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조경제 기업상생, 왜 NHN에 떠넘기나
[칼럼] 창조경제 기업상생, 왜 NHN에 떠넘기나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7.31 11: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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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기업상생, 왜 NHN에 떠넘기나

'상생'이 유행이다. 도덕적 관념에서 화합하고 상생하여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는 없을 테고, 이런저런 사회의 어려움 속에 상생은 불가피하다.이에 공룡 포털로 불리는 네이버가 철퇴를 맞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 중인 NHN은 인터넷 서비스의 '슈퍼 갑'으로 군림해왔다. 처음에는 검색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차츰 서비스의 수를 늘리면서 하지 않는 것이 없는 일명 '인터넷의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언론들은 NHN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NHN를 내버려 두면 피해가 커질 것이므로 NHN의 독과점 규제를 막기 위해선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현 정부의 모토인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론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갑과 을'이라는 사회 이슈에 민감해진 여론은 NHN의 독과점 논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론까지 거세지자 NHN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김상헌 NHN 대표이사는 물론 임원 다수가 참여해 기자들과 대면했다.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한 펀드 조성부터 검색 광고 표시 개선, 유해 정보 차단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기업 상생을 위해 힘쓰겠다는 것이 간담회의 주제였다.

생각해보자. 물론 NHN이 잘 못하고 있던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제시된 '검색 광고 표시 개선'은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부분이다. 검색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광고를 위한 검색 결과를 먼저 내놓고, 그 결과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독과점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만약 네이버만이 유일한 검색 창구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음, 네이트, 줌 등의 타 검색 서비스와 구글이라는 막강한 글로벌 검색 서비스가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상당히 단편적이다. 사용자가 네이버를 사용할 뿐 네이버만 쓰라고 강요하진 않은 것이다.

상생은 어떨까? 네이버가 어린 스타트업들의 사업 아이템을 뺏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환경을 현실의 상권과 비교하는 이런 사고방식은 대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상권이란 유동 인구와 상점 규모 등 입지에 따라 투자 규모도 달라진다. 이런 상권에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불어나게 되고, 이것이 골목까지 이어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에 입지 조건은 없다. 있다면 정부의 규제와 굳어버린 투자 경로뿐이고, 나머지는 아이디어와 능력에 국한된다. '능력=자본'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지만, 능력은 곧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 시장에서 투자가 없으니 자본이 곧 능력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서 말하는 이는 없다.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창업 신화에 거대 투자가 빠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떤 기업이든 애플이든 구글이든 무엇인가 대박 날 아이디어를 능력으로 실현하고, 실현한 것에 투자가 합쳐져 비로소 창업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투자가 없다. 그렇다 보니 대박 날 아이디어에 회사의 자본이 결속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통에 대기업이 끼어들면 자본으로 아이디어를 훔치고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구글은 수십 개의 서비스를 하고 있고, 안 하는 것이 없는 기업으로 불리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자신들 제품으로 삼는 일도 한다. 그러나 아무 말이 없는 것은 그만큼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구글이 뭘 만들어 내든 구글보다 아이디어를 훌륭하게 해내는 기업들이 있고, 그 기업들에 투자가 돌아가서 자본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된다. 그걸 NHN이 해야 하나? I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굳어있고, 일부 잘 나가는 기업들에 몰려있다. 그중 하나가 NHN일 뿐이다.

재미있게도 NHN이 그런 자본을 쥐고서 모든 사업을 성공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트위터의 인기에 소셜네트워크의 시장 가능성을 보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은 미투데이는 초반 마케팅 성과에 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 후발주자인 카카오의 카카오 스토리에도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실의 음식 상권에서 기본적으로 맛이 중요하다는 것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서비스 자체가 주는 만족도가 중요하고, 거기에 보태지는 것이 마케팅과 정부의 인터넷 규제, 투자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족도가 부족한 서비스는 대기업이 하던 소규모 그룹이 하든 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인터넷 규제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창출이 제한당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를 때려잡는다고 해서 소규모 그룹이 만든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아지나? 오히려 만족도 높은 외국 서비스들에 침식당하거나 정부의 외국 서비스 규제에 한국 인터넷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곳은 스타트업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이것이 투자로 이어져 글로벌 창업 신화를 이룰 수 있도록 활로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에 있으며, 이는 정부의 인터넷 규제와 몇몇 기업에 쏠린 눈먼 돈 따먹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이버보고 기업 상생에 협조하라고 우격다짐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 상생을 이끌어내고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NHN에 가장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질문이 무엇일까? 바로 '뉴스스탠드'다. 네이버는 지난 4월,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메인에서 제공하는 언론 뉴스를 지면 형식의 뷰어로 바꾸고, 유료 구독으로 변경했다. 기존 헤드라인을 걸어두던 것과 달리 언론사로의 유입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이런 정책 변경에 불만을 품는 중이었다. '뉴스스탠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중에 언론사들이 네이버의 일제히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NHN의 답변이 시원하지 않자 간담회 이후 주요 언론들은 '상생 방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줄지어 보도했다. 

삼성의 국내 휴대폰 시장에 대한 독과점, 현대/기아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독과점, 그리고 이를 방조하고 오히려 지원해준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흐지부지한 언론이 얼마 전, 글로벌 사용자 2억 명을 달성한 세계적인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 중인 NHN에 갑자기 부랴부랴 독과점을 묻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들에게 상생하자고 강조하고 있을까? 누구를 위한 상생이며, 누구를 위한 비판일까? 

적어도 이런 이권 챙기기를 위한 언론사들의 오도와 정부가 해야 할 창조경제를 네이버를 때려잡으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이들에 우리가 이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사들의 갑질에 여론이 맞장구 쳐줄 필요 없다는 말이다. 밑바닥에서 싸우지 말고, 그 위에 있는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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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my.lee 2013-08-05 09:37:05
스타트업기업들의 서비스를 아이디어로서 모방하여 많은 인력과 미디어매체를 이용한 마케팅을 쏟는 다면 그 스타트업 기업들이 살아남을수 있을까요? 네이버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는것 보다 지배력있는기업 혹은 가장 강력한 매체를 검증하려는 노력이 인터넷 생태계를 바꾸는 지침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너무 근시안이라 한줄 적어봅니다.

ad 2013-08-02 22:44:19
좋은 기사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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