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넘나드는 소방관들의 세계...미국과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생사 넘나드는 소방관들의 세계...미국과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4.05 15: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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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시애틀 소방관 조용석씨

[에브리뉴스= 우종한 기자] 올해 2월 故 윤영수 소방관이 순직했다. 큰 불길이 잡힌 뒤 잔불을 정리하던 중 무너지는 시멘트 낙하물에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윤 소방관은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구급대원이었다. 낙하물이 아니라 소방 인력부족이 문제였다.

끝이 아니다. 이렇게 소방관이 열악한 환경에서 화마와 싸우는 동안, 소방관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국가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행정법원은 고양이를 구출 하던 중 추락으로 목숨을 잃은 故 김종현 소방관의 현충원 안장신청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국립묘지법상 당연 안장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고양이 구조 중 순직자는 안장 대상이 아니며, 소송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들을 이유로 들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형식에 치우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5년간 순직 소방관은 37명, 부상당한 소방관은 1660명에 달한다. 2007~2011년 소방관 1만명당 순직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1.85명으로 미국(1.01명), 일본(0.7명)에 크게 앞선다.

들끓는 여론에 ‘불똥’이 떨어졌다. 경기소방본부 등 일부 기관에서는 신규 소방인력을 대거 증원하며 ‘소방관 달래기’에 나섰다. 일선 소방대원들은 여전히 정부가 ‘구색 맞추기’에 그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실제 화재현장에서 직접 목격 할 수 있다. 때 묻은 방화복(방화복은 세탁을 거치면 열에 대한 내구성이 약해진다. 교체주기가 짧음에도 보급부족으로 소방관들은 수 년 된 방화복을 걸치고 출동한다)을 본다면 소방관들의 애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소방히어로 법’ 발의에 나섰고,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용석 소방관은 미국 시애틀 소방서에서 14년 간 소방관으로 활동중이다. 조 소방관은 현지 소식이나 소방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리며 국내 소방관들과 교류한다. 관련 법안 개정이 논의 되고 있는 요즈음의 국내 상황에 맞춰, 국내 소방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메일을 보내봤다

 
▲미국 소방관의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아침 7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해 다음 날 아침 같은 시간에 팀원과 교대합니다.

꼬박 24시간을 근무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한 달 근무일수는 평균 8일입니다. 달마다 일하는 스케줄이 조금씩 다르지만 휴가를 제외하고 보통 7~9일을 근무하게 됩니다. 8일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당직(24시간)-비번-비번-당직(24시간)-비번-비번-비번-비번’으로 일하는 셈이구요. 여가시간에는 아이들 학교에서 선생님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거나 주로 가족들과 함께 보냅니다.

(국내 소방관의 경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출근해 8~12시간씩 근무하는 2~3교대 방식)

출동 횟수는 하루 평균 4~5회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가 근무하는 스테이션22 구역은 출동이 적은 편이구요. 스테이션2나 스테이션25 구역의 경우 하루 15회 이상 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소방구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국내 소방관분들 가운데는 ‘상부조직과 소통이 안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만약 불만이 있으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 합니다. 그게 사회적 차이일진 모르겠지만, 저도 구역서장한테 불만을 말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당연한 걸로 돼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시애틀 소방도 ‘군대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그런 인식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식차이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는 소방관들이 어떤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우선 소통창구는 여러가지로 나뉩니다. 구역서장 회의의 경우 회의결과를 구역서장이 직접 펌프차, 사다리차 앞에서 대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교육, 출동 지령 등 여러 회의 결과를 대원들과 이야기하는데, 대원들은 지령이 잘못되거나, 이해가 안갈 때, 수정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를 말하고 서장에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구역서장은 그 내용을 다시 서장회의에서 이야기하고, 결과는 다시 소방대원들에게 전파됩니다.

상사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 대장, 서장들이 모여서 하며, 구역서장 회의와 똑같이 회의 안건이 나오면, 소방관들에게 전달됩니다. 이상한 부분들은 다시 상사회의에서 이야기 하게 되구요.

▲그래도 소방관이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면.

-시애틀 소방 노동단체가 있습니다. 노동단체는 소방대원, 소장, 대장들로 구성된 단체인데요. 소방관들이 투표해서 회장, 부회장 등 직책을 선출합니다. 지금 회장은 일반 소방대원입니다. 노동단체는 서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회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방관이 불이익을 당했을 땐 노동단체에서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구요. 만약, 그렇게 해도 불이익이 안 고쳐진다면, 노동단체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까지 가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국내 '공무원직장협의회' 대상에는 특정직 공무원 중 재직경력 10년 미만의 외무영사직렬, 외교정보기술, 외무공무원만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때문에 소방공무원들은 일반 공무원에 비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함에도 고충을 풀 수 있는 마땅한 소통창구가 없다. 지난달 26일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소방공무원들의 직장협의회 가입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반 소방관이 대표로 선출 된다구요?

-소방관, 구급1급사, 소장, 대장, 구역서장, 서장 모두가 일반 소방관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일을 오래한 소방관들은 대장, 구역서장, 서장과 친구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소방관이 구역서장에게 전화해서 “잘지내냐? 너 이런 건 왜 그렇게 했냐? 이건 잘 못하고 있으니 신경 좀 써줘라” 뭐 이런 대화들도 종종 오갑니다.

▲법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났는데, 소방관의 순직 기준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국내의 경우 직무연관성 등을 유족이 스스로 입증하는 경우를 봤거든요. 길고 지루한 법정 싸움에 힘들어하시는 유족들도 계시구요.

-일 하는 시간에 사망하는 경우는 순직입니다.

▲바로 순직으로 처리됩니까?

-일을 하는 동안 발생한 자동차 사고, 훈련 사고, 출동 중 사망, 심장마비 등 무슨 일...상황에 상관없이 다 순직으로 처리됩니다. 심장마비도 일한 뒤 2일 이내 발생했다면 순직으로 인정되구요.

그리고 퇴직 전의 폐병, 중풍과 같은 질병들, 각종 암 등 소방업무와 관련된 병들은 우선 일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 돼 모두 순직에 포함됩니다.

퇴직 후에도 그 질병이 일을 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면, 순직으로 인정 되구요.

하지만 특별한 경우 순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물을 복용했다든지, 흡연 정황이 있다면 제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년 미국에서는 존경하는 직업에 소방관이 뽑히는데.

-길을 걸으면서도 시민들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구요. 미국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자신 있게 소방관임을 말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직업입니다.  

▲조 소방관님이 느끼는 한국과 미국(시애틀) 소방 환경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앞서 말씀 드렸지만, 시애틀 소방에선 모든 직책이 일반 소방관에서 시작됩니다.

다 같은 훈련을 받고, 소방관을 했던 사람들이 소장이 되고, 대장, 구역서장, 서장이 되니까요. 말단 소방관 일을 해봤기에, 현장에서 소방관이 언제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다 알고 경험 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일의 진행이 잘 되고 있는지,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출중한 지휘관들입니다. 소방관 안전 역시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경험으로 아는 사람들이구요.

시애틀에는 임원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훈련들이 있습니다. 소방관부터 구역서장까지 모두 참여해야 하구요. 지휘관도 방화복을 입고, 산소통을 메고, 직접 참여하게 돼 있습니다. 이 때, 소방대원들은 그 지휘관이 얼마나 똑바로 훈련을 하고 현장 대응을 잘 하는지 확인 할 기회가 됩니다. 사실 구역서장 정도 되면 나이도 많고 해서 어떤 훈련들은(물 호스 끌기, 로프 구조…) 제대로 참여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요. 하지만 소방대원 입장에선, 그 서장이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7~8년 전부터는 구역서장이 직접 자기 구역 안 소방관들을 교육시키는 제도도 시작됐습니다. 이 제도는 구역서장들이 확실히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자기 구역 내 소방관들에게 직접 교육시키는겁니다. 스스로의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면, 교육 때 창피해 질 수 있으니 그 교육 부분을 확실히 알고 교육하게 되구요. 소방관은 그 구역서장이 그런 지식과 경험이 있다는걸 알고 더 신뢰감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부분은 구역서장, 대장, 소장들도 방화복과 산소통을 착용하고, 현장에 함께 투입된다는 사실입니다. 위험 장소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지휘관이 잘 알고 움직이게 됩니다. 따라서 무리한 명령이나 위험한 지휘를 할 가능성이 줄어들구요.  이런 지휘, 승급 체계들이 가장 큰 차이 같습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한국 소방관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시는데요. 한국과 미국 소방환경 간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가장 현실화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한국 소방관의 안전에 대한 체계가 잡혀야 할 것 같습니다. 소방관 안전에 대한 체계화는 신입 소방관부터 지휘관까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신뢰가 소방관 안전의 기본이 될 수 있구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경험과 지식이 있는 인원이 확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원이 확보 되지 않으면,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방법을 미리 지정해 무리한 현장대응을 하지 않아야 하구요. 일을 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인데, 20명의 일이 정해진 매뉴얼에 따르면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장비도 그 대원들이 현장 일을 안전하게 처리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작업 지령과 작업 체계는 경험과 훈련을 바탕으로 대원의 인원 수준에 맞게 현실적인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응책을 만들 땐, 신입 소방관부터 서장까지 모든 인원의 지식과 경험을 합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되구요. 높은 사람이 책상 앞에서 만들어 아랫 사람에게 시키는 일방적 대응책이 아니라, 위, 아래로 오가며 함께 내 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내에선 소방관의 높은 순직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특별한 출동(대형 화재, 위험물 제거, 소방관이 다치거나 순직한 경우…)이 끝난 뒤,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토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 후 작업 과정과 고칠 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조사팀이 사고보고서(Post Incident Report)를 만들어 다음 출동에 도움이 되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방관 순직을 판정하는 객관적인 조사 단체가 있어야 합니다. 이곳에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시애틀 소방 외에도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조사 결과는 누구라도 볼 수 있구요.

왜 사고가 난 건지, 어떻게 하면 그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지 알아야 다음부턴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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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2018-06-18 15:42:01
좋은기사입니다. 방금 온리더브레이브 보고 미국의 소방관은 어떤지 검색하다 읽게 되었는데 괜찮은 기사입니다

Julia 2018-04-15 09:18:33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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