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응시인원 사상최대, 누가 이들을 비판하나
9급 공무원 응시인원 사상최대, 누가 이들을 비판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25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칼럼]세대간 갈등 희생양인 2030의 현실은 ‘잃어버린 세대’

▲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2030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결혼·취업·출산), 각종 푸어’ 굴레에 사로잡힌 세대 간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시선.

이와는 반대로 지난해 총선 전후로 사회적 담론으로 부상한 이른바 ‘20대 개새끼론’.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당시 20∼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의 스펙 쌓기에는 혈안인 행태를 향한 날선 비난이다.

극과 극이다. 소설가 민태원 씨는 청춘을 두고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한경쟁과 시장만능주의가 한국 사회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또한 고용 불안정과 사회양극화는 2030세대뿐 아니라 같은 세대 내 갈등으로 치닫는 중이다.

며칠 전 진보진영 한 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물었다. “한국 고용(노동) 시장의 실태를 어떻게 보느냐.”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두 사람 일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실업자로 있는 거지….” 이보다 더 정확한 진단이 있을까. 한국 기업의 야근공화국을 꼬집은 분석이다.

전날(24일) 올해 9급 국가직공무원 공채 필기시험 응시인원이 발표됐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총 2천 738명을 선발하는 국가직공무원 시험에 무려 20만 4698명이 응시, 7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응시인원 15만 7159명과 지지난해 14만 2732명에 비해 5∼6만명 정도가 더 시험에 응시한 셈이다. 올해부턴 선택과목에 고등학교 교과목인 사회·과학·수학 과목이 추가되면서 고등학생도 공무원시험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이들을 보는 누리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나라가 망할 징조다(HoiXXXX)” “꿈이 사라지는 나라(WoohXXX)” “개판이다.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저 시험 준비한다니 나라(가) X판이다. 사회구조가 망해가는 게 보인다.(NoXXXX)” “젊은이들아 기술 배워라. 나도 인문계 고등학교에 경영학과 졸업했는데 할 게 없더라. 공무원 좀 그만 들이대(SaraXXXX)”

방향성 잃은 2030세대 어디로 가나

비판적이다. 공무원시험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심’ 그 자체다. 실업자 되는 게 두려워한다는 ‘비겁자’, 안정성만 찾는다는 ‘고리타분함’, 혁신과 도전을 모른다고 비난하는 ‘비창조성’.

안 좋은 단어는 죄다 230세대에 ‘딱지’를 붙일 태세다. 대한민국 자본구조의 희생양이 된 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자조적 냉소’에 빠진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건 ‘안정성’뿐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가 25일 통계청 ‘6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 대로 상승했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자와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취업자는 2천547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만명 늘었다. 수치상 6월 고용률은 60.5%였다. 다만 20대와 30대의 취업자 수는 각각 3만5천명과 2만3천명 감소했다. 50대(26만9천명)와 60세 이상(15만1천명) 의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대비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580만7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8만5천명 늘었다. 통계청 측은 재학·수강(15만8천명)과 육아(3만1천명) 등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지만, 통계상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이보다 많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이쯤 되면 지옥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30세대들은 중고등 시절엔 ‘학벌’, 대학졸업 후엔 ‘대기업과 고시’, 그 이후엔 ‘어느 동네 아파트’ 등을 놓고 경쟁하는 승자독식 룰에 떠밀려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속도전으로 진행된 ‘포스트포디즘(후기 포드주의)’ 결과, 한국 노동시장에는 연공서열과 정규직 체제가 무너졌다. 지금은 일반화된 비정규직이 1996년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노동법 개악 이전 ‘법률상’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점이면 학점, 토익과 회화 등 외국어면 외국어, 해외연수와 각종 봉사활동 등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2013년 대한민국의 2030세대는 신자유주의 미명하에 진행된 자본논리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 이른바 착취경제학이다.

수천만원대의 등록금, 수억원대의 전세자금, 수십억대의 아파트…. 신입사원 2천만원 안팎의 연봉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해내기 힘든 ‘어두운 터널’에 갇혀있다. 그래서 안정성을 찾는 거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지켜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이다.

분노를 느낄 틈이 없다. 친구와의 연대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그래서 2030세대는 사회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부터 단행된 국가주의에 의한 관치경제, 비정규직 양산, 감세와 부동산 등 정책의 규제완화 등 ‘강화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지 못한다. 이게 2030세대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2030세대는 무한경쟁 체제에 낙오될까봐 몸소 경쟁 논리를 받아들인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박근혜 정부도 정부여당도 야당도 2030세대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전 세대가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 친구가, 내 후배가, 또 다른 누군가가 어김없이 고시학원으로 출근한다. 파편화된 한국 노동시장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없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