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은 불통주택? 보이콧 나선 목동
‘행복주택’은 불통주택? 보이콧 나선 목동
  • 우종한 기자
  • 승인 2013.06.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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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공람장소 놓고 경찰출동까지...
▲주민공람이 열린 목1동 주민센터. 국토부가 마련한 공람장소(흰테이블) 외에 입구에는 주민대책위의 책상이 따로 마련됐다. 한쪽에선 주민공람을, 다른 한쪽에선 반대서명이 이뤄진다.
목동지구 공람 장소 놓고 시끌...
유수지 가까이 vs 행복주택 모델
 
경찰이 출동했다.
 
행복주택 공람이 시작된 지난 5일 오전 11시. 목동지구 주민공람 현장인 양천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공람 장소를 행복주택 예정지인 목동 인근으로 옮겨야 한다는 유수지 인근 주민과 이미 자리를 잡은 LH공사 직원간의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소란이 더해지자 결국 양천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다. “남의 동네에서 왜 다른 동네 문제로 시끄럽게 하느냐”는 게 거주민의 입장이었다. 
 
5일 오전 LH공사는 예정대로 양천아파트에서 행복주택 목동지구 주민 공람을 열었다. 공람은 19일까지 2주간 주민들에게 사업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사업절차다. 하지만 양천아파트가 위치한 신정7동은 목동유수지가 위치한 목1동에서 도보로 40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직선거리 약 2km)인 만큼 사실상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유수지 인근 주민들이 접근하기엔 애매한 위치였다. 때문에 이날 유수지 인근 주민들이 공람 현장을 찾은 것은 이러한 항의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당일 오후 2시경 LH공사가 유수지 인근 목1동 주민센터로 공람장소를 옮기며 이날 일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수지 인근 주민들은 이번 일을 국토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목1동 주민 김경숙(가명)씨는 “만약 예정대로 양천아파트에서 주민공람을 실시했다면 임대주택에 호의적인 주민 의견이 실렸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천아파트는 1995년 신정차량기지 위에 준공한 2998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로 현재 유수지와 철도부지 활용에 중점을 둔 행복주택 사업의 ‘선배’격으로 지목된다. 특히 2800세대가 들어설 행복주택 목동지구와는 규모면에서도 비슷해 시험 모델로도 꼽힌다. 유수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도 국토부가 이곳을 공람 장소로 삼은 데는 이런 상징성도 작용했으리라는 시각이다.  
 
▲행복주택이 들이설 유수지 인근 항공사진.현재 유수지에는 1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견인차량보관소, 테니스코트 등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맵
인구과밀 지역에 임대주택?
"절차 무시한 졸속행정" 주민 반발 
 
행복주택 시범지로 지정된 목1동 10만5천㎡ 유수지는 행복주택 가운데 가장 큰 2,8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지역에 행복주택이 들어서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인구유입으로 인한 과밀 문제를 지적했다. 지역 관계자는 “학교의 한 반 정원이 40여명에 달한다”며 “2800세대가 갑자기 유입될 경우 교육 과밀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체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유수지 인근은 주상복합건물, 현대백화점, 방송국, 야구장 등이 들어서 현재도 교통정체가 심한 곳으로 꼽힌다. 또한 유수지는 현재 차량 1300여대를 소화하는 주차장이 자리한만큼 교통체증에 주차 장소 부족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주차장 관리인은 “주로 방송국, 사무실, 야구장 이용객들이 주차하며,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차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개발계획에 따르면 이곳은 현재의 유수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존 공공시설을 정비해 자원순환센터, 물 테마 홍보관 및 친수공간, 목동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절차문제와 현실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 주민들이 행복주택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목동 1만여명 반대서명 청와대 전달
공람 장소는 한산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명을 받았는데, 서명을 60장이나 받았어요”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이정향(가명)씨는 서명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1장에는 16명의 주민 서명이 포함됐다.  
 
주민대책위는 7일 1만100여명의 양천구 주민의 반대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토교통부, 서울시에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대책위는 현재 추가 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며 2차 서명서를 추가로 전달할 계획이다.
 
신정호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외부에서는 우리를 님비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집값 때문에 이런 운동을 벌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인구 과밀인 지역에 행복주택이 들어설 경우 교통, 교육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수지 자리에 임대주택이 아닌 주상복합, 고급 아파트가 들어와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람이 열린 목1동 주민센터는 한산했다. LH직원 2명이 자리를 지킨 공람 장소에는 하루 10명 정도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LH관계자는 “임대주택 혜택을 경험한 주민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구청도 몰랐던 비공개 검토 사업
불통 숙제, 절충안 카드 꺼낼까?
 
‘행복주택’사업이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는 일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7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대형 국책사업인데다 각지에서 비슷한 주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 지역의 입장만을 수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가 규모를 축소하고 학교, 주차장, 문화공간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지만 주민들이 보상이 아닌  사업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만큼 정부와 주민간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행복주택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7곳이다. 정부는 그 동안 부동산 안정 등을 이유로 행복주택 사업을 비공개로 검토해오다 지난달 20일 공개한 이후 사업을 계속 진행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향 개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행복주택은 주민공람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받으며, 불통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공람이 시작됐지만 주민들 의견 역시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행복주택 사업이 이대로 불통으로 끝맺음 된다면, 또 다시 누군가 경찰을 불러 이웃주민 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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