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공장에 대한 조용한 폭로 ‘탐욕의 제국’
삼성 반도체 공장에 대한 조용한 폭로 ‘탐욕의 제국’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5.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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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리경 감독

▲ 홍리경 감독
[에브리뉴스=우종한 기자] 홍리경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게 또 다른 강요는 아닐까 감독으로서의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 <탐욕의 제국>은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지원작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2차례 상영됐다.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5일 첫 상영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삼성 반도체 공장 문제를 다룬 최초의 영화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는 현재까지 170여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들의 병이 직업과 개연성이 없는 ‘우연’이라 주장하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근로복지공단 역시 이들이 직무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육성으로 폭로한다. 반도체 공장의 은밀한 내부 공정과 공장 기숙사, 공장 뒷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까지.

“딴 세상 같았어요. 회사에 가면 남녀 모두 다 똑같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조그만 다른 나라 같았어요. 신기했어요. 그 안에 회사도 있고, 기숙사도 있고 병원도 있고...”

매끈한 삼성본사 건물과 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울부짖는 유족들, 하지만 현실 반영인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암실. 영화는 1시간 40분 동안 찢겨진 팩트들을 담담히 나열한다.

기업 문제를 폭로한 영화들이 그렇듯 <탐욕의 제국>도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영화제 측이 자체 심사를 통해 <탐욕의 제국>을 옥랑문화상에 올리자 삼성은 5000만원의 여성영화제 스폰서십을 끊었다. 옥랑문화상에 선정된 지원작은 1500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되는데, 삼성에서는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홍리경 감독은 “간접적 외압”이었다고 말했고, 마주 선 영화제 관계자는 “우리에겐 직접적 외압이었다”며 당시 일을 가볍게 언급했다.

현장 모습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을 홍리경 감독을 27일 <탐욕의 제국>2차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만나봤다.

▲ 탐욕의 제국 中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푸른영상’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습작을 만들어야 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었고,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창 그런 때, 선배인 문정영 감독님이 삼성 직업병 문제가 심각한데 아무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처음에는 너무 큰 문제 같아 망설였다.  

 

▲‘삼성 반도체 공장 문제’ 어떤 상황인가.

-2007년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딸의 죽음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가 불승인 된 뒤 문제가 알려지면서 다른 직업병 피해자들도 제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분들 역시 불승인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어떤 병에 걸렸고,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떻게 병을 유발시켰는지 노동자 스스로가 입증해야하는 시스템에 있다. 반도체 전자 산업체에 일 했던 노동자들은 어떤 물질을 취급하는지, 얼마나 해로운지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일했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발병 원인을 입증해야 했다. 사측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재해를 신청한 노동자들은 줄줄이 불승인을 받고 있다. 어떤 물질을 다뤘는지 안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뚜렷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 영화에서도 언급했지만 8만여 물질 가운데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2%만이 입증 돼 있다.

 
▲현재도 계속 피해자들이 나온다. 뚜렷한 방지책이 마련됐나.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병을 유발하는 요인이 화학물질 뿐만은 아니다. 불규칙한 교대근무도 발암요인으로 지정되고 있다.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초반에 병에 걸리신 분들의 경우 수작업을 했던 분들이다. 방독면을 썼음에도 화학물질이 담긴 수조 안에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를 넣었다 뺐다 하는 작업을 하면서 병에 걸렸다. 황유미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자동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작은 정전이라도 일어나면 자동시설을 제어하던 설비들이 멈추게 되고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자동화가 된다 해도 노동자들이 그런 위험 물질들에 노출되는 것은 같다. 교대근무 역시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미명하에 계속 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유해한 환경들을 현재 100% 바꾸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여성에 많이 주목한다. 

-일하는 노동자 중 여성들이 많았다. 실제 공장 설비 정도만 남자 엔지니어들이 담당한다. 처음 미국 IBM에서 직업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이 반도체 사업에는 이주여성, 어린여성만 쓸까란 의문의 답은 단순했다. 어리고 순종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나 인권에 대해 고민할 수 없는 이런 조건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영화 초반에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마냥 해맑고 꿈 많은 어린 여성들이 등장한다. 아직 사회문제에 고민할 나이가 아닌 그런 사람들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많은 피해자들이 여성이었고,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삼성측으로부터 외압은 없었나?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 대신 촬영을 가면 무엇을 찍든 “여기는 준 사내지역이다, 사유지다”라며 카메라를 막고 못 찍게 방해하는 정도였다. 지난해 옥랑문화상에 선정되자 여성영화제 스폰서를 하던 삼성이 지원을 끊은 것은 간접적 외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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