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체장의 품격
[칼럼] 단체장의 품격
  • 한국좋은행정연구소 대표 김대현
  • 승인 2013.07.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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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단체장의 품격

▲ 한국좋은행정연구소 대표 김대현
에드워드 글레이즈(Edward Glaeser)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와 사회,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학계는 물론 전 세계 도시정책, 경제정책자들에게 부상하고 있는 주요 오피니언 리더이다.

그는 전 세계 학계와 언론이 극찬한 그의 걸작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자본 (human capital)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잘못된 도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인적자본(human capital)은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융합산업의 내용과 연결되는 것이 많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이제 지역의 리더십과 정책적 방향성에 관하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단체장의 자격’에 대한 품격 있는 공방을 벌이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특수한 정치적 환경 탓에 선거로 시장을 평가할 수 없는 독특한 정치시장이다.
 
그래서 유력정당의 공천이 이루어지기 전에 단체장의 공과를 논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사회가 갖는 역동성의 힘은 갈등이다. 그 갈등의 차원과 방향을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열어 두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필자가 단체장의 품격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도시가 선사하는 인접성의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는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도시의 인접성은 사람들을 창의적·생산적으로 만든다. 결국 사람을 모으는 힘이 될 것이다.
 
인접성과 창의성의 가치를 살리지 못한 디트로이트와 맨체스터 같은 단일 산업도시들은 그들 산업의 단일 문화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업들의 성장을 막으면서 장기적으로 산업과 도시의 쇠퇴를 불러왔다. 최근에 파산된 디트로이트나 그와 유사한 도시들의 회생은 위대한 산업화 이전 및 이후 도시들이 가진 경쟁, 연결, 인적 자본 같은 미덕들을 포용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경기장이나 경전철 시스템, 컨벤션 센터, 주택사업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 도시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그릇된 상상을 하는 관료들이 있다.
대규모 건설 사업은 쇠퇴하는 도시의 미관을 멋있게 보이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도시의 본질적인 문제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쇠퇴하는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주택과 인프라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인프라 건설을 하기 위해서 시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스마트하지 못한 행동은 결국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따끔하게 상기시켜 준다.
 
셋째, 관료출신 단체장과 기관장이 많다는 점이다. 고생하는 공직자의 능력과 노고를 평가절하 하고자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늘도 일선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땀 흘리며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관료출신의 위정자들이다. 그들도 물론 대구를 사랑했겠지만 대구를 편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이제는 관료출신 단체장과 산하 기관장이 높은 자리에서 누르지 말아야 한다. 관료의 철옹성에서 팽배해져 있는 관료 우월적 문화가 인적자본의 유입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장을 막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토양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창조경제와 융합산업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지역을 회생시키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뱀이 허물을 벗듯 구식 산업 모델을 완전히 털어내야 한다. 굴뚝 없이 세계 경제의 심장부, 세계 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뉴욕과 파리를 보자. 도시가 기존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털어냈을 때 너무 완벽하게 진행된 탓에 우리는 종종 그곳이 예전에 강력한 산업 허브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곤 한다. 이제는 누구도 1950년대 의류 산업을 이끌었던 미국 최대의 제조업 클러스터였던 뉴욕에 공장 굴뚝들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핍이야말로 성장을 가져다주는 가장 센 동력이다. 가장 강력한 변화의 동인은 결핍에서 온다.
변화를 거부해서 나타나는 결과는 암담하고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한 도시는 위험하다. 혼혈은 순혈보다 아름답고 강하다. 이제 우리도 순혈의 함정에서 벗어나 혼혈의 하이브리드(hybrid) 토양을 품격있게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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