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사태 ‘선긋기’ 실패…왜?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사태 ‘선긋기’ 실패…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02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국정원 국정조사, 2일 대장정 돌입…朴대통령 장기간 침묵

▲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하나는 문이 닫혔고 다른 하나는 문이 열렸다. 전자는 6월 임시국회, 후자는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국조)다.

2일 현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을(乙)을 위한 법안이 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당초 여야가 약속한 을(乙)을 위한 국회는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반면 여야는 이날부터 45일간 국정원 국조를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적어도 내달 15일까지는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정치공방이 불가피한 셈이다.

민생국회의 문이 닫히면서 박근혜 정부의 민생 챙기기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상승에서 하락 추세로 전환시킨 국정원 사태는 이미 장기 이슈로 치달은 상태다.

상황이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로선 최악의 국면이다. 국정원 사태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지표인 ‘중산층 70%’도 ‘국민대통합’도 요원하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느닷없이 불거진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노무현 전 대통령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동력만 떨어뜨리는, 위기정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박 대통령은 왜 국정원 사태에 선긋기를 하지 않았을까.” 한 정치권 인사는 전날(1일) 기자와 만나 국정원 사태와 관련, “청와대가 초반 대처를 잘했다면 이렇게까지 판이 커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의 선긋기에 실패하면서 이 이슈는 ‘선거무효’, ‘대선 불복종’ 등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여기에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속도전’ 공개가 맞물리면서 국정원 개혁을 넘어 ‘해체’ 주장까지 제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 <한국갤럽>, <모노리서치> 등 여론조사전문기관이 발표한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1%∼5%P 하락했다. 지지율 미래지표인 ‘추세’가 하락으로 전환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긋기 대명사 朴대통령, 국정원 사태-NLL ‘모르쇠’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완승한 총·대선에서 선긋기를 통해 야권의 ‘이명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MB(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한창일 때, 박 대통령은 “나도 사찰 피해자”라는 단 한마디로 야권의 ‘이명박근혜’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대선 당시 한미 FTA의 독소조항인 ISD(투자자 제소권) 문제가 불거지자 ‘전(前) 정권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대선판에 ‘죽은 노무현’을 불러들였다. 결과는 ‘박근혜 체제’로 치러진 새누리당의 압승.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앞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주최로 열린 국정원 사건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래서 더 의구심이 든다. 국정원 사태 국면 직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상승 추세였고, 범야권은 지리멸렬한 상황이었다. 야권의 대여공세 수준은 밑바닥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 혹은 “나도 피해자”라고 선을 그었다면, 사태가 이 정도로 화력을 갖지 못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해 총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민주당의 승부수는 ‘MB 하야’였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선 ‘박근혜 하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사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만큼 야권이 대여공세의 고삐를 죌만한 정국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장기간 ‘침묵’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태의 진상규명 자체를 피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 둘이 맞물리자 판은 커질 대로 커졌다.

창조적 파괴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은 국정원 사태를 계기로 내부결속에 성공했고, 두 번째 폐족 논란 속에 야권 외곽으로 밀려난 친노(親盧)그룹도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전면에 부상했다. 정부여당의 전략미스가 범야권에 정계개편의 출구전략을 내준 꼴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왜’다. 하나로 모아진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 커넥션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 이상이라는 상황해석이 가능하다.

그 중심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있다. 이들은 영남대 출신으로, 모두 TK(대구경북) 라인이다. 김 전 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국정원에서 근무했고, 박 전 국장은 검찰(20년)과 국회(3년)에 파견해 일한 적이 있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 정권 당시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MB라인’과 만사형통 ‘이상득 라인’ 간 파워게임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 사태가 ‘몸통’ 김 전 청장과 ‘이상득 라인’으로 알려진 박 전 국장의 합작품이라는 의혹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 다음은 박 전 국장과 권영세 주중대사 관계다. 권 대사는 대선 3일전인 지난해 12월 16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미리 알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박 전 국장이 국회에 파견됐을 당시 권 대사는 국회 정보원장이었다. 민주당이 국정원 사태의 ‘박원동-권영세’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결국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축소 수사한 ‘박근혜 라인’ 김 전 청장을 시작으로, 이상득 라인 ‘박원동’, ‘친박실세’ 권영세-김무성 등 ‘박근혜-국정원’의 신(新)권력 지형이 그려지는 셈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의혹이 증폭될 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국정원 국조를 통해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 등 국기문란 행위를 근절하고 책임자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끝까지 의혹을 밝혀내 국정원 개혁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정원 논란과 관련,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