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헌법과 민주주의’ 길을 묻다
박근혜 대통령에 ‘헌법과 민주주의’ 길을 묻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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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재조명]朴정부서 맞은 ‘제헌절 65돌’…87년 체제 어디로

▲ 65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65주년 제헌절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과 2항)”

대한민국 헌법(憲法)이 공포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제헌절(制憲節)이다. 17일 제헌절 65주년을 맞았다.

여야 정치권은 제헌절 65주년인 이날 “민주주의 등 헌법의 기본정신을 지켜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날 오전 누리꾼들의 관심은 ‘제헌절, 공휴일 폐지 이유’에 쏠려있었다.

온 인류의 문명사를 담은 헌법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제헌절에는 왜 안 쉬는 거야”라는 현대 물질문명만이 남게 됐다. 헌법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단어지만,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사실상 박제된 텍스트로 전락한 셈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규정하는 최고 규범인 헌법은 전문(前文)과 본문 130조, 부칙 6조로 구성돼 있다. 헌법이 모든 법의 상위법인 동시에 최고규범인 까닭에 국민의 기본권 보장, 국가통치와 기구 등의 원칙을 담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중략)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헌법 전문)”

제9차 개정헌법인 현행 헌법은 지난 1987년 전두환 정권에 맞서 직선제 쟁취를 이뤄낸 6.10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다. 당시 여야로 구성된 국회개헌특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한 뒤 같은 해 10월 27일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됐다.

앞서 우리 헌법은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제헌국회를 구성한 뒤 같은 해 7월 17일 국회의장 서명·공포로 건국헌법이 시행된 이래 ‘52년 7월 4일 제1차 개정헌법(대통령 직선제) →54년 11월 27일 제2차→60년 6월 15일 제3차(의원내각제 개헌)→같은 해 11월 29일 제4차(부정선거관련자처벌개헌)→62년 12월 26일 제5차→69년 10월 21일 제6차→72년 제7차→80년 제8차 개정헌법’ 등의 과정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헌법과 민주주의 현주소는

하지만 과거 헌법개정은 권력자의 임기연장, 즉 독재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아픔이 있다.

실제 제1차 개정헌법은 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위해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는 작업이었고, 제2차 개정헌법은 이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중임규정 수정이 목적이었다. 제3차 개정헌법은 3.15 부정선거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제5차부터 7차 개정헌법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유신공화국, 제8차 개정헌법은 79년 10.26 사태와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Newsis

현행 헌법은 ‘전두환 독재타도-호헌철폐’를 외친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다. 우리는 이 같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87년 체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87년 체제는 ‘YS(김영삼)-DJ(김대중)-JP(김종필)’로 이어지는 3김(三金)정치의 한계, 즉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지역주의 체제와 계파보스 정치, 보수정당 고착화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

87년 헌법 한계인 절차적 민주주의로 해결되지 않는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부조화, 공공 영역의 미확보 등으로 다원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실패했다.

또한 YS정부에서 세계화 명목으로 단행된 개방으로 신자유주의가 급물살 타면서 ‘1%(소수자)가 99%(민중)’를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실질적 민주주의도 요원하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꿈틀대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국회 법제실과 한국공법학회는 전날(16일) 국회에서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개헌 논의에 불을 댕겼다.

강태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에 초점을 두면서 정치 엘리트의 밀실담합에 의해 졸속으로 개정됐다”면서도 “시급하게 개헌을 추진하기보다는 국회가 학계와 시민단체, 이익단체, 기업 등을 아울러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을 강조했다.

다만 그간 개헌 논의가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분권형이냐’ 등 권력자의 임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국 블랙홀로 작용한 만큼 이제는 국가보안법의 근간이 되는 영토조항(제3조)의 수정이나 경제민주화(제119조) 강화 등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7년 체제의 문제는 단지 ‘제도’만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체제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국정원(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 등에서 보듯 그간 보수정권의 헌정유린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 절차적 민주주의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비판이다.

헌법은 단순 통치이념이 아니다. 넓게는 온 인류가 지향하고 좁게는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체계의 잣대다. 보수나 진보 등 이념과 상관없이 누구나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국회는 이날 제65주년 제헌절을 맞아 강창희 국회의장의 주재로 경축식을 진행했다.

강 의장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현행 헌법이 이뤄진 1987년 이후 우리 사회의 규모와 내용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다만 집권 초기임을 고래해 즉각적인 개헌이 아닌 “19대 국회 안에 개헌을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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