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일베에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일베에 날개가 없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5.29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칼럼]우리 시대 괴물이 된 일베, 도대체 왜?

▲ @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추천 버튼은 ‘커뮤니티 이름’, 반대 버튼은 ‘민주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논란을 확산시킨 사이트. 특정 지역을 ‘홍어’라고 표현하며 지역감정에 편승.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 씨가 2011년 7월 19∼2013년 5월 24일까지 베스트 게시물 4만 6천174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씨X, 존X’ 등 욕설로 된 게시물이 5천417개로 1위를 차지.

이어 여자(4천321개)·노무현(2천339개)·종북(1천633개)·광주 (1천622개)·민주화(1천204개)·섹스(616개) 등의 순으로, 특정 성(性)과 이념, 지역 등의 단어로 사이트 도배. 29일 오전 11시 현재 접속자 2만 75명.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얘기다.

괴물이 돼 가는 중이다. 아니, 이미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괴물이 됐다. 괴물이 된 얼굴로 추락하고 있다. 그런데 날개가 없다. 그래서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키 어렵다.

‘일베’라고 불리는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표방하는 ‘보수…우익’의 이념이 폭력성과 불관용을 등에 업은 채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진짜 보수주의를 추구하는지, 우익과 애국을 자신들의 가치 철학으로 생각하는지 알지 못한다. 일베 회원이 보수를 추구한다면 ‘무지’해서 위험하고, 반대편을 타격하기 위한 소재로 보수 이념을 사용하는 것이면 그들의 ‘기만성’ 때문에 불편하다.

초·중·고교생에 대한 폭력 행사, 특정 동물과의 수간 행위, 특정 신체부위 노출 인증, 여성 연예인 성희롱 등 잇따른 비상식적 행위에 이어 전날(28일)엔 한 초등학생 교사가 자신의 제자를 향해 ‘로린이’라고 표현, 파문이 일었다. 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로린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할 때 쓰는 은어다.

이쯤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말한 것처럼 “막 가자”는 거다.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 더 유치하고 비열하며 저속할 순 없다. 보수라는 이념과 무관한 반(反)인류적이며 반민주-반여성 등의 테러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일그러진 민낯을 드러내게 됐나.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그들의 비하 대상이다. 일베 회원들은 여성을, 민주와 진보라는 이념을 지닌 이들을, 어린이 등에 대한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일베 스스로 ‘갑’으로 상정한 채 ‘을’에 대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데 쾌감을 느끼고 있다. 은둔 공간에서  극우보수 이데올로기를 교묘히 이용해 반대편을 짓밟고 있다. 한마디로 ‘기득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넷상에서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주변화 된 집단임을 인정해버렸다.

일베가 보수? …상식과 비상식 사이

누군가 “상식과 원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혹자는 “진보진영의 상식은 무엇이냐”고 묻고, 다른 이는 “일베의 상식과 원칙은 무엇이냐”라고 질문한다.

 

▲ @일간베스트저장소 캡처

사회통념 범주 안에 있는 상식과 원칙은 사회 일반에 널리 퍼진 공통된 사고방식이다. 이 때문에 사회통념에는 남성과 여성, 주류와 비주류,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등의 계급성향이 차지하는 공간이 최소화된다. 그게 상식선이다.

일베의 가치에 따른 사고방식, 이른바 ‘일베의 상식’과 나의 상식이 다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상식도 원칙도 사회통념도 아닌 특정 집단의 생각일 뿐이다. 일베 논란이 보수와 진보 등의 이념과 무관한 이유다.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정치철학자 애드먼드 버크가 말했다. “보수주의의 본질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며 전통적 개혁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회통념과의 공존을 거부한 보수는 더 이상 보수가 아니다. 패권의 대립구도를 즐기면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행위, 사상과 행동을 처벌하자는 것은 냉전반공, 극우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일베의 모습은 어떤가. ‘불관용의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 우리가 불관용해야 할 것은 단 하나. “불관용을 선동하는 것만 불관용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상식이다. 사회통념이다. 최근 범 민주진보진영에서 일베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민주당을 중심으로 일베 폐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일베 사이트 폐쇄로 이 같은 극우주의자들의 집단적 경향성이 꺾일 수 없다는 데 있다. 애초 ‘디시인사이트’의 규제에 반발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곳이 일베였다. 마치 성매매 규제가 더욱 음성적인 성매매 공산을 만들듯, 일베 사이트 폐쇄는 또 다른 커뮤니티의 발달로 이어질 뿐이다.

단순히 일베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은 극우주의자의 음성적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피해자라는 인식을 주면 줄수록 넷상에서 활동하던 그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올 수 있는, 극우주의자들의 저변을 확대하는 꼴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일본의 극우주의자나 러시아의 스킨헤드 등의 선례도 있지 않나.

이들이 몇 년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주노동자, 여전히 음지에 있는 게이·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 의제와 맞물릴 경우 극단적 혐오주의가 사회에 독버섯처럼 뿌리 내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규제해야 하나. 상식을 말하면서 그들에게 온갖 저주와 더불어 공간 폐쇄라는 폭력으로 맞대응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미워하면서 닮을 수는 없다.

‘역사 청산’이란 정치 의제가 2013년 현재도 유효한 이유다. 우리는 친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반국가주의적 정치에 대해 역사 청산을 하지 못한 나라다.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이 헌법에는 명문화됐지만, 그것은 그냥 헌법에나 책 속에서 있는 내용일 뿐이다.

범 민주진보진영에 묻고 싶다. “사회를 하나의 지배적 사상에 복속시키는 파시즘에 단호히 반대할 준비가 됐나, 폭력을 동원해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권력에 저항할 준비가 됐나.” 일베 규제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