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문재인, ‘친노 패권주의’ 비판 정당한가
궁지몰린 문재인, ‘친노 패권주의’ 비판 정당한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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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새누리-보수언론도 親盧 비판…민주 非盧도 비판 가세, 도대체 왜?

▲ 문재인 민주당 의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야권의 모든 구도 전선은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로 나뉜다.”

지난해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친노그룹과 비노그룹이 ‘친노 패권주의’를 놓고 극한 공방전을 벌일 당시 야권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말 그대로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에서도 재연됐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열람을 주도한 문재인 의원과 친노그룹이 ‘사초 증발’이란 미증유의 사태로 궁지에 몰리자 ‘친노 프레임’이 정국을 뒤덮을 태세다.

새누리당은 사초 증발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다면서 ‘문재인 책임론’에 군불을 땠고, 보수언론은 연일 문 의원을 향해 비판기사를 쏟아내며 ‘친노 프레임’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26일 ‘문재인 책임론… 총선·대선 패배 이어 또 위기’라는 제하에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로 정치적 기로에 서게 됐다”고 말한 뒤 “민주당 지도부는 그를 ‘방어’하는 데 미지근한 태도”라고 전했다.

NLL 정국에서 문 의원이 세 번째 위기를 맞게 됐다고 주장한 <조선일보>는 “대선 패배 후 5개월여간 잠행(潛行)하던 그가 다시 정치를 시작한 건 지난 5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라며 “그러나 예상치 못한 회의록 실종 사태로 문 의원은 정치 재개(再開) 두 달 만에 벽에 부딪혔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가 말한 앞서 두 번의 위기는 18대 총선 패배와 19대 대선 당시 실패한 야권단일화 때다.

앞서 <조선일보>는 25일 ‘모든 책임 내가 진다”는 김한길, 문재인 우회 비판?’ 기사를 통해 친노-비노 ‘틈새 벌리기’에 나섰고, 같은 날 <중앙일보>도 4면에 배치한 ‘김한길, 사초 실종 사과…비노 “문재인, 책임지겠다더니’ 제하에서 비노진영의 불만이 봉합될지 미지수란 전망을 내놓았다. NLL 정국에서 전략미스로 궁지에 몰린 문 의원과 친노그룹이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친노-비노 계파갈등은 ‘다수연합정당’의 한계

전날(25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한 새누리당의 발 빠른 행보와 보수언론의 친노 때리기로 사면초가에 몰린 문 의원과 친노그룹은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된 친노 비판으로 정치판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대선 예비경선 당시 ‘문재인 5대 불가론’을 주장한 조경태 최고위원이 ‘문재인 정계은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문 의원 때문에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민주당이 바보스럽게 됐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오른쪽)과 조경태 최고위원@Newsis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노 패권주의’가 거론됐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주도과정에서 김한길 대표와 문 의원이 엇박자를 낸 근본원인이 ‘친노 패권주의’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과 19대 대선패배 원인을 분석한 대선평가보고서 논란의 ‘데자뷔’라는 우려가 나온다.

친노그룹은 반발했다. 범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비노그룹의 ‘친노 비판’에 대해 “아군 등에 칼을 꽂는 것”이라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고,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해 확실하게 국민들과 함께 싸워야 할 때”라며 내부분열에 우려를 표시했다.

“엉망진창이지…. 그런데 분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민주당이) 많이 변화한 거다.” 전날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에게 현재 민주당 분위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전 같았으면 (친노나 비노그룹이) 바로 나가서 신당 창당을 했을 것이다. 분당으로 안 가고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이다. 친노와 비노의 계파갈등으로 인한 분당 가능성. 하지만 2013년 현재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현격히 낮아졌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원래 계파갈등이 빈번한 당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풍운동’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이후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 등 선거 때만 되면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1997년 대선 직전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대 총선 직전까지 당명을 유지한 새누리당과는 사뭇 다르다.

흔한 말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하기 때문인가.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민주당 특유의 정당구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돈다”고 비판을 받았다.

보수정당에 포함하기도, 그렇다고 진보블록 안에 편입하기도 애매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붙은 게 ‘자유주의 정당’이다. 그만큼 다수 연합체가 모여 이룬 정당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이 정치현안의 구도전선을 놓고 각 계파 간 갈등이 빈번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보수’라는 이념의 정체성으로 뭉친 새누리당 내부에 ‘수직적 리더십’이 구축된 것과는 달리, 민주당 내부는 수직적 리더십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 김한길 체제도 그 이전 손학규(號)나 정세균호(號) 등이 항상 허약한 리더십에 노출된 이유다. 민주당을 두고 “리더십의 무덤”이라는 비판이라고 하지 않나.

친노-비노 갈등은 다수연합정당의 한계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친노-비노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고, 당내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은 매번 그 전략을 알고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친노 패권주의’가 전무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이것은 실체라기보단 ‘분열 프레임’에 가깝다는 얘기다.

“지금은 친노, 반노 이간질을 시키고 있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민주당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제 127명의 국회의원이 똘똘 뭉쳐서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를 성공적으로 해야 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전날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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