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엘리자벳, 캐릭터와 음성의 조화로운 변주
[리뷰] 뮤지컬 엘리자벳, 캐릭터와 음성의 조화로운 변주
  • 문세영 기자
  • 승인 2013.08.0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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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 장면 @Newsis
[에브리뉴스=문세영 기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작했던 관람이 세심한 기호의 의도를 읽는 순간 극도의 몰입으로 뒤바뀌는 뮤지컬, 엘리자벳.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시점은 뮤지컬의 도입부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바이에른 공작의 차녀 엘리자벳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이때 엘리자벳 역을 맡은 옥주현의 목소리가 유독 청아하고 맑다. 옥주현하면 떠오르는 목소리 톤과는 사뭇 다르다.  

파워풀한 목소리를 기대한 관객은 주춤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고 색다른 느낌 그대로를 즐길 수도 있다. 티 없이 고운 목소리 톤이 의아하지만 극의 진행 과정 중 이 목소리의 비밀은 자연스레 풀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 출연진들의 목소리는 곧 기호의 은유다. 엘리자벳이 황후에 등극한 시기 그녀의 나이는 16살에 불과했다. 엘리자벳이라는 이름보다 시씨라는 애칭이 더 잘 어울렸던 이 어린 소녀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맑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의상과 제스처뿐 아니라 옥주현의 목소리까지도 엘리자벳의 굴곡진 삶의 흐름을 따라 변주한다.  

아버지처럼 자유로운 인생을 원했던 엘리자벳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황실의 여인이 된다. 엄격한 황실의 규율, 시어머니의 구속, 남편과의 갈등, 자식들의 비극적 운명 등 지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중년과 노년의 엘리자벳의 목소리는 소녀 엘리자벳과는 또 다른 세월의 흔적, 고단함을 드러낸다.  

죽음 역을 맡은 박효신도 마찬가지다. 박효신은 자신만의 독창적 발성과 창법, 호소력 짙은 음색과 감정 처리가 탁월한 가수다.  

박효신의 이러한 강점이 죽음이라는 배역과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가미된 몽환적 음색과 여운 감도는 울림이 엘리자벳을 유혹하는 죽음의 매혹적 느낌을 보다 업그레이드시킨다.  

극장의 음향시설 탓인지 배우들의 대사전달력 문제인지 몰라도 일부 대사가 명확히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독특한 음색과 기교를 지닌 보컬들의 참여로 이러한 부분들이 충분히 상쇄된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대중가수의 가창력이 뮤지컬배우에 못 미칠 것이라는 편견과 스타마케팅 중심으로 운용되는 뮤지컬계의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박효신, 옥주현, 이지훈 등의 출연 가수들은 가요와 뮤지컬 발성의 조화로움으로 대중성을 확보한데다 대중가수들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만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힘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사랑 이야기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관람해도 무방하고 오스트리아 제국 왕가의 야욕과 헝가리 국민들의 굶주림을 적용해 시의성 지닌 작품으로 해석·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9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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