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에 입연 박근혜 대통령, ‘미봉책’ 논란…왜?
국정원 사태에 입연 박근혜 대통령, ‘미봉책’ 논란…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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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朴대통령, ‘국정원 개혁-NLL’ 침묵 깼다…정치적 함의 담겼나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긴 침묵을 깼다. 취임 전후로 제기된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관련 입장을 표명, 여의도 정치 이슈와 선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 사태는 물론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열람으로 촉발된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요약하면 ‘국정원 개혁’이다. 국정원 개혁 의지를 앞세워 전(前) 정권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와도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조치 등이 단행된 만큼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한 국정원 사태의 장기화로 국정지지율이 ‘하락 추세’로 전환하자 이 같은 악재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반응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첫째 주 주간집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0.6%P 하락한 59.6%를 기록했다. 6월 셋째 주 63.3%를 시작으로, 넷째 주 60.2%에 이어 2주 연속 하락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28.4%로 전주 대비 1.4%P 상승했다. 국정원 사태의 장기화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은 하락, 부정은 상승 ‘추세’로 각각 전환됐다는 게 수치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일∼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2.0%P다.

눈여겨볼 대목은 <리얼미터>의 ‘주초·후반’ 지지율 변동 추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 효과로 주초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NLL 파문 등으로 주 후반 지지율이 하락세로 반전을 이뤘다.

朴대통령, ‘원론적인’ 입장 표명…과거 발언 해명없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결과와 관련해 “6월 중에 60%대 고공 행진을 했지만 국정원 댓글, NLL 대화록 공개 여파로 7월 초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소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국정원 사태와 NLL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개혁론’을 꺼내면서 손 털기에 나선 정황 말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면서도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을 질타,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또한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원 심리전단’ 정치·선거개입 관련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은 지난해 대선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을 고리로 MB(이명박)정부, 남재준 현 국정원장을 고리로 박근혜 대선캠프와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원 전 국장의 혐의 부인은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전을 부를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으로선 한 번쯤은 ‘정리’하고 가야 할 타이밍이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선긋기를 통해 ‘국정원→MB정부→박근혜 캠프’로 이어지는 삼각동맹의 고리를 끊고 ‘나 홀로’ 국정운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 금산간디학교, 산마을고등학교, 산청 간디학교 학생회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Newsis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국정원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미봉책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원론적’이라는 데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와 관련, 범야권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했고 그것도 “국정원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한 ‘대국민 사과’로도 사태가 수습될지 미지수인 마당에 박 대통령이 통상적인 정책회의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말하자, 야권 내부에선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당 내부 분위기는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은 기자회견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국정원 개혁방안 토론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의지 표명과 NLL 발언록을 유출한 현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은 지금 할 수 있다”고 각을 세웠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대선 직전 당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축소·은폐 수사와 관련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3일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3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실제로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 하나도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이 문제를 여직원 인권문제로 끌고 갔다. 경찰은 당일 3차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 중간 수사를 발표한 바 있다.

NLL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NLL을 만약에 북한에 넘겨주게 되면 우리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어렵고 이곳이 뚫리게 되면 우리는 순식간에 영토를 뺏길 수 있다”며 ‘NLL =생명선’ 논리를 편 뒤 “NLL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서 더 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서 밝혀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에 긍정적으로 답한 후보 시절 입장에 대해선 ‘침묵’한 채 “NLL은 젊은이들의 피로 지켜낸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간 합의에 서해에서 기존의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 남북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여러 가지(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미봉책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정원 관련 입장표명은 그간의 침묵을 깬 의미는 있지만, 사태 수습을 위한 ‘적극성’도 ‘능동성’도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선긋기를 통해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 4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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