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 IT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바라는 마음
[칼럼] 외국 IT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바라는 마음
  • 오힘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8.21 1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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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국 IT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바라는 마음
 
▲ @ 오힘찬칼럼니스트
제목만 보면 '사대주의'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심각하게 외국의 IT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주길 바란다. 그들을 '선'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나 국내 시장과는 동떨어진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한국 진출을 염원한다.
 
 얼마 전부터 국내 전자 출판 시장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자 전자 도서 판매자인 '아마존'이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 탓이다. 아마존이 국내에서 전자 도서를 판매할 때 몰아칠 파장이 상당하다는 것을 모두 예상하고 있다. 어째서 일까?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도서와 같은 인터넷 서점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크레마, 샘, 비스켓이라는 이북리더도 지녀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국내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기에 긴장하고 있는 것일까?
 
 국내 전자책 시장은 미국만큼 크지 않다. 애초에 독서량이 그리 많지 않아 시장이 작은 부분도 있지만, 전자책 컨텐츠의 다양화나 가격 덤핑 등에 유통사가 깊게 관여하면서 작가와 독자는 안중에도 없이 밥그릇 챙기기에 한창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나마 독서를 하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형국인데, 이런 국내 형세에 외국 기업인 아마존이 들어와 경쟁하기 되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경쟁을 통한 성장과 여기서 소비자 권리를 되찾을 활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린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이미 알고 있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국내 통신사가 꽉 쥐고 온갖 횡포를 일삼던 컨텐츠 시장이 통신사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맞붙게 되었다. 완전히 컨텐츠 시장을 쥐고 있던 통신사들은 앱스토어와의 경쟁 탓에 컨텐츠 모시기에 들어갔고 제작자의 입지가 이전보다 나아졌다. 나아가 통신사들이 다시 주권을 가져오기 위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체 어플리케이션 마켓을 오픈했지만, 이마저도 구글의 구글 플레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의 위치를 차지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그뿐인가? 제조사별, 통신사별 제각각이던 규격 탓에 이어폰 하나 원하는 걸 이용할 수 없었고, '공짜 인터넷'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이미 해외 휴대폰에는 기본적으로 탑재되던 와이파이 기능 등도 빼버렸었다. 그러나 아이폰을 기점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 스마트폰 봇물이 터지면서 수출용 제품에만 탑재되었던 3.5mm 이어잭이나 와이파이 탑재도 이뤄지게 되었다. 애플과 구글이라는 외국 회사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바뀐 것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어떤가? 토종 SNS라는 싸이월드는 한때 국민 절반이 이용하던 서비스였다. 그렇게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자 서비스 개선이나 SNS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을 확장하는 것이 아닌 도토리라는 가상 화폐로 결제를 유도하는 장사에만 치중했다. 하지만 대체 서비스도 없었고, 워낙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터라 기세만 등등해 전혀 손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위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한국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고, 페이스북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국내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불과 2~3년 전 이야기다. 현재 국내 트위터 이용자는 800만 명, 페이스북 이용자는 1,100만 명 수준이며, 이들이 싸이월드의 독보적인 체제를 무너뜨리면서 카카오톡의 카카오가 개발한 카카오스토리 등도 활약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외국 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컨텐츠 시장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쥐면서 횡포를 일삼던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개선하고, 이것이 국내 IT 생태계를 변화하게 했다. 벌벌 떠는 것은 기존의 밥그릇 챙기기에 열중이던 기업들뿐 소비자로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고, 이들 기업의 횡포에 놀아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외국 기업들이 해왔다.
 
 아마존의 국내 진출 뉴스가 국내 전자책 유통사들을 긴장토록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아마존과 경쟁하려면 소비자들이 쉽게 전자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더 좋은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며,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 경쟁을 피하면서 피 빨아 먹던 유통사들이 외국 기업 탓에 강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이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국내 업체들을 걱정해줄 이유가 없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외국 IT기업이 국내에 진출하여 한국의 IT 생태계를 뒤엎어 주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앞서 말했지만, 그들은 '선'이 아니다. 한국에 돈을 따라왔을 뿐이다. 허나 '이이제이'라고 하지 않던가. 소비자의 선택은 항상 옳다. 그렇기에 외국 IT기업이 국내에 진출하여 경쟁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단순한 사대주의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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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이 2013-09-04 19:26:21
외제차와 현대차의 관계도 말씀하신것과 똑같네요.
5년뒤 더 좋은 가격에 더 좋은 외제차와 현대차를 보겠네요.
적어도 수출/내수 차별하는 미친짓은 더이상 현대가 안하겠...못하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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