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이덴터티(Identity 정체성)를 이미지로!
[칼럼] 아이덴터티(Identity 정체성)를 이미지로!
  • 김호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8.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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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덴터티(Identity 정체성)를 이미지로!

▲ 김호정 ( 칼럼니스트 및 프리랜서 강사 )
후덥지근한 폭염으로 꼼짝하지 않은 탓에 바디라인이 급기야 D라인이 되어버렸다. 윈도우에 비친 늘어진 살을 바라보니 더위가 목까지 치솟았다. 또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줄넘기 천 번을 악착같이 해낸 후 어둠으로 한층 좁아 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었다. 결국 세 바퀴도 돌기 전 운동장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질체력을 한탄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편의점으로 향했다.

들어가자마자 한 눈 팔지 않고 곧장 움켜쥔 음료는 바로 Redbull!. 성급히 음료를 입안에 쏟아 넣으며 무섭게 달리는 붉은 소의 에너지가 온몸의 세포까지 충전되는 상상을 했다. 당신은 언제 음료를 마시는가? 갈증해소? 아님 허기진 공복을 달래려 할 때? 그도 아니면 속이 답답할 때?

 인간의 한계에 끝없이 도전한다는 것이 아이덴터티인 레드불은 오스트리아 에너지 음료브랜드이다. 그야말로 멋지다. 나 또한 음료를 단숨에 마셔버린 후 한계에 도전한다는 집념으로 레드불의 돌격자세로 다시 운동장을 뛰었다.

사람들이 당연히 연상하는 이미지와 달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브랜드 아이덴터티라고 한다. 그 의도적인 설정을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퍼스널 아이덴터티라 할 수 있다.  레드불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과정은 내게 큰 교훈이 되어 자주 곱씹는 주제이다. 이유인즉 십년 전 쯤 소위 아이들이 말하는 나의 커리어 흑 역사 때문이다.

그날의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대강당의 분위기는 소개되는 사람들의 직위가 높아질수록 긴장감이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노조위원장 선거 후보자가 한명씩 소개되었다. 후보자가 각각 소개 되는 동안 지지자들은 함성과 박수 그리고 지지 구호를 외쳤다. 그런 자리가 처음인 나는 가슴이 쿵쾅거렸고 묘한 흥분감도 일었다.  “저희 후보님이 너무 소극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라는 말로 요청했던 스피치에 대한 조언이 급기야 투표 전 연설장까지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조언했던 후보자는 그날을 위해 2주 전에 정성들여 준비한 짙은 먹색의 두루마기를 입고 연설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그토록 조언해온 역동적인 제스처를 적절히 소화하는 후보의 모습을 보자 드디어 해 냈다는 심정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다음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노조위원장을 떠올릴 때 상상하는 고집스럽고 투박하며 투쟁적이고 강한이미지와 달리 스마트한 CEO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리더자의 모습이었다. 연설이 시작되자 그는 앞 재킷을 오픈하면서 연설 대에서 마이크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갈수록 열정적인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를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내 밀었고 어떤 이는 의자의 앞쪽으로 몸을 당기며 그의 연설에 주목했다. 가슴 속의 무엇인가 탁.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설을 끝내고 후보 석에 앉아 있는 후보의 두루마기가 무겁게 다가왔다.

연단에서 선 두 번째 후보는 융통성과 리더십 그리고 새로운 방식의 열린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그의 호소력은 강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뉘앙스와 세련된 수트 그리고 유연한 표정의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날의 아쉬움은 가슴속에 늘 파편처럼 남아 있지만 단순히 이미지만을 긍정적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정체성이 중요하다 것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마시는 것을 넘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레드불처럼 아이덴터티를 살려주는 이미지야 말로 최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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