냉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금석 회장에게 민간조사법의 ‘지난 13년’에 대해 들어봤다.

“1999년 하순봉 의원에 의해 민간조사제도 도입에 관해 처음으로 논의한 후 16대, 17대, 18대까지 계속 발의는 이뤄졌지만 심의만 거치고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19대 국회에서 윤재옥 의원이 경비업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명이 다시 법률안을 발의했다. 윤재옥 의원은 경찰의 관할권을, 송영근 의원은 법무부의 관할권을 명시하고 있어 또 다시 지지부진하게 관할권 다툼을 계기로 무산될까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관할권 충돌로 인한 마찰,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에 여전히 무게를 싫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역시 “국가 공권력을 일반 통제가 쉽지 않은 민간업자에게 이앙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의견서를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하금석 회장은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보호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돼 이에 대한 방패막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과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민간조사업이 합법화 되면 경찰의 수사 인력이 미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증거를 확보괴면 경찰도 수사의 진행도 빨라질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권력의 보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민간조사탐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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