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민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차기 대권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찾기 위한 야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등 이른바 민주당 빅3와, 유시민, 노회찬 등 야권의 블루칩으로 여겨졌던 후보군의 지지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새로운 대항마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의 정치행보 중심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정길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과 친구사이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합당을 반대했으며, 부산에서만 5번을 낙선해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스스로도 ‘왕바보’라고 말할 정도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함께한 말 그대로 ‘노무현의 사람’이다. 그는 현재도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을 맡으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정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미 지난달 자신의 팬클럽인 길벗 산악회 등 지지기반의 강화와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내년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의 자신감 속에는 노 전 대통령이 대권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당시와 지금이 매우 유사하다는 이른바 ‘데자뷰’ 같은 것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문 전 비서실장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세미나 개최,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관련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하는 등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며 내년 대선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경남 김해을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역시 그의 입지를 강화 시키고 있다.
또한 그는 최근 출간한 자서전 '운명'을 통해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야권 내에서는 ‘노무현 효과’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정작 죽은 노무현의 부활을 원하는 세력은 친노직계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이 야권 내부의 견제와 내부의 치열한 노선 투쟁을 이겨내고 친노세력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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